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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디지털 전도사 네그로폰테와 미디어 랩

디지털과 사회의 관계를 말할 때마다 등장하는 네그로폰테와 그가 맡고 있는 미디어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올초 우리나라를 방문한 바 있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오늘날 뉴미디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그리고 그가 몸담고 있는 MIT 미디어 연구소(The Media Laboratory at MIT)는 1984년 문을 연 이래 오늘날 최고의 두뇌집단으로서 전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다.

현재 1백 여개의 세계 각국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자금 후원을 받고 있는 이 연구소에서는 쌍방향텔레비전, 미래의 영화, 미래의 학교, 홀로그래피,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미래의 뉴스 등과 같은 첨단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한국 기업 중에는 엘지전자와 삼성전자가, 연구소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미디어랩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자체 연구개발 비용이 수천만 달러가 넘는 세계최고의 첨단기업들이 그가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미디어랩에 큰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이유는 미디어랩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면 때문이다. 미디어랩이 설립될 당시의 컴퓨터 연구는 인터페이스보다는 프로그램 언어나 운영체제(OS) 등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미디어랩은 수단(프로그램언어, 운영체제)에 매달리지 않고 목적(휴먼인터페이스)을 생각하는, 기존의 연구방법과 완전히 다른 방법론으로 연구업적을 착실히 다져왔다.

네그로폰테는 1965년 MIT학부를 졸업한 이래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활동을 해왔으며, 1968년 MIT에서 공동연구 및 싱크탱크 그룹인 '아키텍처 머신 그룹'을 창설해 인간과 컴퓨터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연구했다. 1980년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정보화사회 컴퓨터의 일상화를 위한 국제연합' 창설 의장을 맡았다. 그리고 1982년에는 프랑스 정부의 초청으로 '개인정보화 및 인간개발을 위한 월드센터'의 수석 연구소장을 맡아 저개발국 초등교육 발전에 컴퓨터기술이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아톰은 과거의 것, 비트는 미래의 것
 

디지털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 네그로폰테.
 

네그로폰테 교수가 다른 공학도와 구별되는 것은 컴퓨터에 대해 인간적 경험을 가진 그의 매력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직관적으로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단순히 비트나 바이트를 전송하는 매체가 아니라 대중 문화의 전달 매체' 로서 그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했다"는 한 비평가의 평가는 핵심을 지적한 것이다.

최근 그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그가 창간하고 고정 컬럼을 쓰는 '와이어드'(WIERD)를 통해 독자를 만나는 일이다.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와이어드에서 그의 컬럼은 정보화 네트워크 통신과 관련된 최근의 핫이슈를 소재로 연재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12개국어로 번역 출간된 네그로폰테의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는 이 잡지의 마지막 페이지에 연재됐던 컬럼을 수정, 편집한 것이다. 그의 유일한 단행본이기도 한 이 책은 평론가들로부터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미친 전사회적 영향을 설명하는 최초의 본격 전문서적'이란 극찬을 받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여러 필수품의 성격은 물질의 구성단위인 원자에서 정보의 최소 구성단위인 비트로 교체된다. 네그로폰테는 이런 변화가 얼마나 극적인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다양한 예를 들며 우리에게 보여준다.

비트는 '0'과 '1'로 구성돼 컴퓨터 디지털 언어를 만든다. 네그로폰테가 주장한대로 컴퓨터 사용은 더 이상 컴퓨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거대한 방이 필요하던 구식 컴퓨터가 책상위로, 이제는 포켓속으로 들어오면서 컴퓨터는 전화기와 텔레비전 같은 일상기구가 됐다. 그리고 비트는 컴팩트 디스크의 음악을 재생하고 케이블 텔레비전을 보여주고, 이동전화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소리를 전달하는 일상 언어가 됐다.

디지털 시대의 '구루'(GURU : 이슬람 용어로 정신적 지도자)로 불리는 네그로폰테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복음을 전도한다. "세계는 전 분야에 걸쳐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어떤 것도 그 물결을 멈출 수 없다. 그리고 생활까지도 바꾼다. 아톰(atom)은 과거의 것이고 비트는 미래의 것이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디지털 혁명의 역효과나 디지털로 된 중앙권력이 사람들의 삶을 떠맡다시피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완벽한 낙천주의자인 그는 "새로운 시대는 개인의 권력 강화를 통해 세계를 더 자유롭고 더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가올 정보화시대를 보는 네그로폰테의 관점에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컴퓨터 통신망에 저장된 데이터의 질에 대한 그의 가설과, 세계 도처에 있는 도서관들의 데이터가 쉽게 분류화되고 통합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매우 조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접속 사용시간 등의 비용이 디지털 미래의 장점을 방해한다는 것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그의 견해는 미래를 지나친 유토피아로 파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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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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