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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 15년 내 규모 6.5 지진 가능성 57%

한반도에서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발생할 확률이 작지 않다.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핵폐기장으로 선정됐던 굴업도가 활성단층 지대임이 밝혀지면서 '한반도의 지진 발생' 은 학계에서 커다란 이슈로 떠올랐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활성단층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만일 있다 해도 한반도는 4개의 판(板)이 만나는 곳에 속하지 않고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진과는 무관할 것이라고 인식돼 왔다.

그러나 지진의 종류에는 일본처럼 판과 판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지진 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이나 미국 중부 지역과 같이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도 있다. 더욱이 굴업도를 시작으로 한반도 곳곳에서 활성단층의 존재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일본의 고베 지진도 판 경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대륙 내부의 활성단층 때문에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일 수 없다.

실제로 한반도의 지진 활동 역사를 보면 규모 6.5 이상의 많은 지진들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했다. 최근 한반도에서 일어난 큰 지진으로는 영일 지진(1943. 7. 1, 규모 6.0)으로 부산에서 북동쪽으로 약 1백km 지점에서 발생했다. 규모 5.3의 대관 지진(1980. 1. 8)도 무시할 수 없다.

새로운 활동을 기다리는 휴식기
 

(그림1)한반도 지진활동 분포(서기 2년-1995.10)
 

한편 과거 20년간 한반도 연안에서도 몇 개의 큰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들은 모두 동해에 진앙(지진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수직 상방향의 지표면 지점)을 둔 것으로 규모가 7.4 (1975.6.29), 6.5 (1979.8.17) 등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반도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특히 인구와 각종 시설이 밀집한 도시 지역에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어느정도일까.

'지진 정지기'(seismic gap) 개념은 바로 어떤 지역의 지진 위험도를 평가하는 수단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 개념은 과거에 큰 지진 피해를 입었던 지역에 오랫동안 유사한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면 이후에 반드시 큰 지진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진 정지기' 개념은 한반도의 지진 위험도를 평가할 때 한번도 적용된 적이 없었다.

한반도에는 서로 다른 지질 시대(특히 중생대)의 단층이 전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지진 정지기' 개념은 판경계 지역 뿐 아니라 일반적인 단층 지대에도 잘 적용된다. 이를 이용해 지진의 규모와 분포를 볼 때 한반도는 결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서기 2년부터 1995년 10월까지 한반도에서는 2천5백여회의 지진이 발생했다.(그림1). 대부분의 지진이 규모 4.0-6.0에 속했지만 규모가 6.0이 넘는 지진도 많았다. 특히 남부와 서부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았다.

내륙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지진은 서로 다른 단층의 활동에 의해 발생된다. 한반도의 대부분 단층 방향은 북북서-남남동 방향과 북동-남서 방향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서울을 비롯한 부산 평양 등 인구 밀도가 높고 산업시설이 밀집한 지역들이 공교롭게도 단층 근처나 단층 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큰 지진에 의해 수 차례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으며, 오랫동안 그에 견줄 만한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한반도 중부지역은 지난 2백년 동안 지진활동이 없어 지진 정지기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2).

서울 지역에서는 서기 7년부터 1594년까지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모두 6회 발생했다. 최근에는 1906년 규모 6.0의 지진이 있었다.

한편 서울 지역에서 작은 규모의 지진 빈도는 한반도 전체나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작은 반면 큰 규모의 지진 빈도는 높았다. 이는 앞으로 서울 지역에 커다란 재해의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그림2)규모5이상의 지진분포(1800-1995)
 

15년 뒤 서울의 모의실험

서울 지역에는 두 개의 신생대 단층과 하나의 중생대 단층이 놓여 있으며, 서울 중생대 단층의 남부 지역과 개성 중생대 단층의 남쪽 끝 부분이 이 지역을 관통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큰 규모의 지진은 주로 단층을 따라 발생했다.

지진 정지기는 어떻게 나타날까. 규모 4.5 이상의 지진을 대상으로 정지기를 설정할 때 서울에서는 모두 세차례의 정지기가 있었다. 지진 정지기 사이의 시간(재동시간, recurrence time)은 보통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이른다. 서울의 경우 그 시기는 각각 1385-1517년, 1518-1594년, 1595-1714년이다. 이때 각 주기를 구분짓는 큰 지진은 1385년 규모 7.0, 1518년 규모 7.5, 1714년 규모 6.7 등이었다. 현재 서울은 4번째 정지기에 들어서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지진 정지기가 끝나고 다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미래의 지진 발생 시간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지진파를 발생시키고 단층을 만드는 탄성에너지가 충분히 축적되는 시간을 측정해야 한다.

서울 지역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과 최근의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몇가지 통계 처리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사한 결과, 1995년을 기준으로 15년 뒤인 2010년에 규모 6.0-6.5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57%였다. 즉 서울 지역이 다른 두 지역에 비해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렇게 작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 추정은 '지진 정지기' 개념에 따라 이루어진 결과다.
 

1천명이 사망한 카이로 지진(19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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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구 지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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