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사진 한 장이 온라인 공간을 달궜다. 2014년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시 사회를 맡은 방송인 엘런 드제너러스가 찍은 사진으로,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렌스, 브래드 피트, 줄리아로버츠 등 유명 배우들의 얼굴이 모두 담겼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셀카’라는 별칭이 붙었다.
과학계에도 그런 사진이 실제로 있다. 이를테면 아인슈타인, 막스 플랑크, 발터 네른스트, 로버트 밀리컨, 막스 폰 라우에 등 현대물리학을 연 거장들(모두 노벨상 수상자다)이 원탁에 둘러앉아 얘기하는 사진 같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눈길이 가게 마련인데, 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게 놀랍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들이 어떤 영감 넘치는 이야기를 했을지 몹시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우주의 통찰’은 2016년 현재 가장 첨단의 현대우주론을 이끄는 거장들이 다 모인 값비싼 사진 같은 책이다. 1996년 존 브록만이라는 편집자가 유명 과학자와 기업인, 작가 등이 학문적성과와 견해를 자유롭게 나누는 비공식 모임 ‘엣지재단(edge.org)’을 만들었는데, 몇 해 전부터는 여기서 오간 대화를 주제별로 엮어 책으로 내고 있다. 이 책은 ‘마음의 과학’, ‘컬처 쇼크’, ‘생각의 해부’에 이은 네번째 책으로, 우주론을 주제로 엮었다.
저자 명단은 입이 떡 벌어진다. 급팽창이론의 아버지 앨런 구스, (과학동아 2016년 2월호 서평에도 등장한) 리사 랜들, 끈이론의 거장 레너드 서스킨트,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 등이다. 이들의 대화는, 책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흐른다.
14장 ‘아인슈타인: 엣지 심포지엄’은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백미다. 브라이언 그린과 폴 스타인하르트, 그리고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2007년 여름 엣지 심포지엄에서 아인슈타인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21세기의 이론물리학을 어떻게 바라봤을지 자유롭게 토론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인하
르트와 그린은 끈이론을 두고 논쟁하기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그 대화를 눈 앞에서 듣는 듯해 가슴이 뛴다.
힉스입자가 발견되고 중력파가 검출되는 물리학의 황금시대, 기라성 같은 과학자들의 대화에 동참해 보는 건 어떨까. 강연문, 기고문, 대화문, 인터뷰 등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저자들을 만날수 있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가장 뛰어난 수학 저술가로 꼽히는 이언 스튜어트의 책 두 권이 동시에 나왔다. 그의 글을 읽으면, 사려 깊다는 느낌이 든다. 피타고라스 정리에서부터 슈뢰딩거 방정식까지, 시종일관 똑같이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풀어내는 방식 때문이다. 그 덕에, 책은 각각 400, 500쪽을 훌쩍 넘지만, 한번 마음을 빼앗기면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두 책을 비교해 보는 건 또 다른 재미다. 항목은 비슷한데,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에서는 특정 방정식 자체가 왜 중요한지에 중점을 둔 반면, ‘수학사 강의’에서는 방정식이 나온 배경에 집중한다. 수식은 후자에서 더 많이 등장한다. 세상 곳곳에 스며든 수학의 큰 틀을 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기자는 종종 ‘과학감수성’이라는 단어를 쓴다. 어색하지만, 감수성의 사전적 의미가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니 딱히 안 되는 말도 아니다. 이 책의 제목에 확 끌린 건, 저자가 과학감수성이 풍부한 것 같아서다.
그런데 저자 소개는 반전.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20년 넘게 과학 외 분야 기자로 일했다. 저자는 “좋아하는 SF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 과학책을 읽기 시작해 그 매력에 푹 빠졌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고,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에 갔을 땐 감동도 느꼈단다. 단순한 서평 모음집이 아니라, 한 사람이 과학감수성을 키워가는 과정이 담긴 책이다.
물론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이기도 하다. 누가 그랬다. 독서란, 어떤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 다음에 읽을 책을 정하는 과정 그자체라고. 과학책이 읽고 싶지만 선뜻 그러지 못했던 외로운 독자들에게 이 책이 출발점이 돼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