d라이브러리









영국 정부는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생후 30개월이 지난 4백만 마리의 소를 도살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발병하면 죽기만을 바래야 하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의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이란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지난 3월 20일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으면 사람도 같은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영국 정부의 발표는 영국과 유럽 대륙 전체를 공포와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치명적인 뇌질환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과 광우병의 연관성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아무데나 들이받고, 잘 걷거나 서있지 못하며, 근육이 위축돼 곧 죽게 된다.

광우병의 과학적 병명은 '소의 해면양(스폰지모양) 뇌병종' (BSE:Bovine Spongiform Ecephalopathy)이다. 광우병으로 죽은 소의 뇌를 현미경으로 보면 큰골, 작은골의 뇌조직이 스폰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이런 병명이 붙게 됐다. 1986년에 처음으로 16마리의 소에서 발병한 이후, 매년 급격히 증가해 1994년에는 매주 평균 8백 50마리가 병에 걸린것이 발견됐고, 현재 영국 젖소의 55%인 16만 마리가 이 병에 걸려있다.
 

광우병으로 인해 유럽 전체에 '소 비상'이 걸렸다.


양에서 유래, 쥐에게도 전염

전에 없던 병이 왜 영국에서만 생겨났을까? 양에게는 광우병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스크레피' 라는 병이 있다. 스크레피는 2백년전 스페인에서 처음 발견됐고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발견된다고 현재 보고되고 있지만, 주로 영국에서 발견되는 풍토병이다. 이 병에 걸린 양은 자신의 몸을 긁거나 비빈다. 그 결과 털이 빠지고(긁는다는 뜻의 scratch에서 이 병의 이름이 유래) 광우병에 걸린 소와 같은 신경마비 증상을 일으킨다.

1980년대 초반부터 영국에서의 젖소의 우유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양과 소의 장기, 뼈, 살코기를 소의 사료원료로 사용했다. 단백질의 공급원을 확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역학조사 결과 당시 사료로 쓰였던 양중에서 스크레피에 걸린 양도 사용됐기 때문에 소에 광우병이 발생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현재는 스크레피에 걸린 양들은 모두 소각되지만 80년대 초반에는 소의 사료를 만드는데 사용됐다.

스크레피에 걸린 양은 사람의 먹이사슬내로 들어 오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1987년 이전에는 스크레피는 영국, 미국, 독일의 몇몇 과학자들만이 관심을 갖는 병이었고, 국제 학회를 열어도 참가자가 고작 20명에 지나지 않을 정도였다. 과학자들은 스크레피가 양에게만 발생하는 질병이고 다른 종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986년 소에게서 처음으로 스크레피와 같은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최초로 광우병이 걸린 소를 기르던 농부는 이 사실을 발표하기 원했지만, 영국 농수산부가 이를 막았다. 1987년이 가기전, 1백마리 이상의 소가 같은 병에 걸린것이 발견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영국 농수산부는 1988년에 소의 모든 장기를 소의 사료로 쓰는것을 금지하고 광우병이 발병하면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 했다. 또 광우병을 보고하는 농부에게는 소 값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8년에만 1만건 이상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1989년에는 소의 장기 중 뇌, 지라(비장), 흉선, 편도선, 내장을 모두 폐기하는 법이 제정됐으며 광우병이 발병한 소는 모두 소각하거나 묻도록 했다. 같은해에 광우병이 쥐에게도 전염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광우병에 걸려 죽은 소의 뇌.


1990년에 드디어 광우병이 여론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1996년 4월 현재까지 광우병에 걸린 소는 영국에만 16만마리가 넘는다. 오만 스위스 프랑스 독일 캐나다 덴마크 포르투갈 이탈리아에서도 많지는 않지만 광우병이 발견되고 있다. 이는 영국에서 수입된 소이거나 영국에서 수입된 사료를 먹은 소가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의 관련성

영국 내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의 수
 

영국 내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의 수
 

영국에서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으로 사망한 사람 수
 

영국에서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으로 사망한 사람 수


지난 2년간 영국에서 발생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환자는 1994년 54명, 1995년 40명으로 큰 차이는 없으나 이들 중 10명의 환자는 전의 환자들과 다른 증상을 보이고 있다. 보통 CJD환자의 평균 발병연령이 63세인데 비해 신종 CJD환자의 평균 연령은 27.5세이고, 발병 후 사망까지의 기간이 6개월에서 13개월로 연장됐다. 또 환자들은 초기에는 이전의 CJD와는 다르게 정서적인 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우울증, 불안증, 행동변화와 같은 정신과 증상으로 모두 정신과를 처음에 거쳤다. 물론 그후 병이 진행되는 과정은 이전의 CJD와 같았지만, 마지막으로 뇌파 검사 소견과 사망 후 뇌의 부검 소견이 보통 CJD와 달랐다.

신종CJD와 광우병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환자들이 광우병에 걸린 소의 내장이 포함된 음식을 먹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명의 환자중 많은 수가 소를 기르는 농부인데 그들이 기르는 소떼에는 예외없이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었다. 현재 과학자들은 소가 배설한 전염물질이 공기중에 날려 코를 통해 뇌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광우병과 CJD와의 연관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린 소는 심각한 문제다. 소는 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량으로 사람의 먹이 사슬내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종간에는 잘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던 '해면양 뇌병증(TSE: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 양에서 소로 전염돼 버렸기 때문에 양에서 소가 가능했다면 소에서 사람도 전염이 가능할 수 있다.

이 새로운 CJD의 잠복기는 5-10년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1988년에서 1989년 사이 광우병에 걸렸거나 잠복기에 있던 소의 장기를 먹은 사람들에서 얼마나 많이 발병할지 매우 주목된다. 현재까지 매년 1백만명당 1명 꼴의 발생률에 변화가 없지만 향후 2,3년간의 발병추세를 추적하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됐다.

광우병을 포함한 해면양 뇌병증(TSE)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에는 TSE에 노출된 뒤 발병하기까지 잠복기가 길었기 때문에 원인 물질을 슬로우 바이러스(slow virus)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물질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끓여도 전염력을 잃지 않을 뿐더러 모든 생명체가 갖고 있는 유전물질은 핵산을 파괴하는 전리방사선, 가열 소독, 포르말린 등의 처리에도 여전이 전염력을 가진다. 또 병원에서 기구를 소독할 때 쓰는 가압소독법(1백35℃에서 20분간 가열)으로 소독하면 전염력이 현저히 감소하긴 하지만, 심지어 3백 60℃에서 1시간 동안 가열해도 전염력이 남아 있기도 하다.

헌재 원인 물질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프라이온(prion)이다. 프라이온은 핵산을 포함하지 않는 단백질로 정상적인 동물이나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데 PrP라한다. 스크레피에 걸린 양, 광우병에 걸린 소, CJD환자의 뇌에서는 PrP가 변질된 형태로 발견되는데 이를 PrP-sc라 부른다. 또한 프라이온은 전염력이 있음이 입증됐다.

이 변형된 프라이온을 먹을 경우 어떻게 소화기에서 뇌까지 도달하는지 잘 밝혀져 있지 않다. 현재 추정되는 가설은 PrP-sc가 내장의 임파선을 따라 비장(지라)에 모여서 지라를 지배하는 말초신경을 타고 척수를 통해 뇌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변형된 프라이온이 뇌에 들어가면 뇌속의 정상적인 프라이온을 변형시키고 변형된 단백질들이 엉켜 세포내의 정상적인 대사를 방해하고 세포를 죽게 만드는 것이다.

런던 왕립 대학의 신경과의사인 존 콜린지의 실험은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콜린지는 사람의 유전자를 넣은 쥐에게 광우병이 걸려 죽은 소의 뇌세포를 주입하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현재 진행 중이며 주입 후 4백일이 지났지만 아직 광우병 증상을 보이는 쥐는 없다. 그러나 속단하기는 이르며 1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쇠고기 안심해도 돼

콜린지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낙관적이다. 왜냐하면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조직 성분으로 쥐를 감염시키는데는 같은 종인소를 감염시키는 것보다 1만배의 용량을 주입해야 했다. 또 사람의 뇌 유전자를 이식한 쥐에게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세포를 주입했는데, 이 쥐는 평균 수명의 거의 반을 살았는데도 아직까지는 건강하기 때문이다.

한편 아주 비관적인 사람들은 광우병에 의한 CJD가 마치 에이즈처럼 전 영국을 휩쓸고 유럽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광우병이 인위적으로 고양이, 돼지, 염소에게로 옮겨진 실험을 예로 든다. 고양이와 소의 관계보다 사람과 소의 관계가 더 소원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영국 정부는 우유와 살코기는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살코기에 포함돼 있는 말초신경에도 전염성 해면양 뇌병증의 감염 물질이 포함돼 있지만 같은 부피의 뇌조직과 비교할 경우, 말초신경에 포함된 감염물질의 양은 10분의 1이하일 뿐 아니라 근육에서 말초신경이 차지하는 부피는 극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CJD환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광우병에 의한것이 아닌 자연적인 발병이다. 또 현재까지 우리나라에는 영국소와 영국 소를 원료로 한 제품이 수입된 적이 없기 때문에 쇠고기에 대한 경계는 늦추어도 될 것 같다.

뇌에 구멍이 송송 뚫리는 병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예상 감염경로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예상 감염경로


소의 광우병과 비슷한 증상, 비슷한 뇌조직 소견을 보이는 병이 사람과 다른 동물에도 나타난다. 사람에서는 쿠루병과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이 대표적이다.

쿠루병은 파푸아뉴기니아의 동부 고원지대에 사는 포어족에게 생기는 병이다. 이 종족은 동족이 죽으면 장례식의 일환으로 시체를 나누어 먹는데 어린이와 여자가 망자의 뇌를 먹기 때문에 이들이 주로 쿠루병에 걸린다. 쿠루병에 걸리면 운동장애와 근무력증이 오고 증상 시작 후 1년 안에 사망한다는 점에서 CJD와 비슷하나 치매가 없는 점이 다르다. 쿠르병은 여성인구의 3%가 매년 사망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었으나 1956년 식인 풍습이 금지된 이후, 매우 보기 드문 병이 됐다.

한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1920년에 최초로 보고됐고 전세계적으로 발견되며 지역과 인종에 관계없이 보통 인구 1백만명당 연간 1명이 발병한다. 예외적으로 리비아에 사는 유태인에서는 발병률이 30배 정도 높은데 이들이 양의 눈을 먹는 관습 때문이라는 주장이 유력하다.

CJD는 발병 초기에는 식사와 수면 습관에 변화가 오고 몇 주일 안으로 치매, 심한 근육의 경련을 일으키며, 소뇌의 평형감각이 둔화되고 시력이 소실되면서 경련을 일으키다가 곧 사망한다. 보통 환자의 90%가 1년 이내에 사망한다.

CJD의 전염 경로는 CJD에 걸린 환자의 뇌에 꽂았던 전극을 알코올과 포르말린으로 소독한 뒤 두명의 젊은 간질 환자에게 사용했는데, 두명 모두 짧은 잠복기 후에 CJD가 발병한 적이 있다. 또 각막 이식 수술로 전염된 환자가 1명 있으며, 40명 이상이 죽은 사람의 뇌에서 추출한 성장 호르몬을 맞고 발병했다.

밍크, 고양이, 원숭이, 심지어 치타와 같은 다른 동물에서도 전염성 해면양 뇌병증이 발견된다. 이 병은 보통 그 동물의 평균수명의 반에서 3분의 2이상이 지난 후 발병한다. 따라서 돼지와 닭과 같이 식육용 가축의 경우, 젖소와는 달리 평균 수명의 반을 못 채우고 도살되는 동물도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199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행 가정의학과 전문의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의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