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또하나의 지구다. 법도 질서도 없이 시작한, 온갖 기술이 응축돼 있는 하나의 공간이다. 이 세계에 '자바' 돌풍이 불고 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멀티미디어 웹의 등장을 예고하는 새로운 인터넷 언어 '자바' 를 소개한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해 IBM의 OS/2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간에 벌어진 32비트 운영체제시장의 선두다툼을 기억할 것이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싸움은 윈도95가 발매되면서 거의 윈도95의 승리로 끝났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터넷 시장을 두고 벌어지는 요즘의 상황이 꼭 그 당시와 흡사하다. 여전히 한쪽 주인공은 마이크로소프트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바로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행했던 것과 같은 공격적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 네트스케이프(Netscape Communication)사다.
운영체제 전쟁은 이미 과거 이야기가 돼 버렸다. 바야흐로 '네트워크 전쟁 시대' 가 도래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적으로 네트워크 시장에 뛰어들 것을 천명하고 법적인 문제를 야기시키면서까지 MSN을 자사의 윈도95에 포함시켜 그들의 '야욕' 을 드러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라는 그들의 새로운 브라우저는 윈도95와 MSN과의 유기적인 결합을 특징으로 네트스케이프(Netscape Navigator) 아성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네트스케이프 또한 그 동안의 수많은 잠재 사용자를 등에 업고 한달이 멀다하고 새롭고 놀라운 기능을 계속 추가하면서 여러 회사들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컴퓨터업계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 분야에서는 이 양사와 관련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자바는 대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네트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양사를 주축으로 벌어지는 인터넷상의 새로운 기술과, 그중 특히 주목받고 있는 자바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인터넷에서 CD롬이 돌아간다
1991년 인터넷상에서 HTML규약이 처음 발표된 이후 NCSA에서는 모자익(Mosaic)이라는 HTML 브라우저를 발표했다. 이 모자익을 제작한 주요 멤버중 한사람인 마크 앤드레센은 실리콘그래픽스의 전 회장 짐 클라크와 함께 네트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곧이어 네트스케이프라는 가공할만한 브라우저를 발표했다.
현재 전 세계 웹브라우저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이 제품은 네트스케이프사를 네트워크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로 급부상시켰다. 지금도 네트스케이프사의 주식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중이다.
한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는 작년 5월 자사의 새로운 객체지향 언어인 자바를 세상에 발표했다. 자바는 네트워크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래밍 언어, 아예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을 목적으로 탄생한 언어다. 자바의 유용성을 인정한 네트스케이프사는 향후 버전에 이를 지원하겠노라고 발표했고, 실제로 몇 달 뒤 네트스케이프가 2.0으로 버전업되면서 자바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네트스케이프가 2.0에 대한 사양을 발표하면서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바로 자바의 지원과 플러그인(Plug-In) 기능이었다.
플러그인이란 기존의 보조 어플리케이션(Helper Application)이 발전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퀵타임(QuickTime)형식의 영화(동화상)를 보려면 퀵타임 무비 플레이어(QuickTime Movie Player)를 별도의 윈도로 실행시켜 보아야 하지만, 플러그인은 현재 보고 있는 HTML문서의 내부에서 동화상이 마치 문서의 일부분처럼 돌아간다. 네트스케이프와의 일정한 규약에 의해서 프로그램을 짜면 어떠한 것도 네트스케이프 안으로 플러그인될 수 있다. 이 기능은 네트스케이프사가 브라우저 시장, 혹은 인터넷 어플리케이션 시장 뿐만 아니라 일반 데스크톱 응용프로그램 시장까지도 흡수하려는 무서운 야욕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매크로미디어 디렉터를 살펴보자. 매크로미디어 디렉터는 자세히 살펴볼 충분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월드와이드웹에 또하나의 일대 변혁을 불러일으킬 만한 제품이다.
디렉터(Director)나 오소웨어(Authoware) 같은 멀티미디어 저작도구로 유명한 매크로미디어사는 이미 멀티미디어와 디지털 아트분야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는 회사다. 이 저작도구들은 인터액티브한 CD롬 타이틀을 제작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네트스케이프 2.0에 대한 사양이 발표되면서 많은 이들이 기대하던 매크로미디어 디렉터의 플러그인이 네트스케이프 2.0의 3번째 베타버전부터 본격적으로 지원되기 시작했다. 매크로미디어 디렉터의 플러그인은 웹 엔지니어들을 좌절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놀라운 화면을 제공한다.
CD롬 타이틀에서와 같은 화려한 그래픽과 동영상, 뛰어난 인터액션을 그대로 네트스케이프 안에서 인터넷을 통해 실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매크로미디어의 디렉터 온더 인터넷(Director-on-the-Internet) 프로젝트이며, 네트스케이프에 쇼크웨이브 포 디렉터(Shockwave for Director)라는 이름으로 플러그인 됨으로써 그 실체를 드러냈다.
"이렇게 화려하고 경이로운(물론 CD롬 타이틀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웹에서는 경이 그 자체다) 화면이라면 엄청난 크기일 텐데, 느린 모뎀으로 어느 세월에 받아서 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겠지만 일단은 안심해도 좋을 듯 싶다.
쇼크웨이브는 쇼크웨이브 자체와 애프터버너(Afterburner)라는 2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애프터버너는 매크로미디어 디렉터로 작성된 컨텐트-디렉터 무비(Director Movie)라고 불린다-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최적화돼 있고, 이것을 전송받으면 애프터버너가 후처리기 역할을 해 하나의 완전한 디렉터 무비로 전환시켜준다. 따라서 얼마되지 않는 작은 양(고작 1백kB나 2백kB 정도)으로도 훌륭하게 애니메이션과 음향효과를 낼 수 있다.
쇼크웨이브의 다음 버전은 멀티미디어 데이터 전송의 고속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한다. 또한 모든 동작은 자바의 경우처럼 클라이언트에서 이루어지므로 일단 한번만 다운로드 받으면 속도에 대한 문제는 사라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반격
작년 12월 네트스케이프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라는 스크립트언어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네트스케이프의 라이브스크립트(LiveScript)를 대체한 것이다. 지금까지 자바는 HTML문서와는 전혀 별개의 것이었다. 다만 HTML문서 내에서 자바의 코드를 불러서 실행하는 형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바스크립트는 HTML문서 내에서 그대로 자바 코딩을 가능하게 한다. 쉽게 말해 HTML과 자바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다.
실리콘그래픽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네트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3사는 VRML (Virtual Reality Modeling Language, 인터넷상에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기술)과 자바, 자바스크립트를 결합해 진정한 3차원 구현과 멀티미디어 웹 개발을 위한 팀을 구성했다. 또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매크로미디어사는 멀티미디어 포맷과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에 대한 공동 연구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오디오 비디오 3차원 그래픽 화상회의 등의 실시간 전송기술을 포함시켜 올 상반기 중에 연구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실리콘그래픽스는 본격적으로 VRML과 자바, HTML을 결합시킨 코스모(Cosmo)라는 신제품을 역시 올 상반기 중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작년 12월 5일 공식 발표했다. 이 새로운 툴은 웹 개발자들에게 대단한 환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애플 IBM 노벨 실리콘그래픽스 휴렛팩커드 아메리카온라인 등 28개의 유수 컴퓨터 업체들이 자바를 라이센스하고 향후 그들의 제품에 적용시키기로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매크로미디어사도 포함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스크톱 컴퓨팅 환경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면서 소프트웨어의 제왕 자리를 굳혔다. 당연히 또 하나의 황금 시장인 인터넷을 그들이 간과할 리 없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첫걸음으로 MSN이라는 전 세계를 연결하는 통신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이라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맞서 또 하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인터넷의 일부로 전략적인 전환을 감행했다. 이들의 야심작은 WWW(월드와이드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네트스케이프사에 정면 도전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웹 브라우저다.
처음 발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제 아무리 마이크로소프트라고 하지만 역시 네트스케이프의 적수는 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닌듯 싶다. 일단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컴퓨팅 환경을 보면 아직까지는 유닉스환경이 많을지 모르지만, 하루가 다르게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윈도95의 판매량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 윈도95의 강력한 네트워크 기능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안성맞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애초부터 네트스케이프를 의식해 발표됐다. 네트스케이프는 HTML 규약에는 없는, 그들만의 확장 태그를 사용해 HTML문서를 강력하게 만들어 왔으며 이제는 거의 표준 아닌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역시 네트스케이프와는 다른 그들만의 확장 태그를 제공한다. 독특한 테이블 기능, 스크롤이 가능한 텍스트와 백그라운드 사운드 등이 바로 그것이다.
네트스케이프에서 자바를 라이센스하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들도 드디어 자바를 라이센스한 것이다.
모든 길은 네트워크로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을 절감할 수 있을 만큼, 요즘 인터넷은 정신없이 바뀌어가고 있다. 신기술이 나왔나 싶으면 그것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한수 위인 기술이 나오고 하는 식이다. 사용자들이야 즐겁고 신기하겠지만 개발자의 입장에서 보면 괴롭기 짝이 없다. 이거 괜찮다 싶으면 어느새 또 다른 게 나와 개발자들을 혼란시키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문제의 핵심은 네크워크라는 것이다. 고립된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고립된 컴퓨터는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책상 위에 성능 좋은 컴퓨터가 한대 있으면 거의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대는, 다가온 지 얼마 안돼 멀어지고 있다. 그 컴퓨터가 전용선이든 모뎀이든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으면, 나아가서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으면 더 이상 컴퓨터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될 날이 바로 내일로 다가온 것이다.
인터넷은 또하나의 지구다. 법도 질서도 제약도 없이 시작한, 온갖 기술이 응집되어 있는 하나의 공간이다. 인터넷에서 이러한 기술들이 서로 배타적으로 성장하지 않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응집돼 몇 배 더 강력한 기술로 재탄생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자바가 톡톡히 해 나갈 것이다.
용어설명
자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에서 개발한 객체지향프로그래밍 언어(Object Oriented Programming Language)의 일종.
핫자바: 자바로 만든 프로그램(애플릿)을 실행시킬 수 있는 웹 브라우저로 자바 언어로 만들어졌다.
어플리케이션: 일반적 의미의 어플리케이션과 거의 흡사한 의미인데, 단독으로 실행 가능한 자바로 만든 프로그램을 말한다.
애플릿: 자바 가능 브라우저 내에서만 실행 가능한 자바로 만든 프로그램으로, 이를테면 네트스케이프 2.0내에서만 실행 가능하다든가, 핫자바 내에서만 실행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