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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블X과학동아] 감시자의 움직임을 알아채라, IoT 방석

뜨거운 여름, 시원한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는 긱블 메이커 스페이스 안에서 긱블러들이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타닥타닥타다다닥.’


그중에서도 나란히 앉아있는 민바크 님과 수드래곤 님의 손놀림이 매우 분주합니다. 고민도 했다가, 답답해도 하고, 뿌듯해도 하는 표정이 얼굴에 여실히 드러납니다. 메이킹에 혼을 담은 듯 푹 빠진 모습입니다.


한여름에도 꼬박꼬박 출근해 열정을 쏟고 있는 긱블러들을 격려하고자 대장 긱블러 차누 님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순간 민바크 님 자리에 있는 경광등이 번쩍번쩍 빛을 내고 옆에 있는 스피커에서는 경고음이 들려옵니다. ‘후다다닥’ 게눈 감추듯 민바크 님과 수드래곤 님 손이 더욱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사실 이 둘은 스타크래프트(고전 게임)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차누 님이 도착했을 땐 이미 화면이 전환돼 열심히 코딩하는 모습만 볼 수 있었죠. 차누 님은 미심쩍지만 일하는 이 둘을 가볍게 다독인 뒤 돌아섭니다. 어떻게 차누 님이 온다는 걸 알아챈 걸까요.

누구나 쉽게 클라우드 서버 구축하기


민바크 님과 수드래곤 님은 스타크래프트 실력을 겨루길 좋아합니다. 언제나 너무너무 하고 싶은 상태죠. 하지만 업무 시간에 하다가 이들을 감시하는 눈, 차누 님에게 들킨 적이 있습니다. 업무의 일환이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눈치는 보였죠. 그래서 아예 들키지 않는 방법을 짜내려고 머리를 맞댔습니다. 차누 님이 순찰(?)을 돌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면 부리나케 이를 알려줄 장치를 말이죠.
그렇게 생각한 게 바로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방석’입니다. IoT는 말 그대로 각종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방석, 경보기, 스피커와 같이 예전에는 각각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사물을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해 원격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죠. 그래서 이들은 엉덩이가 떨어지는 순간 그 정보가 이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IoT 방석을 만들려 합니다.


일단 엉덩이가 방석에서 떨어지는지를 감시할 센서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앉으면 방석은 눌리고, 일어나면 눌리지 않으니 그 압력을 인식할 압력 센서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단, 방석은 변형이 잘 되는 재질이니 센서 역시 유연성이 있는 걸 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주 얇은 필름형 압력 센서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필름 형태로 만들어져 가볍고 얇으면서 휘어지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저렴하기까지 하죠.


압력 센서는 인지하는 압력이 변하면 그것을 약한 전류로 출력합니다. 전류가 출력됐다는 걸 인터넷 신호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주머니에서 와이파이 아두이노 모듈을 꺼내 압력센서와 연결해 줍니다. 긱블러들 주머니 속에는 이런 모듈 하나쯤은 다 들어 있습니다. 이 모듈의 모델명은 ‘NodeMCU’입니다. 아두이노 통합 개발 환경인 아두이노 IDE를 지원하며, IoT 기기를 만드는 데 적합합니다. 민바크 님과 수드래곤 님은 이 모델을 처음 써봅니다. 올해 초 긱블에서 일론 머스크 석고상을 만들 때 키쿠 님이 쓴 걸 보고 처음 시도해 보는 겁니다. “이것을 사용하면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니 참 메이커답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전달된 압력센서의 신호는 클라우드에 기록됩니다. 경광등, 스피커 등이 클라우드에 저장된 기록을 읽고 작동될 수 있도록 만들려 합니다. 그 전에 클라우드 서버를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쉽진 않은 일입니다만, 이들을 도울 소프트웨어가 이미 제공되고 있습니다. ‘ThingSpeak’라는 서비스입니다. 사용자가 인터넷 장치와 통신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인 루비(Ruby)로 구성돼 있습니다. 2010년 미국의 한 인터넷 관련 장치 기업에서 IoT 장치 지원 서비스로 출시한 것입니다. 현재는 오픈 소스로 코드가 공개돼 있어 이를 이용해 누구나 간단하게 서버를 만들 수 있죠. 

 

전기 신호로 기계 작동해주는 ‘모스펫’


이 서버에 경광등과 스피커를 연결해 줄 차례입니다. 두 장치에 모두 방석과 같이 와이파이 아두이노 모듈을 장착해 줬습니다. 클라우드에서 와이파이 모듈로 전달된 전기 신호가 이제 경광등과 스피커의 전원을 켜야 합니다. 보통 두 장치의 전원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조작하죠. 하지만 이번엔 사람 손을 타지 않고 전기 신호로만 전원을 켜고 끌 수 있어야 합니다. 전기 신호로 장치를 작동시킬 장치, 모스펫(MOSFET)이 필요합니다. 모스펫은 ‘금속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라는 반도체 소자입니다. 주로 증폭하거나, 전기를 끊고 연결하는 스위치로 사용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와이파이 아두이노 모듈에서 전달받은 신호를 입력받아 모스펫이 스위치로 동작해 두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거나 끊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방석의 변화가 경광등과 스피커를 연결했습니다. 간단히 ‘연결’이라고 말했지만, 각 장치에는 이틀 동안의 코딩과 납땜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노잼’ 부분이라 항상 영상에서도 타임랩스로 넘어가는 만큼, 글로 표현하면 더 재미가 없을 테니 여기서도 그냥 넘어가겠습니다(찡긋).


대망의 테스트 날입니다. 미리 차누 님 의자에 방석을 깔아두고, 긱블러 공간 곳곳에 경광등을, 민바크님과 수드래곤 님 자리 가운데에는 스피커를 놓았습니다. 차누 님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어 두리번두리번 하더니, 이윽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그 순간 요란한 빛과 소리가 눈과 귀를 때리기 시작합니다. ‘작동될 줄은 알았는데 진짜 되니 더 놀랍다’며 속으로 되뇐 민바크 님은 빠르게 화면을 전환하고, 바탕화면에 마우스 포인트를 이리저리 이동시키며 일하는 척을 합니다.


하지만 만화에나 나올 법한 상황에 당할 대장이 아닙니다. 자리로 돌아가는 척을 했다가, 의자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의자와 한 몸이 돼 열정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민바크 님과 수드래곤 님 자리로 한발한발 내딛습니다. 이 둘의 시선은 오로지 화면에 집중돼 있는 터라 천천히 다가오는 차누 님을 발견해 낼 재간이 없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또 걸리고 맙니다. 이틀 동안 만들었는데, 20분 만에 IoT 방석의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오늘의 교훈은 ‘공부하는 시간엔 공부를, 일하는 시간엔 일을 열심히 하자’인 것 같습니다. 게임중독 상담은 1388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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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 도움

    긱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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