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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와이파이 기능을 켜면 무선 인터넷 신호를 제공하는 핫스폿(또는 AP, 액세스포인트)이 여러 개 잡힌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공용 와이파이를 비롯해 근처 상가나 가정에서 설치한 AP까지 많게는 수십 개가 뜰 때도 있다. 그러나 속 시원하게 인터넷에 접속되는 AP를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AP가 너무 많아서, 접속하려는 스마트폰 단말기가 너무 많아서라고 하는데 설명이 신통치 않다. 우선 와이파이가 뭔지 알아보자.
돈 안 드는 무선 인터넷? …와이파이의 정체
와이파이는 무선 주파수를 이용한 데이터 통신 기술이다. 보다 큰 의미인 근거리 무선 통신(WLAN, Wireless Local Area Network)의 한 종류다. 흔히 쓰는 블루투스도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와이파이 기술을 인증해 주는 기관인 와이파이얼라이언스(WiFi Alliance)의 상표명인 와이파이가 그대로 기술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국제전기전자학회(IEEE)가 무선통신에 관한 표준을 정하는데 여기서 정한 IEEE 802.11 기반의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을 일컫는다. 와이파이 통신을 하려면 인터넷에 데이터를 전달해주는 AP와 노트북·스마트폰과 같이 인터넷 서비스를 받는 단말기가 필요하다.
기술 인증과 표준을 정하는 이유는 뭘까. 통신 장비와 단말기의 호환을 위해서다. 표준이 없고 인증을 받지 않는 제품이 넘쳐 나면 서로 호환이 되지 않아 통신이 이뤄지기 어렵다.
근거리 무선 통신인 와이파이는 제한된 지역에서 특정한 주파수의 전파를 통해 데이터 통신을 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와이파이는 수십 m 범위에서 통신이 가능한데 최근에는 통신이 가능한 지역이 1km에 가까운 슈퍼와이파이도 등장했다.
근거리 무선 통신인 와이파이와 3G, LTE 등 이동통신사가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3G, LTE는 셀룰러 통신 기술이다. 넓은 서비스 지역을 세포(셀) 형태로 분리해 특정 주파수만으로 통신하는 것이다. 데이터 신호가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기지국을 바꿔 가며 통신한다. 지역(셀)을 바꿔도 안정적으로 끊기지 않고 통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최성현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셀룰러 통신은 사업자가 주파수 이용권을 사서 중앙집중식으로 통신을 관리하는 데 비해 와이파이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비면허 주파수 대역을 이용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와이파이의 통신 품질에 관한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누구도 관리하지 않는 와이파이
셀룰러 통신에서 중앙집중식으로 통신을 관리한다는 의미는 뭘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통신 전문 용어 ‘매체접근제어(MAC, Media Access Control)’의 개념을 살펴보자. 두 사람이 동일한 주파수를 통해 데이터를 동시에 전송하면 충돌이 일어나 통신이 실패할 수 있다. 이것이 통신 간섭 현상이다. 이 현상을 막는 것이 바로 MAC 프로토콜 기반의 소프트웨어다.
셀룰러 통신에서 MAC프로토콜은 기지국이 담당한다. 어떤 단말기가 언제, 어느 정도 용량의 데이터를 요청했는지 계산해 이를 언제 처리하라고 제어한다. 수많은 전송 요청을 기지국이 MAC프로토콜에 따라 순간적으로 처리해내는 것이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질 좋은 셀룰러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파수 이용 권리를 사야 하고 지역 단위의 기지국 및 MAC프로토콜과 같은 통신 제어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이동통신 사업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셀룰러 통신의 기지국 역할을 와이파이 통신에서는 AP가 담당한다. 그러나 기지국의 MAC 프로토콜이 담당하는 일은 와이파이 AP가 아니
라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기가 직접 한다. 중앙집중식이라기보다는 분산 방식이다. 집에서 누구나 인터넷 공유기를 꽂기만 하면 와이파이 통신이 이뤄지는 이유도 복잡한 제어 시스템 기능이 공유기(AP)에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셀룰러 통신은 관리와 제어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통신이 끊기지 않는다. 하지만 와이파이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신 통신 간섭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 스마트폰끼리 알아서 데이터 통신을 관리해 주는 분산 방식이 왜 통신 간섭을 일으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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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주파수 대역과 제한된 채널 수
무선 통신을 하는 데는 특정 주파수를 바탕으로 한 전송대역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와이파이 통신 표준이 쓰는 주파수 대역은 2.4GHz(기가 헤르츠)다. 무선 인터넷 공유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IEEE 802.11n 기술이 이용하는 주파수 대역이다(802.11n 표준 주파수 대역 중에 5GHz도 있다. 뒤에 설명한다).
그런데 2.4GHz는 일종의 대표 주파수일 뿐 전송 대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확히 따지면 2.4GHz를 사용하는 와이파이의 전송 대역은 2.4~2.4835GHz(2400~2483.5MHz)다. 특정 라디오 방송 주파수가 FM 100.5MHz일 때 100.55나 100.45에서도 방송이 들리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사실상 전송대역으로 볼 때 83.5MHz가 숨어 있는 셈이다.
이 전송대역 내에서 데이터 신호가 오고가는 통로가 기술적으로 생기는데 이를 채널이라고 한다. 와이파이 채널 하나는 20MHz의 전송대역을 차지한다. 이 때 채널과 채널 사이의 전송 대역 간격은 약 5MHz다. 83MHz의 전송대역에서 겹치는 주파수 대역의 채널을 모두 합치면 13개의 채널(1~13번 채널)이 생긴다. 중첩되지 않는 독립된 채널은 4개(1, 5, 9, 13번 채널)가 나온다.
와이파이 통신 기술의 특성과 전송대역이 겹치는 현상이 통신 간섭 현상의 기본적인 원인이다. 이 때문에 와이파이 품질이 나쁘거나 안테나 표시는 있는데도 정작 인터넷이 잘 실행되지 않는 것이다. 최성현 서울대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하철역 등 핫스팟(hotspot) 지역에서 쓰는 공용 와이파이의 경우 1번, 5번, 9번, 13번 채널만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해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전송대역이 겹치지 않은 채널에서만 통신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 품질이 나빠지는 것은 사용할 수 있는 채널 개수가 워낙 적고 이웃하는 타 통신사의 AP가 동일한 전송대역의 채널을 쓰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최근에는 5GHz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5GHz 주파수를 이용하면 겹치지 않는 채널이 19개 가량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통신 간섭을 줄일 수 있다. 5GHz 기술이 활성화하면 보다 나은 와이파이 통신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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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똑똑한 와이파이 없을까
5G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와이파이 장비나 단말기가 많아지면 분명 통신 성능이 좋아진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과학기술계의 숙제다. 대표적인 게 ‘비컨(beacon)’과 ‘히든터미널(hidden terminal)’이다.
여기저기에 흩어진 AP는 끊임없이 스마트폰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통신이 가능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신호인데 이를 비컨이라고 한다. AP는 보통 약 0.1초(102.4ms)마다 한 번씩 비컨을 보낸다. 만일 주변에 동일한 채널을 쓰면서 비컨을 보내는 AP가 수십 개가 있다면 비컨을 보내는데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정작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2.4GHz 전송대역의 채널을 4개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같은 지역에 AP가60개가 있다면 한 채널에 평균 15개의 AP가 몰린다. 이 경우 각 채널마다 비컨 전송을 하는데 30% 이상의 시간을 사용하게 되며, 각 AP에 이미 접속된 스마트폰들까지 포함하면 네트워크는 더욱 복잡해진다.
분산방식의 와이파이의 큰 문제점의 하나는 ‘히든터미널’ 문제이다.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서 분산적으로 동작하는 AP나 스마트폰들이 서로의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고 동시에 전송해 신호가 충돌하게 되는 문제를 의미한다. 한 채널에서 동작하는 AP와 스마트폰들이 많이 있을 경우 이러한 히든터미널 문제 때문에 통신의 성능이 많이 나빠지는 것으로 예측된다.
와이파이 통신은 분명히 장점이 많다. 누구나 쉽게 무료로 접근할 수 있으며 AP와 단말기가 스스로 신호를 주고받아 복잡한 관리도 필요 없다. 하지만 보다 나은 통신 품질을 위해서 풀어야 할 기술적 문제도 있다. 속 시원하게 터지는 똑똑한 와이파이를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최 교수는 “5GHz 와이파이 시대가 되면 분명 나아지겠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며 “더 좋은 장비와 스마트폰이 짧은 주기로 나오고 있는데 점점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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