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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이 본 동양의 생약

마늘 콜레스테롤 제거, 인삼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강화, 은행 발암물질 제거·알츠하이머병 치료

요즘 한의학과 한약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서양인들도 동양의 식물약제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아직은 의혹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지만 과학적 분석을 통해 '신비의 베일' 을 벗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글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뉴사이언디스트지에 게재된 원고 (글 · 캐시 시어즈)를 요약 소개한 것이다.

한때 수백만의 사람들이 흡혈귀를 막기 위해 마늘을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미신이 이제 과학적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마늘에 들어있는 화합물인 알리신이 콜레스테롤치를 낮춘다는 임상 실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다시 수백만의 사람들이 마늘을 정기적으로 섭취한다. 이번에는 심장병을 막기 위해서.

마늘은 의학 혁명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 국민들은 매년 약 1백24억달러의 돈을 식물약제(phytomedicine)를 사들이는데 쓴다. 여기서 식물약제란 차, 엑기스, 정유식물의 종자를 압착해 얻은 비휘발성 기름이나 캡슐 등 식물을 재료로 한 치료약을 말한다. 제일 잘 팔리는 제품은 수면제 진정제 강장제와 심혈관계질환 호흡기질환 소화기질환의 치료제들이다. 유럽에서 약초의학(herbal medicine)이 양약의 '대안' 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사라지면서 식물약제 시장은 기존의 합성제약업계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식물약제 혁명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부류도 적지 않다. 네덜란드의 임상약리학자인 스메박사는 식물약제 시장을 통제할 방법을 고안해내지 않으면 공중위생 보호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명의 영국인이 중국산 약초를 복용한 후 간부전증으로 사망했다는 최근의 보고는 그의 주장을 더욱 설득력있게 해준다.

식물약제 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는 있지만 유럽 캐나다 미국의 몇몇 학자들은 식물약제의 판매방식에 대해 염려를 표시한다. 대개의 식물약제는 처방약으로 등록되지 않은채 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과 같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약제를 통제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우선 식물약제들은 대개 한 개 이상의 활성 성분과 여러 개의 다른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다. 이런 성분들은 아스피린 같은 기존의 제약품과는 달리, 만들어낼 때마다 화학적 조성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식물약제에는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스스로 채취해 먹는 식물에서부터 승인된 식물추출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포함된다. 스메박사는 "식물약제에는 잘 알려진 약초부터 별로 친숙하지 않은 아시아 인도 남미의 약초까지, 그리고 높은 안정성을 자랑하는 약용식물에서 위험 가능성이 있는 것까지 모두 포함된다" 고 말한다.

한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와 같은 유럽국가에서는 식물약제들이 의학의 주류에 합세하기 시작했다. 식물약제는 의사들에 의해 처방되고 의료보험에도 포함됐으며 정부의 통제도 받는다.

더 이상 뒷거래가 아니다

"식물약제를 거래하는 회사들은 지하실 깊숙한 곳에 솥을 걸어놓고 약초를 섞어 달이는 뒷거래의 수완가가 아니다" 라고 최근 미국 정부의 후원으로 열린 국제 식물약제학회에서 이아베스는 말했다. 독일의 식물약제회사인 슈바베의 사업담당 책임자인 이아베스는 약초 제조회사들이 하이테크 생산기술과 광범위한 연구를 거친 식물약제를 갖춰야만이 앞으로의 제약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식물약제가 약의 주류로 인정받는 증거는 여러가지가 있다. 기존의 제약업계는 식물약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미 유럽의 식물약제회사들과 합작하거나 아니면 인수하기 시작했다.

또 하버드대학이나 런던대학 등의 의과대학에서는 이미 중국 일본 인도의 전통의학에 관한 임상의학과가 설치됐다. 심지어 기존의 약제에 식물약제를 첨가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해 아리조나 의과대학의 의사들은 식물약제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5년전만 해도 미국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몇몇 대학의 약학과에서는 식물약제에 대한 강의도 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많은 의사들은 약초치료제에 대한 정보에 밝고 실무지식도 갖고 있다. 유럽연합의 식물약제 자문위원회는 수련중인 의사 약사 뿐만아니라 보건 관료들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식물약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쌓으려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북미 국가나 오스트레일리아 등 각국 정부들은 식물약제 판매를 둘러싼 법률 제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제조업자들이 그들이 주장하는 품질과 안전성, 그리고 효능만 입증할 수 있으면 식물약제를 약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즉 "약품처럼 보이고 판매되는 모든 식물약제는 약품이며 따라서 등록돼야만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약품으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몇 년씩 걸리는 임상실험을 해 안전성과 효능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야만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회원국들은 유럽연합의 정책을 자국의 이익에 맞춰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약초치료제가 기존의 제품과 처방약에 대한 자국의 까다로운 기준에 합격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고작 4종류의 약초만이 약품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등록됐을 뿐이다.

마늘이 심장병 치료약이 되려면
 

서양에서 약효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마늘.동양에서는 이미 친숙한 음식과 양념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스메박사는 식물약제에 대해 강력한 법규를 적용하는 것은 대부분의 식물약제를 통제 밖에 머무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에서는 실제로 식물약제의 80% 이상이 등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팔리고 있다. 인허가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제조업자들은 당국이 요구하는 연구자료를 제출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식품의약국(FDA)이 1994년 제출한 영양 및 교육분류표시 조례에 따르면 식물약제의 포장 설명서와 광고에는 제한된 정보만을 실을 수 있다. 마늘(건강보조식품)의 경우 "임상실험결과, 알리신은 콜레스테롤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고 쓰여있을 뿐이다.

제조업자들은 마늘을 심장병 치료약으로 등록하려면 연구비로 수백만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공정에 대해서만 특허를 낼수 있을 뿐 마늘 자체는 특허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투자한 보람이 없을지도 모른다.

FDA의 약품평가연구센터의 템플은 "식물약제 제조업자들이 불평만 해서는 안된다" 고 하면서 "그들은 약품개발에 드는 비용을 과장해서 말한다"고 했다. 또 "식물약제업자들은 필요한 일은 하지 않고 승인만 얻고 싶어 한다"며 "예산을 염두에 둔 과학자들이 임상연구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을 찾고 있다" 고 템플은 전한다.
 

(표)서양인이 인정하는 동양의 식물약제
 

식물약제의 품질관리는 필수다. 합성약품과는 달리 식물은 화학적 조성이 다양해 공정에 따라 안전하고 효과적인 양질의 제품이 나오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전세계에 걸쳐 식물약제에 대한 붐이 일어나면서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때로는 식물약제가 어떤 약초를 함유하고 있는지 조차 불분명할 때도 있다. 한 예로 '인삼' 이라 표시된 강장제에 인삼은 없고 인삼의 먼 친척뻘되는 시베리아 인삼만이 들어 있을 수 있다.

품질관리도 분명 문제다. "북미에서는 식물약제 산업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가 없다" 고 캐나다의 천연제품부 관리인 데니는 말한다. 이 부서는 1991년 예산감축으로 문을 닫은 바 있다.

최근 영국에서 두 건의 사망사건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중국 약초 치료제를 복용한 남녀 각각 한명이 간부전증으로 숨진 것이다. 사인을 조사한 국립 의료 독물학부의 관계자들은 두 건의 사망사고가 약초 치료제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고대 중국의 처방을 기초로 한 약초 체중감소 제품을 복용한 후 30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이 약초들은 프랑스와 벨기에의 체중감소 클리닉들이 처방하고 약국에서 투약한 것들이었다. 또 1993년 1월 보건당국은 40명의 사람들이 신장병으로 사망 또는 입원한 사건이 식물약제와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독물학자 머레이에 따르면 독성 금속중독도 문제다. 한 예로서 의사들은 납중독에서 회복중인 19세의 남자가 당뇨병 치료를 위해 인도의 식물약제를 캡슐로 복용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각 캡슐은 6백ppm의 납을 함유하고 있었고 그의 혈액 내 납 수치는 9백 g/L이었다. 영국에서는 70 g/L만 되어도 산업재해로 간주된다. 사실 납 수은 비소 카드뮴 등이 건강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아시아에서는 식물약제에 이런 금속들이 흔히 함유돼 있다.

동물실험결과 중금속은 간에 축적된다고 밝혀졌으므로 소비자들은 아시아산 식물약제를 사용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머레이는 충고한다. 머레이의 연구팀은 영국에서 팔리고 있는 두 종류의 중국 AIDS치료제가 비소와 납 뿐만아니라 수은을 다량 함유하고 있음을 최초로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식물약제에 들어있는 독소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지식이 없고 순진한 소비자도 문제인 것이다.
 

인삼이 아닌 인삼사촌뻘도 인삼행세를 하기도.
 

더 이상 묘약이 아니다

"인공합성으로 만들어진 것과 천연식물에 들어있는 약성분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고 일리노이대 약학대학의 생약학 담당자인 판즈워스는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 모르고 기존의 투약품과 식물약제를 섞어서 복용하거나 오용하는 일이 잦다"고 그는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최근에야 식물약제와 기존의 합성약품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인도의 전통처방은 천식환자들이 복용하는 호흡기약(테오필린)의 독성과 항경련제(페니토인)의 독성을 증가시키는 성분(피페린 알칼로이드)을 함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효과적이고 올바르게 식물약제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정확하고 명확한 분류표시가 필수적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산을 비롯한 모든 식물약제들이 건강보조식품이 아닌 약품으로서 적절한 통제를 받아야 이런 일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이 실질적인 정책을 세울 때"라고 스메박사는 말한다. 그는 두가지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는데 가벼운 병을 치료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제조업자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지 않고도 안전성 품질 효능을 보장할 수 있는 특별인허가 계획을 설립해야 하고, 심각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기존의 약품 기준에 합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메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식물약제의 인가 내지는 허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식물약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기 위한 일보전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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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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