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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지층과 화석, 지구의 현재와 미래까지 알려준다

지구의 일기장

지표의 암석은 오랜 기간 동안 풍화 침식 운반 퇴적 작용을 받아 퇴적물이 되고 이로부터 지층이 이루어졌다. 지층은 여러 종류의 퇴적암 화석 퇴적 구조를 내포하며, 이들은 그 기간 동안의 역사를 말해준다.

지구는 언제 생성됐고 또 그 모습은 어떠했으며 과거에는 어떠한 생물들이 번성했는가? 오늘날 우리는 지구가 약 46억년 전 태양과 함께 생성됐으며 38억년 전 지각이 생성되고 30억년쯤 전에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상에 나타났으며, 약 2억년 전의 지구는 공룡의 천국이었다는 등의 사실을 아무런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지구상에 인류의 조상이 나타난 것이 약 3백만년 전임을 생각하면 이와같이 인류가 태어나기도 전인 지구 생성 이래의 전 역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3백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구 역사에 대한 이해 수준은 보잘 것 없어 지구 나이는 수만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했다. 실례로 17세기의 신학자 제임스 아셔는 지구가 B.C. 4004년 10월에 탄생했다고 주장했으며 이러한 생각은 한때 과학적인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금세기 과학의 발달을 실감 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지구는 어떻게 생성됐나

그러면 지구는 어떠한 과정으로 생성됐으며 지구의 나이와 과거의 생물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번호에는 지층과 화석의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지구의 역사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태양계내의 행성들과 함께 생성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오늘날 태양계의 생성과정은 칸트와 라플라스가 주장한 성운설을 모태로 발전했다.

성운설을 통해 지구 생성과정을 알아보면 50억년 전 현재의 태양 질량보다 큰 원시태양성운이 반경 약 10AU(1AU는 지구에서 태양간의 거리) 정도로 흩어져 서서히 회전했다. 이 성운이 중력에 의해 중심으로 수축하게 됐고 이때 각 운동량이 보존돼 회전속도는 점차 빨라지게 됐다. 성운의 회전에 따라 원심력이 증가돼 성운은 원반형의 모습을 이루게 됐다. 이때 원반형 성운의 중심부에서는 중력 수축이 진행되면서 원시 태양이 생기고 원반을 이루던 물질들은 점차 원반면으로 모임으로써 미행성들이 형성됐다(그림 1 참조).

이러한 미행성들과 가스들은 서로 충돌하면서 점차 커져 원시행성이 됐다. 원시지구도 이런 과정으로 약 46억년 전에 생성됐으며 미행성들의 응집에 의한 에너지로 지구는 거의 용융상태가 됐다. 이때 수분과 같은 휘발성 성분은 밀도가 작아 지표로 분출하고 밀도가 높은 철 등의 물질은 지구 내부로 가라앉아 오늘날의 핵을 이루게 됐다. 이와 같은 작용이 진행되며 서서히 식어서 지구는 대기권 수권 및 암권의 층상 구조를 이루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암석은 38억년 전의 암석이므로 지구상에 지각이 형성돼 풍화 침식 운반작용으로 지층이 퇴적되기 시작한 시기는 약 38억년 전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림1) 태양계의 생성과정
 

화석 한 개가 주는 지구의 역사

풍화 침식작용으로 지층이 퇴적되면서 당시 번성했던 생물들의 유해 등이 함께 퇴적돼 지층을 이루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지층과 지층 속에서 발견되는 화석을 연구함으로써 지구의 역사를 알 수 있다. 18세기의 영국 지질학자인 제임스 허턴(1726-1797)은 그의 저서 '지구의 이론'(Theory of the Earth)에서 동일과정의 법칙을 주장했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변화과정은 지진이나 화산과 같이 급격한 변화에서부터 풍화나 침식작용과 같이 짧은 시간에는 알아볼 수 없는 변화과정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변화는 과거 현재 미래를 거치며 시간에 관계없이 동일한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 것이므로 지층과 화석을 연구해 알게 된 지구의 과거는 현재 또는 미래의 변화과정을 알려주는 것이다. 결국 지층과 화석은 지구의 전 역사를 기록한 일기장인 셈이다.

지층으로 알 수 있는 지구의 역사를 간단한 예를 들어 알아보기로 하자. 어느 지역의 해발 3천m 산꼭대기에서 1천5백만년 전 바다에 살던 생물의 화석이 발견됐다고 하자. 이 사실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 지역은 1천5백만년 전의 화석이 발견된다는 것에서 이 시기에는 바다밑에서 퇴적이 일어나던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그 후 지각변동을 받아 융기했음을 추정 할 수 있다. 아울러 1천5백만년에 걸쳐 3천m 융기한 것이므로 1년에 0.2mm씩 융기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서 침식작용의 효과를 생각할 수 있지만 북아메리카지역에서 조사된 바에 의하면 침식작용은 이보다 훨씬 느려서 약 1천년에 3cm정도 침식되는 것으로 측정된 바 있어 침식작용의 효과를 무시할 수 있다. 더구나 이와 같은 해석에서 우리는 수십만년의 세월 동안에 산이 형성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게 된다.

산정상에서 발견된 화석 하나는 지질학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처럼 많은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사(地史)해석의 방법
 

(그림2) 그랜드캐년의 실제 모습과 지층 단면도
 

지구 역사를 해석하는 데에는 몇가지의 기본 원리가 있다. 이 원리들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어서 법칙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나 간단한 원리가 지구의 역사를 알게 해주는 것이다. 하나씩 알아보기로 하자.

(그림2)는 그랜드캐년의 모습인데 퇴적암이 쌓일 때 먼저 퇴적된 지층의 위에 새로운 층이 쌓이므로 지층의 단면에서 위에 있는 것일수록 젊은 층이 된다. 이를 지층 누증의 법칙(law of superposition)이라고 한다. 다만 지층의 뒤집힌 흔적이 발견되는 곳에서는 예외다.

일반적으로 바다밑에서 지층은 수평으로 쌓인다. 따라서 어느 지역의 지층이 기울어져 있거나 잘려져 있거나 휘어져 있으면 그 지역은 지각변동을 받았음을 알 수 있으며 그 양상을 조사하면 힘이 작용한 과정을 알 수 있다.
 

(그림3) 지층의 단면 모식도
 

다른 예로 어느 지역의 지질 단면이 (그림3)과 같다고 할 때 층의 순서를 정해보자. 우선 아래에 쌓인 층이 오래된 것이므로 퇴적층의 순서를 정해보면 오래된 순으로 석회암-사암-역암-셰일임을 알 수 있다. 이에는 지층 누증의 법칙이 적용된 것이지만 오래된 퇴적층이 아래에 위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다음은 암맥 A,B의 경우를 보면 A는 사암, 역암층을 뚫고 있으므로 이들 층보다는 오래된 것이다. 이와 같이 관입당한 암석은 관입한 암석보다 당연히 오래된 것이어야 하는데 이를 관입의 법칙이라 한다. 한편 암맥 B의 경우는 사암층만을 뚫고 있으므로 사암층보다 젊은 것이나 암맥 A보다는 더 오래된 것이다.

그러면 단층 A와 B는 어떠한가? 우선 단층 A를 보면 사암층은 잘려 있지만 역암층은 잘려 있지 않으므로 사암층보다 젊은 것이고 역암층보다는 오래된 시기에 일어난 것이다. 단층 B의 경우는 사암과 역암층이 잘려 있으나 셰일층은 잘려 있지 않으므로 역암층보다 젊은 것이고 셰일층보다는 오래된 시기에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단층 B와 암맥 B의 관계는 어떠한가? 암맥 B가 단층을 자르고 있으므로 암맥 B가 형성된 후 단층 B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을 오래된 순으로 요약해보면 사암-역암-셰일, 단층 A는 사암과 역암의 사기, 단층 B는 역암과 셰일의 사이, 암맥 B-암맥 A, 단층 B-암맥 B가 되며, 이를 모두 만족하는 순으로 나열하면 사암-단층 A-역암-단층 B-암맥 A-암맥 B-셰일의 순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이처럼 지층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사건의 순서를 밝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화강암의 관입이 있을 경우는 주의를 요한다하겠다. (그림3)에서도 사암, 역암, 암맥 A,B만 보면 암맥 B는 사암층이 쌓인 후 분출하고 역암층이 그 위에 쌓인 것으로 잘못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층 B와 암맥 B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위와 같은 확실한 결론을 얻은 것이다.

따라서 지층을 해석할 때에는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지층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림4) 화강암이 퇴적암보다 오래된 지층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그림 4)와 같이 퇴적암과 관입한 화강암이 접하고 있을 때 층의 선후 관계는 어떻게 정할 수 있겠는가? 흔히 퇴적암을 화강암이 관입한 경우 관입의 법칙에 따라 화강암이 퇴적암층보다 더 젊은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 경우 퇴적암과 화강암의 경계를 보면 퇴적암 중에 화강암의 포획암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화강암체가 침식에 의해 깎이고 침식물 중 일부가 퇴적물과 함께 쌓여 퇴적층을 이루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화강암이 퇴적암보다 더 오래된 것이다. 이와 같이 화강암과 퇴적암이 접하고 있을 경우에는 그 해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기서 다른 예를 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그림5)는 어느 지역의 지질 단면을 보인 것이다. 이 층의 순서를 정해보자. 아래층이 먼저 퇴적된 것이므로 a-b-c-e, g-h-i-j-k의 순서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d층은 어떻게 된 것인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d층에는 e와 c층의 암석을 모두 포획암으로 갖고 있으므로 c,e층보다 젊은 층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암맥 F와 두 지층군 사이의 관계를 해석하면 F는 a-e층의 지층군이 쌓인 후 관입한 것이며 그 위에 g-k층 군이 쌓였으므로 결국 층의 순서는 a-b-c-e-d-f-g-h-i-j-k의 순이 된다.

여기서 f의 관입이 있은 후 오랫동안 침식이 일어났으므로 g층의 하부는 부정합이 된다.
 

(그림5) 지질 단면도
 

화학에 의한 지층의 대비
 

(그림6) 콜로라도 평원의 지질 단면도^그랜드 캐년에는 오르도비스와 실루리아기의 지층은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한 지역의 지질을 조사한 결과를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지각이 융기와 침강을 하므로 어느 한 지역에서 선캄브리아기부터 신생대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퇴적층이 쌓일 수는 없다. 따라서 전 지구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지역의 지층을 서로 비교해야 한다.

(그림6)은 콜로라도 평원 가운데 세 지역의 지질 단면을 나타낸 것. 이를 비교하면 선캄브리아대 층에서부터 신생대 제3기의 지층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그랜드캐년 수파이층(Supai Fm)과 캐년랜드 리코층(Richo Fm)은 같은 시대의 층이며, 캐년랜드와 브리스캐년의 나바호 사암층(Navajo Ss)이 서로 같은 시대의 것이므로 이를 종합하면 선캄브리아기부터 신생대에 이르기까지 전지구 역사시대의 지층이 모두 나타나 있어 이 층들을 자세히 조사해 지구 탄생 이래 환경의 변화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지층이 정확히 동시대의 것인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지층 속에 포함된 화석을 연구해야 한다.

동일한 시기에 퇴적된 지층 속에서는 그 시대에 같은 종 또는 진화의 정도가 같은 생물이 살았을 것이므로 이를 비교하면 동시대의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암모나이트(사진1)는 고생대에만 생존했던 두족류인데, 어느 층에서 삼엽충의 화석이 발견되는 것은 이 층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고생대에 퇴적된 층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진1) 암모나이트 화석
 

또한 (그림 7)과 같이 생존 시기를 아는 3종류의 화석이 어느 지층에서 발견된다고 할 때 이를 이용해 각 지층이 퇴적된 시기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림에서 화석에 연결된 화살표는 이 생물이 살았던 시기를 표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층에서 A와 B의 화석만 발견된다면 그림 (가)시대에 퇴적된 층임을 알 수 있으며 어느 층에서 화석 A B C가 모두 발견된다면 이 층은 그림(나)의 시기에 퇴적된 층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지층을 대비하는 데 화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안 사람은 지질학자가 아닌 측량기사 윌리엄 스미스다. 그는 18세기 후반 석탄 수송 차량을 위한 운하 공사의 측량 기사였는데, 영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운하 공사를 하면서 당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화석에 관심을 갖고 수집하며 이에 대한 관찰을 꾸준히 했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그는 지층의 암질은 지역에 따라 변하지만 지층 속에서 발견되는 화석에는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이를 이용해 전 영국의 지질단면도와 주상도를 체계적으로 나타내고 이를 토대로 지하에 묻힌 지층의 두께와 심도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동일한 방법으로 전 지구의 지질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층의 순서를 정하고 층의 관계를 해석해 지구의 역사를 밝히고 지구적으로 큰 지각변동이 있었던 시기를 경계로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등의 지질 시대를 정해 사용하게 된 것이다.

과학은 이처럼 야외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다른 사람이 눈여겨 보지 않는 사실을 눈여겨 꾸준히 관찰하고 연구하는 데서 발전하는 것이다. 그저 실험실에서 조건이 통제되고 자연에 비해 상당히 축소된 실험들만으로 결론짓고 추상적인 개념을 논하는 것으로는 과학의 발달이 더뎌질 것이며 자연에 직접 뛰어들어 그 결과를 투시해 봄으로써 과학적인 눈을 얻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주위의 자연을 직접 관찰하고 조그만 암석 하나도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을 가지는 일이 과학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도록 하자.

다음 호에는 암석의 나이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그림7) 화석에 의해 지층퇴적시기를 아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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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석형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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