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자신의 논문이 마음대로 사용되길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일부 물리학자들은 아니다.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3월 16일자 온라인 뉴스를 통해 40여 명의 물리학자들이 미국물리학회(APS)의 엄격한 저작권 방침에 반대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최근 APS는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릴 예정이었던 논문 두 편의 게재를 취소했다. 논문의 저자들이 APS가 아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저작권 방침을 따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정보를 누구나 자유롭게 가공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카피레프트’(copyleft)를 기조로 삼고 있다.
APS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 같은 APS 발간 저널에 논문을 싣기 전에 저자들의 저작권을 학회에 귀속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방침에 따르면 사진을 포함한 논문 내용은 엄격하게 관리되며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서 2차로 가공하거나 자유로이 사용할 수 없다.
사건 발생 뒤 취소당한 논문의 저자를 포함한 40여 명의 물리학자들은 APS에 저작권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빌 언러 교수는 “(APS의 방침은) 현실을 무시한 정말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영국의 왕립학회 등 일부 학회는 이미 인터넷에서 논문을 2차 가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 방침을 채택했다. APS 발간 저널의 진 스프로즈 편집장은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이 우리 방침에 반기를 들고 있다”며 “저작권 방침 수정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