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1세기 연금술, 인공원소 합성 112번까지 성공

우주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는 아직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가 몇 개인지 모른다.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수천년 동안 계속돼 온 원소발견은 이제 없는 원소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화학교과서 맨 앞장이나 뒷장에는 원소 주기율표라는 것이 있다. 현재 이 주기율표에는 화학원소의 특성에따라 수소부터 로렌슘까지 1백3개의 원소가 배열돼 있다. 그러나 세상에 알려진 원소는 최근에 발견된 원소를 합해 총1백12개가 된다. 1백4번 원소부터 9개의 원소가 아직 주기율표에 올라와 있지 않은 이유는 이름과 화학기호(예로 산소는 이름이고 기호는 O)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이름처럼 원소의 이름도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원소의 어원은 매우 다양하다. 특정금속에 많이 나오는 곳의 지명을 딴다든가, 원소의 특성(색깔 냄새 등)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고, 발견자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아메리슘 버클륨 칼리포르늄에서는 지명을, 아인시타이늄 페르뮴 멘델레븀 노벨륨 로렌슘에서는 과학자 이름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백4번 원소의 작명부터는 문제가 생겼다. 국제 순수 및 응용화학연합회(IUPAC)와 미국화학학회(ACS)가 서로 다르게 이름을 지은 것이다(표). IUPAC의 원소명명위원회의 위원인 진종식교수(서강대)는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학자들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원소에 생존해 있는 사람이름을 붙여 명예를 주는 것을 꺼려한다" 면서 "개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자는 미국학자들의 의견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전한다. IUPAC에서는 오는 5월말 1백9번째 원소까지 이름을 공식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1백9번 원소까지 이름이 확정되면 주기율표는 6명의 식구가 늘어나게되는데 7주기 4족부터 새원소가 나열된다.

건초더미에서 바늘찾기
 

입자가속기 장치 내부 가운데 관의 가는 통로로 원자가 가속된다.
 

1896년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만든 후 1900년 정도까지 주기율표는 거의 채워졌다. 주기율표에 남아있는 몇 개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이미 그 자리에 맞는 원소들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대부분 방사성 원소인 이 원소들은 수명이 짧아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이다.

주기율표가 완성되면서 일부 과학자들은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원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우라늄은 지상에 존재하는 제일 무거운 원소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초우라늄원소를 만들기 시작했고 어떤 원소가 나올 것인지를 예측할 수도 있게 됐다.

오늘날 새로 발견되고 있는 원소들은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원소로 인공합성된 것이다. 지난 2월에 발견된 1백12번 원소도 아연원자를 빠른속도로 납원자에 충돌시켜 만들었다. 엿을 녹이는데 에너지가 필요하듯 서로 다른 원자를 융합하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먼저 한 개의 금속원자를 만드는 방법을 얘기해 보자. 금속원자는 금속덩어리에서 그냥 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금속덩어리를 5천℃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해 금속기체를 만들어 얻는다. 이렇게 얻은 원자는 고주파 가속장치에서 속도를 얻고, 원소 융합에 필요한 에너지는 입자가속기 안에서 가속시켜 얻는다. 원자융합에는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자의 속도는 매우 빨리 가속돼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원자와 융합을 해 새로운 원소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에 맞는 속도를 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아연원자는 초당 3만km의 속도로 5×${10}^{18}$번이나 납원자에 부딪쳐야 했다.

새로 융합된 원소는 속도필터를 통과한다. 이 필터에서 새로운 원소를 가려내는데, 전기장과 자기장이 교묘하게 평형을 이루고 있어 특정속도를 가진 원소(미리 계산된 새원소의 속도)만 통과가 가능하다. 필터를 통과했다고 해서 모두가 다 새로운 원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검증단계를 거쳐야 한다.

일단 새원소가 만들어지면 같은 방법으로 여러번 실험을 해서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이미 예측된 대로 붕괴가 돼야 새원소로 확정된다.
 

(그림)112번 원소의 붕괴사슬^헬륨핵을 방출하는 알파붕괴는 초우라늄원소의 특성이다.'
 

마법의 원소를 찾아서

현재 가장 무거운 원소인 1백12번 원소를 만든 독일중이온연구소(GSI)는 초우라늄원소를 만든 경험이 풍부한 연구소다. 1백7번부터 6개의 새원소가 모두 GSI의 작품. 이 연구소에서는 현재 마법의 원소라 불리는 1백14번 원소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고 곧 희소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뱅 이후 소립자가 만들어지고 원소가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에서는 우주에 존재할 수 있는 원소가 1백14개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1백14번을 마법의 원소(magic element)라고 한다.

현재 발견되고 있는 초우라늄원소는 매우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로서 그 수명이 몇십만분의 몇초에 불과한 것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실생활에는 별 쓸모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구조를 이해하고 원자의 구조와 생성원리, 더 나아가서는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원소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원소가 붕괴되는 과정을 역으로 계산한 학자들은 114-116번까지 원소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또 어떤 학자들은 불안정한 원소주기를 넘어서면 안정한 새원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지막 원소가 발견될 때까지 과학자들은 원소의 바다를 계속 항해할 것이 확실하다.
 

(표)서로 다르게 붙인 초우라늄원소의 이름
 

인터넷에서 정보찾기

GSI연구소
http://www.gsi.de
주기율표
http://www.shet.ac.uk:80/~chem/web-elements
http://www.cchem.berkeley.edu/Table
http://steele.isgs.uiuc.edu/pt
http://www-c8.lanl.gov/infosys/html/periodic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곽수진 기자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물리학
  • 천문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