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런트 어드벤처' 라는 영화가 있다. 2명의 주인공이 공중전화 박스처럼 생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서 징기스칸 나폴레옹 프로이드 등을 데려와 낙제의 위기를 모면한다는 내용이다. 만일 그런 장치가 정말로 있어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릴레이를 같은 자리에 불러놓고 왜 연필을 책상 위에 굴리면 잠시 후 멈추게 되는지 설명하라고 한다면 뭐라고 이야기할까.
힘이 물체의 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는 중학교 1학년 때 배우는 내용이다. 그러나 중학교 물상을 공부한 학생뿐 아니라 고등학교 물리를 공부한 학생들 중에서도 물체가 계속 움직이려면 힘이 계속 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힘이 가해져야 물체가 계속 움직이는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은 움직이는 물체에 공기의 저항이나 마찰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는 것을 실제 상황에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힘은 운동상태를 변화시킨다
비스듬한 경사면을 따라 물체가 미끄러질 때(그림1)와 강물이 흐를 때(그림2) 속력이 가장 빠른 지점은 어디일가. (그림1)은 물리시간에 흔히 다루는 문제이고, (그림2)는 지구과학과 관련된 문제이다.
여기서 작용하는 힘은 마찰력과 중력이다. 경사면을 따라 아래쪽으로 작용하는 힘의 크기는 경사가 클수록 크다. (그림1)에서 마찰력은 움직이는 동안 어디서나 일정하지만 (그림2)에서는 속력이 빠를수록 마찰력이 커진다.
(그림1)의 경우에는 언제나 마찰력보다 아래쪽으로 작용하는 힘이 더 크다. 미끄러져 내려오는 동안 물체는 계속 아래쪽으로 힘을 받기 때문에 속력도 점점 커져 아래쪽에 왔을 때 가장 빠른 속력을 가진다.
(그림2)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강물의 운동에는 마찰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곳에서 마찰력과 빗면을 따라 아래쪽으로 작용하는 중력성분이 같다. 경사가 커지면 아래쪽으로의 힘이 커서 속력이 빨라진다. 속력이 빨라지면 저항도 따라 커지기 때문에 결국 두 힘이 같아져 더이상 속력이 늘어나지 않는다.
만일 경사가 완만해진다면 작용하고 있던 저항력보다 아래쪽으로의 중력성분이 작아서 속력이 줄어든다. 속력이 줄면 저항력도 따라서 줄어들기 때문에 다시 두 힘은 같아진다. 결국 (그림2)에서 경사가 가장 급한 곳은 속력이 가장 빠른 지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림2)와 같은 경우를 더 많이 접한다. 일기도를 봐도 등압선 간격이 좁은 곳, 즉 기압의 경사가 급한 곳에서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분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늘 겪는 경험과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이 단원을 많은 학생들이 어렵게 생각한다. 이 단원에서 학생들이 가지기 쉬운 오류를 정리하면 (표1)과 같다.
공통과학은 과학적 개념체계를 다루는 것이 아닌, 소재중심의 탐구활동이다. 이 단원에서는 힘이 운동을 유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운동 상태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중심에서 겉돌게 되고 어려움만 느껴 흥미를 잃기가 쉽다.
그래프 해석
교육부에서 권장하는 대로 거의 모든 교과서들은 힘과 운동을 배울 때 주어진 자료를 통해 그 법칙을 찾아내게끔 꾸며져 있다. 그래프는 수집된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알기 쉽게 나타내 준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러한 그래프와 친숙하지 않아서 주어진 자료를 그래프로 나타내거나 주어진 그래프를 해석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우리는 거의 매일 여기저기서 통계자료를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서 살고 있다. 또 앞으로도 그래프를 수시로 작성하며 살게될지 모른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통해 그래프와 친숙해져서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 운전 방법을 모른다고 처음부터 자동차를 멀리하고 피하기만 한다면 평생 불편을 감수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림3)은 힘과 가속도의 관계를, (그림4)는 질량과 가속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둘 다 운동하는 물체의 다중섬광사진이다. 조명을 일정하게 깜박거리게 하고 노출을 길게 해 사진을 찍으면, 물체가 밝을 때만 필름이 감광되기 때문에 이와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를 보고 구간별 평균속력을 구해서 표와 그래프로 나타내자. 이렇게 구해진 속력-시간 그래프에서 가속도를 얻을 수 있다. (그림3)을 통해 힘이 변할 때마다 가속도를 구하면, 힘의 크기에 따른 가속도의 크기를 구할 수 있다. 이 그래프를 보면 힘과 가속도 사이의 관계를 한눈에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림4)에서는 질량과 가속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단 질량과 가속도의 관계를 알기 위해서 그래프의 가로축(x축)에 질량, 세로축(y축)에 가속도로 정할 것을 고집하지 말자. 이들을 제곱해 본다든지 제곱근을 구하거나 역수를 취하는 등 변화시켜 그래프가 직선이 되도록 조절하면 그 관계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처음 질량과 가속도의 그래프를 보면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대강 짐작해 볼수 있다. 예를 들어 행성 공전주기의 제곱은 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표2)와 같은 측정 자료가 있어도 (그림5)와 같이 단순히 거리에 대한 주기의 그래프로 나타내면 그 관계를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림6)과 같이 가로축을 거리의 세제곱, 세로축을 주기의 제곱으로 놓고 비교해 보면 그 관계가 명확해진다.
여기까지 읽어 오면서 힘과 가속도의 관계, 질량과 가속도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자. 만일 그렇지 않다면 모눈종이에다 계산한 수치를 연필로 그려 넣고 선을 이어보면서 위의 탐구활동을 직접 해보기 바란다.
(탐구문제1) 어떤 사과가 더 무거울까
힘과 질량, 가속도 사이의 관계를 잘 알고 있다면 다음 문제를 생각해 보자. 해설을 먼저 보지 말고 일단 문제를 읽은 뒤 책을 덮고 스스로 생각해 보자 .해설은 그저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는 데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과 두개 중에 어느 것이 더 무거운지 양손에 들어봐서 잘 모를 때, 몇번 위아래로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렇게 할까?
(해설) 그저 사과를 들고만 있으면 사과의 무게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즉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인력을 상쇄시키면서 들고 있으려면 얼마만큼의 힘이 필요한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반면 사과 두개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것은 바로 힘과 운동의 법칙을 응용하는 동작이다.
사과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은 가속도를 갖게 해서 이때 물체가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고집이 얼마나 센지 재보는 것이다. 물체가 자신의 운동상태를 잘 바꾸려고 하지 않는 '고집'을 관성이라고 한다. 관성은 질량이 클수록 크다. 결국 물체를 위아래로 들었다 내렸다 하는 동작은 물체의 무게를 알아보기보다 물체의 질량을 알아보는 행위이다.
(탐구문제2) 동물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동물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낟. 그러면서 먹이나 친구를 찾기도 하고, 때로는 적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기도 한다. 이들은 제각각 다른 방법으로 운동을 하며, 그 신체구조는 각자의 운동방식에 맞도록 꾸며져 있다. 그렇지만 동물들이 움직여가는 근본 원리는 모두 같다. 곧 무엇인가를 밀어내거나 끌어당긴다는 점이다. 동물들이 무엇인가를 밀어낼 때마다 반대방향으로 같은 크기의 힘을 받는다. 이것이 동물을 움직여가게 한다.
▲공중에서의 움직임 새나 곤충들은 날아다닌다. 또 날치와 박쥐처럼 물고기나 짐승 중에도 날 수 있는 종류가 있다. 날아다니는 동물들은 모두 날개나 그와 비슷한 것을 사용해 공기를 밀어내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다.
▲물속에서의 움직임 물속에 사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헤엄을 친다. 그렇지만 그들이 수영하는 방식은 약간씩 다르다. 물고기는 꼬리지느러미와 몸의 뒷부분을 이용해 물을 밀어낸다. 이 동작을 하기 위해서 물고기는 몸을 따라 나란하게 늘어선 긴 근육을 가지고 있다. 물고기가 물을 밀어내면 다시 물은 물고기를 반대방향으로 밀어낸다. 이렇게 해서 물고기는 앞으로 나아간다(그림7). 다음 문제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어항속의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자.
☆물고기의 몸은 물속 생활에 맞게끔 어떻게 꾸며져 있을까?
☆앞으로 나아갈 때 지느러미를 어떻게 움직일까?
☆멈추거나 방향을 바꿀 때 각 지느러미는 어떻게 움직일까?
이때 어떤 힘이 작용할까?
유글레나와 같은 원생생물은 채찍처럼 생긴 편모라는 꼬리로 물을 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오징어는 옆에 달린 지느러미를 사용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오징어는 옆에 달린 지느러미를 사용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위험이 닥치면 앞에 달려있는 깔대기로 물을 뿜어내면서 재빨리 뒤로 도망친다. 이 동작은 제트기가 날아가는 모습과 매우 닮았다(그림8).
▲땅위에서의 움직임 땅위에서 사는 동물이 움직이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다같이 적용되는 원리가 있다. 동물들은 대개 다리로 땅을 밀어낸다. 땅의 마찰력 때문에 땅은 다시 동물을 민다. 그렇게 해서 동물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동물들은 자신의 운동에 맞는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새는 날개가 있어서 날 수 있고, 물고기는 지느러미로 헤엄을 친다. 또 말에게는 달릴 수 있도록 네 다리가 있다. 모든 동물은 각자의 독특한 운동 방법에 적합한 구조로 돼 있다. 다음 문제를 보고 왜 그런지 생각해 보자.
포유류인데도 불구하고 물개는 땅에서 걸어다니는 대신 주로 물에서 헤엄을 친다.
물개는 수영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나?
캥거루와 박쥐와 오리는 움직이는데 적합한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나?
타조와 다람쥐와 사람은 움직이는데 적합한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나?
운동에 대한 힘의 법칙은 과학자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도, 모든 것이 잘 통제된 실험실에서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이 법칙은 우리 주변의 모든 운동하는 것에 다같이 적용된다. 다만 여러가지 힘이 한꺼번에 작용하기 때문에 다소 복잡할 따름이다. 주변에서 운동하는 것들이 어떤 힘을 받아서 그렇게 움직이는지 따져보면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