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자연과 대화하는 전설의 소녀

1월 9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장장 3시간에 걸쳐 두번째 방담회가 진행됐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인지 감독의 철학이나 사상에 대해 논의하는 등 시종일관 색다르고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다. 환경과 생태 문제를 다루는 영화로 알려진 만큼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생태학 박사인 강신규씨가 전문가로 참석했으며, SF 영화 평론가인 박상준씨, 딴지일보의 노성래씨가 함께 했다. 다양한 주제와 철학, 자연과 문명의 결합,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 그 속의 바람계곡으로 함께 떠나보자.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거대 산업 문명이 붕괴되고 1천년이 흐른 후. 지구는 황폐해진 대지와 썩은 바다, 부해라 불리는 유독한 독기를 내뿜는 균류의 숲으로 오염된다. 자연과 대화하는 능력을 지닌 소녀 나우시카와 바람계곡의 사람들은 부해의 숲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공동체를 이뤄 나름대로의 생활을 꾸려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군사 국가인 토르메키아의 대형 비행선이 바람계곡에 추락한다. 불타버린 비행선에는 도시 국가 페지테에서 탈취한 거신병의 알이 실려 있었다. 거신병은 과거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태워버린 불의 거인. 토르메키아의 여왕 크사나는 바람계곡을 점령하고, 거신병을 부활시켜 지구의 포자식물과 곤충을 불로 태워버리고, 지구에 다시 문명을 일으키려는 음모를 꾸미는데….

상준_ 나우시카가 오래된 작품이긴 하지만 할 얘기는 많을 것 같아요.

미경_ 이 작품이 7권의 만화책으로도 있다던데….

상준_ 네. 나우시카는 연재 만화가 진행되는 도중에 만들어진 겁니다. 1권과 2권이 영화에서 다뤄진 것 같아요. 오무도 사실 유전공학과 생물공학이 만들어낸 생물이라고 나오구요.

미경_ 만화책보다 영화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을 찾아본다면 뭐가 있을까요?

상준_ 저는 이 작품에서 나오는 환경이 대기 밀도가 높게 설정됐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메베’라는 비행선이 날개는 작은데, 동체가 비정상적으로 크잖아요. 대기 밀도가 높으니까 작은 날개로도 비행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훈기_ 굉장한 걸 발견하셨네요. ^^

상준_ 나사에서 화성탐사선을 발사할 때 보면 화성에서 띄워지는 탐사선 날개의 면적이 큽니다. 화성의 공기밀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죠. 그 대신 지구보다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일단 공중에 뜨면 비행하는 비용이나 힘이 적게 듭니다.

훈기_ 저는 오히려 그것보다 생체모방공학이 떠오르더라구요.

홍재_ 듣고 보니 나우시카에 나오는 비행기들이 곤충처럼 생겼군요.

훈기_ 맞아요. 곤충이 효율적으로 나는 모습을 모방해서 자연친화적으로 비행기의 모습을 창조한 것은 아닐까요. 곤충과 닮은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쩜 만화적인 설정일 수도 있겠구요.

성래_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비행기 마니아입니다. 하야오 감독의 큰아버지가 비행기 공장을 했다고 해요. 코난이나 붉은 돼지 등 다른 작품을 봐도 그런데, 그의 작품에선 주로 2차대전 당시의 비행기 디자인이 나와요. 그분의 취향인 것 같아요.

성환_ 맞아요. 미래지만 과거 비행기와 유사하잖아요. 하야오 감독은 만화가가 되기 전에도 비행기를 열심히 그렸다고 합니다. 그것보다 미야자키 작품에는 창공이나 숲이 꼭 등장하던데…. 어떤 자료를 보니까 조협수립문화론이라는 말도 있더라구요. 들어보셨나요?

강박사_ 원시식물대를 말하신 것 같은데요. 영화에서도 원시식물대와 기후대가 비슷해서 식물들이 비슷하게 자랄 수 있었고, 비슷한 생활패턴으로 살아간 것 같아요.

성환_ 영화 속의 배경을 따져 봤을 때 지역적으로 어디쯤인지 궁금해요. 지형이나 식물의 특성으로 추측해보면 대충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일본 같기도 하지만 사막이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강박사_ 부해가 퍼져나가는 모습은 마치 사막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부해의 실체를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포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봐서 곰팡이 종류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성환_ 부해라는 이름은 포자에서 나오는 유독성 가스가 바다처럼 보여서 붙여진 거잖아요. 부해가 나무를 변형시켜 최후의 결정이 되면 오염 물질을 빨아들여 정화시키는 필터역할을 하게 되는거구요.

성래_ 궁금한 게 있어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인류의 숫자는 어떻게 되나요?

강박사_ 글쎄요. 무슨 말씀이신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데….

성래_ 예를 들어 50억의 인구는 경제의 어느 부분만 무너져도 지탱할 수 없다고 해요. 자연적으로 인구를 지탱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성환_ 그 얘기를 들으니까 숫자가 늘어나면 계곡으로 뛰어들어 조절하는 ‘레밍스’가 생각나네요. 일본에서도 들쥐떼가 먹이가 없어서 도시로 질주하는 그런 소설이 있었고….

성래_ 저도 그걸 봤어요. 대나무 얘기부터 시작하는데 60년 만에 꽃을 피우고 엄청난 열매를 맺어 쥐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쥐들이 먹이가 없으니까 도시로 밀려와 인류가 위협에 처하는 내용이었죠.

강박사_ 그 개념이 생태학 용어로 수용 능력이죠. 예를 들어 한 지역에 사슴 몇마리가 살고 있고, 몇마리까지 기를 수 있는지를 추정하는 것입니다.

찬영_ 사람에게 적용할 순 없잖아요.

강박사_ 물론 사람의 경우는 단순화시켜서 이야기하기 힘들죠. 동물들은 먹을 자원이 없어 굶어죽을 경우나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너무 적어서 유전적으로 열성이 될 경우가 있지만.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중 한 장면


성래_ 제가 물어본 것은 문명이 부양할 수 있는 인류의 수가 아니고, 자연이 부양할 수 있는 인류의 수인데요.

성환_ 우리가 자연에 의지해서 살아야 한다면 질문의 답이 나오겠지만 인간은 문명과 더불어 살잖아요. 이를테면 동물들이 0.5평방미터에 한마리가 산다면 인간은 아파트라는 곳에서 수많은 인원이 살 수 있듯이.

미경_ 나우시카가 신화에 나오는 인물을 대표한다면서요.

성환_ 그렇잖아도 신화에 나온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오디세이에서 나오더라구요. 섬나라 파케이야의 알키노스라는 왕의 딸이던데…. 이름을 왜 따왔는지 궁금하던데, 어떤 큰 의미가 있나요?

성래_ 제가 듣기로는 남의 말을 들어주고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강한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나우시카를 설정했다고 하더라구요. 오디세이를 이해하고 받아준 신화 속 이야기처럼 말이죠.

훈기_ 나우시카라는 발음이 일본스럽기 때문 아닐까요.

성환_ 그럴수도 있겠군요. 일본말이 대체로 받침이 없으니까 일본적인 특성을 고려할 수도 있는 거겠죠. 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유럽에 대한 진한 동경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의문을 가져봤어요. 일본이라는 나라가 옛날부터 유럽이나 미국에 대한 동경이 있다고 하잖아요. 영화에 등장하는 복장이나 성, 풍차 등에서 일본보다는 유럽의 느낌이 나더라구요.

찬영_ 복장을 보면 네덜란드 비슷한 것 같아요.

성환_ 프란다스의 개도 그 계열일 것 같아요. 또 하나 궁금한 점이 있는데…. 세라믹은 사기 아닌가요? 세라믹으로 어떻게 칼을 만들죠?

상준_ 그 세계에서의 주요 자원은 지하에서 발굴한 고대 유물이라는 설정이 만화책에 나옵니다. 비행체도 지하에서 발굴한 것을 보조해 쓰는 설정이 나오구요. 세라믹이나 신소재도 지하에서 발굴한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죠.

성환_ 만화려니 한다면 얘기가 싱거우니까 기술 수준으로 얘기해보죠. 영화에서 나오는 머신건이나 비행기 또는 탱크 등의 기술 차이가 너무 큰 건 아닌가요.

상준_ 이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들은 발명한 게 아니고 과거의 유물을 발굴한 것입니다. 그렇게 이해한다면 간단하지 않을까요.

성환_ 하지만 기술 수준이 훨씬 뛰어난 것이 나오잖아요. 예를 들어 생체로봇인 거신병처럼 말이죠.

상준_ 거신병은 핵폭탄처럼 위험한 물질 문명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나온 것 같아요.

훈기_ 앞으로도 생태적으로 희귀한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잖아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신종의 출현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여쭙고 싶네요.

강박사_ 거기에 관련된 재미있는 견해를 편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의 구도 안에서는 인간이 자연 생태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생명체와 위치가 같다고 해요.

성래_ 돌연변이말고 황소 개구리와 남산의 야생 개구리가 우리나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습니까.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 생태계에 흡수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곳에서는 파괴만 하고있다고 하죠.

강박사_ 도입종을 말하는 것인데 그 과정은 인위적이죠. 새로운 종이 나타났을 때 균형이 잡힌 생태계라면 먹이망에서 생물들이 균형있는 규모로 존재하게 됩니다. 하지만 도입종 같은 경우 천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새로운 도입종은 생태계 구조를 본질적으로 바꾸죠.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훈기_ 인간의 관점에서 얘기하는 것 아닐까요. 얼핏보면 감독의 의도는 생태주의, 자연주의, 생태계 질서를 표방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우시카는 돌연변이로 보이는 오무와 교감하고, 오무 새끼를 죽이려고 할 때 죽이면 안되다고도 하잖아요. 무슨 변화를 하건 생명체를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얘기하는 것 같아요. 무질서한 것도 받아들이려 하고…. 예를 들어 환경오염으로 인한 돌연변이를 사랑하는 것도 생태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까.

강박사_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근본 생태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훈기_ 변화된 자연을 근본 생태주의자가 좋아하나요? 자연 그대로를 좋아하지 않을까요.

강박사_ 어쩔 수 없는 상황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지만 나우시카의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그녀의 생각이 근본 생태주의자의 사고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곤충들이 악하게 나오는 것 같지 않아요.

미경_ 하지만 외양은 무섭게 생겼잖아요.

찬영_ 나우시카는 귀엽다고 하던데요.

강박사_ 피해를 주면 흥분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친근하죠. 인간에게 1차적인 적은 곤충이 아니라 부해인데 그 부해를 없애기 위해 곤충이라는 2차적인 적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성환_ 오무의 정확한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새끼 한마리 때문에 떼거지로 몰려가서 분노를 표현하기도 하고….

미경_ 그래도 감정은 있잖아요.

성래_ 그런 집단감정은 억지로 끼워 맞추면 됩니다. 진화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집단은 복수심이 있는 집단이라는 이론이 있더라구요. 복수를 하지 않는 집단은 자연 도태되고, 살아남는 집단은 조금만 자극해도 복수를 하는 집단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강박사_ 오무가 영적인 곤충으로 나오지 않나요. 촉수 같은 것이 나오면서 그 사람에게 뭔가 과거를 회상시켜 주는 능력을 갖고 있는 상징적인 곤충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성환_ 전지전능한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한마리만 그런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무리를 이루는 곤충, 벌이나 개미를 보면 여왕이라는 리더가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무리를 이끌잖아요.

미경_ 이 영화에는 종교, 특히 기독교의 냄새가 많이 풍긴다고 하는데….

성환_ 토르메키아는 로마처럼 무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려 하잖아요. 그리고 나우시카는 메시아로 등장하고 죽은 후 부활해서 세계를 구하려는 상징이 보이죠.

홍재_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는 부정적인 인간상을 많이 표현하다가 진리를 깨우쳐주는 한명의 선구자가 나오는 설정이 많은 것 같아요.

성환_ 미야자키가 좌익이었다고 해요. 큰아버지의 공장장이 아버지여서 뇌물 주는 것을 어릴 때부터 봤고, 존경할 수 없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은연중에 공산주의 사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성래_ 하지만 그 당시 지식인의 90%는 좌익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일제시대만 봐도 지식인은 친일파 아니면 거의 좌익이었다고 해요. 좌익 성향과 작품을 연결하기는 무리가 아닐까요.

성환_ 구체적인 공산주의가 아닌 원시적 공산주의죠. 공동생산과 공동분배, 그리고 공동체적인 생활은 미야자키의 다른 작품에서도 충분히 보여지고 있고요.

훈기_ 오염된 돌연변이를 사랑하는 등 현재 인간의 사고로는 따라갈 수 없는 줄거리를 만들어낸 것이 놀라왔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메시지를 받았어요. 나우시카와 같은 신적 존재가 없다면 이 세상은 끝이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나우시카와 바람계곡 마을이 우리의 해답일까요.

강박사_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사회 생태학자들이죠. 소규모 공동체 같은거요. 전체적인 생태주의의 흐름에서 보면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진 않아요.

훈기_ 나우시카 같은 초인적인 존재가 없으면 그런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겠죠.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어떤 철학이나 카리스마가 있는 영웅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그런 이유 때문에 소규모 공동체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져요. 거대한 힘에 의한 흔들림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게 유토피아가 될 수 없을 테니까요. 영화에서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해답을 낸 것이 아닌지.

강박사_ 생태적으로 건전한 사회는 가까이 가려고 할 뿐이지 도달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가능한 한 자연 친화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인데 지금의 사회체제가 그런 부분하고 맞지 않으니까요. 바람계곡 모습은 조그만 지역에서 적당한 인구, 자연과 인간, 인간 안에서의 사랑으로 바탕이 이뤄지는 이상적인 마을인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하야오 감독의 마음 속에 있지 않을까요.

상준_ 하야오 감독의 영화에는 악인이면 절대 악인이라는 명확한 캐릭터가 나오지 않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하고 다르죠. 명확한 해피엔드나 바람직한 뭔가를 제시하는 것도 아니구요. 이 영화는 생태주의나 자연친화적 얘기를 많이 담고 있지만 굳이 거기에서 대안이나 명확한 메시지를 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결국은 장밋빛 결말이 펼쳐지지 않는 오픈 엔딩으로 끝나잖아요.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린 아이들이 보기엔 어려운 영화일 것 같기도 합니다.


부해에 살며 독성의 균사를 옮기는 거대 곤충, 오무.


미경_ 영화에서 나우시카의 분홍색 옷이 어느 순간 파란색으로 바뀌던데 그건 어떻게 된 건가요.

상준_ 분홍색 옷이 오무의 피를 뒤집어써서 파랗게 물든 것이죠. 어린 오무가 매달려가면서 피를 계속 뿜는 과정에서 물든 것입니다. 나우시카 신화에서 ‘황금 벌판에서 파란옷을 입고 있다’는 얘기와 결부되기도 하구요. 바쁘시겠지만 나중에 만화책도 한번 보시길 원해요. 뒤로 가면서 생태주의적 메시지보다는 문명 서사시를 보는 것 같아요.

성환_ 하야오 감독도 만화를 연재하면서도 자기 스스로 잘 알지 못하는 결말을 얘기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어떻게 처리해야될지 몰라서 죽을 맛이라고 했다더군요. 연재를 중단했다 이어갔다를 반복하면서 스스로도 버거웠다고 해요.

성래_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잖아요. SF물은 항상 엔지니어 부분과 디자인 부분이 싸우는 것 같아요. 영화나 소설은 엔지니어에 치중하고, 애니메이션은 디자인에 치중하는데 우리들의 얘기가 엔지니어에 치우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쉽네요.
하야오 감독의 마니아가 많은 상태에서 이런 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반발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하구요.

성환_ 저도 하야오 마니아입니다. 일본에 갈 때마다 하야오의 애니매이션은 다 사오죠. 사실 그동안의 평가는 거의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통해 하야오를 다른 각도로 보자는 것입니다. 하야오 팬들도 이렇게 다른 얘기도 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홍재_ 저는 이 작품을 무척 재미있게 봤어요. 제 생각으로는 생태에 관심을 갖게 한 애니메이션이 확실해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성래_ 저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수준이 부럽더라구요. 로봇에서도 벌써 생체적인 개념을 생각하잖아요.
다른 나라에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해서 싸우는 애니메이션을 등장시킬 시점에 일본의 애니메이션 작가들은 신화, 생태학, 환경을 생각했다는 것이 놀랍지 않나요.

성환_ 그건 좀 다른 관점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일본의 만화가 발전하게 된 기반은 다르죠.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엔 똑똑한 학생운동권 세대들이 일류 상사에서 거부당하고 결국 마이너 산업인 만화계로 많이 들어갔다고 해요. 애로나 포르노도 포함되구요. 만화만 해도 유능한 만화 담당 기자들이 기획을 같이 해줍니다. 사회적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저는 하야오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개봉됐으면 좋겠어요.

강박사_ 저는 이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많은 생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쉽게 생각해보면 토양이 정화 작용에 작용한다는 점도 영화 속에 포함돼 있잖아요. 생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써 환경과 관련된 정말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찬영_ 만화를 볼 때는 과학적 측면에서 안보고 그냥 훑어봤는데 이런 얘기를 듣고 나니 놓친 것이 많다고 생각되네요. 저는 이 영화에서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졌어요. 여성의 힘이 얼마나 큰지…. 사실 생태학에서도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중시하잖아요. 그만큼 환경 문제를 여성주의적 대안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미경_ 눈물, 사랑과 감동, 여성성 등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찬영씨의 말처럼 저도 이 작품에서 여성들이 많이 부각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게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표현되잖아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나우시카를 비롯해 남성의 역할까지 해내는 여성들의 강인한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이 기억에 남네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화면을 꼽아보자면 파란 하늘과 뭉게 구름이었구요. 높게 솟구치는 나우시카의 메베도 머리 속에 선합니다. 조만간 7권의 만화를 꼭 보고 싶어요.

애니메인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는 단순히 애니메이션 감독이 아닌 사상가나 시인, 또는 철학자로 인식돼 있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하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미래에 대한 메시지는 그만큼 설득력이 크며 전 세계인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야자키 작품 전편에 흐르는 무국적인 배경이나 시대성, 기괴한 생물들은 인상적이다. 미야자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초자유의 표현에서 다른 창작자들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을 창조하고 있다.

대표작

 

천공의 성 라퓨타

1986년작/극장용 장편/2시간 4분
‘걸리버 이야기’ 제3장에 나오는 ‘공중성 라퓨타 제국’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연출력을 결합시켜 만든 모험 활극이다. 스펙타클한 액션에 기계문명과 독재체제의 비판이라는 무거운 테마를 더했다. 미야자키의 다양한 작품 중 하늘의 고도감을 가장 잘 나타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일본에서 ‘라퓨타 신드롬’(왠지 모르게 하늘을 보게 되는 증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웃의 토토로

1988년작/극장용 장편/1시간 28분
1960년대 일본의 농촌을 배경으로 어린 자매와 숲의 정령들의 교류를 그린 작품.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1위에 뽑힐 정도로 폭넓은 지지층이 있으며, 아시아, 유럽, 미국 등 국외에서도 크게 히트한 작품이다. 나무와 풀의 정확한 묘사, 풍토나 계절감의 표현 등을 통해 누구나 그립게 느끼는 보통 일본의 풍경을 묘사했으며,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연상케 하는 일상 생활의 묘사를 통해 친밀감과 편안함을 더해준다.

꼬마배달부 마녀 키키

1989년작/극장용 장편/1시간 53분
카쿠노 에이코 원작의 아동 문학을 애니매이션화한 작품. 사춘기 소녀의 미묘한 심리묘사를 키키를 통해 탁월하게 포착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해외 로케이션을 통해 그린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유럽식의 고풍스런 시가지 모습이 인상적이며, 자유롭고 고급스러운 미야자키의 비행 묘사가 일품이다.

붉은 돼지

1992년작/극장용 장편/1시간 33분
미야자키가 월간 모델 그래픽스에 연재했던 '비행정 시대'를 원작으로 스스로 중년이 된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는 자전적 성격의 비행 대활극. 제1차 세계대전 후의 공허한 시대 상황을 뛰어나게 묘사했으며, 비행기들의 박진감 넘치는 공중전 장면에서는 미야자키의 취미와 역량이 유감없이 보여진다. 생텍쥐페리 등 실제 모험 비행사들의 이야기적 요소도 발견할 수 있다.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1997년작/극장용 장편/2시간 15분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그간 미야자키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잔인한 장면들이 묘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연 파괴와 남녀 차별에 대한 비판, 병에 의한 차별의 괴로움 등 메시지와 주제 의식도 다각도에서 다뤄지며, 인간의 욕심을 나무라는 내용과 결국 공생만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암시한다. 특히 제작의 기술적인 면에서 그동안 미야자키 자신이 꺼려왔던 컴퓨터 그래픽을 대폭 수용해 극도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활극을 보여준다.

미래소년 코난

제작/닛폰애니메이션, 1978년작/전26편
NHK 최초의 시리즈물로 미야자키가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 알렉산더 케이의 소설 '남겨진 사람들'을 개작해 과학의 발달에서 오는 지구의 암울한 미래상과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

그 외 작품들

루팡 3세 카리오스트로 성, 엄마찾아 삼만리 등

200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만화

    박찬영
  • 진행

    장미경 기자

🎓️ 진로 추천

  • 문화콘텐츠학
  • 환경학·환경공학
  • 미술·디자인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