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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과학은 통합과학적인 성격을 지닌 문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암기한 단편적인 과학 지식만으로 시험을 치루다간 문제의 정답을 찾기 어렵다. 96년도 수능시험에서 출제된 몇가지 문제들을 함께 풀어봄으로써 통합과학을 이해해 보자.
 

통합과학문제 1


(통합과학문제1) 과학 시사게 대한 관심을 묻는다

여름철 우리나라 남동부 해역의 A지점을 항해하던 어떤 배가 좌초되어 기름이 유출되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해수면에 기름띠가 퍼져 나가는 모양을 예측한 것 중 가장 타당한 것은? (단, 화살표는 주 이동 방향을 나타내며 바람과 조류에 의한 확산은 고려하지 않는다.)

(학습 길잡이) 평소 시사문제 과학적으로 풀어 봐야

인문계, 자연계 수리탐구영역(II) A형 1번 문제. 이 문제는 작년 시프린스호의 남해안 기름 유출사고를 상기시켜 준다. 이 사고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혀를 차면서 자주 일어나는 인재를 한탄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 기름들이 해안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이 기름띠들이 어디로 어떻게 퍼져 나갈까' 하는 것이 수능시험에서 등장한 것은 평상시 생활 속에서 일어난 시사문제를 얼마나 과학적인 시각으로 보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 문제를 처음 대한 사람들은 매우 당황한 듯하다.

이것은 해류의 방향에 대해 묻는 문제. 지리나 지구과학에서 배운 결과를 알고 있는가를 묻는 단순한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 기름유출 사고와 같은 사회 문제를 과학적으로 깊이 있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결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류의 원인은 크게 외부적인 원인과 내부적인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적인 원인으로는 해면에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바람이 불 때 만들어지는 취송류(吹送流, drift current)와 바람이나 기압, 그리고 강물의 유입에 따라 해면에 경사가 생겨 일어나는 경사류(傾斜流)가 있다. 해수 각층의 밀도와 분포가 달라 그 차이로 일어나는 밀도류(密度流, density current)는 내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 해류의 중요한 원인은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해수의 밀도 차이와 지구자전에 의한 전향력을 가미해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이 문제에서 나온 해류는 동한난류로 쿠로시오 해류의 지류이다. 따라서 답은 ⑤다.

(통합과학문제2) 과학 개념을 응용할 줄 아는지 묻는다

다음 네 가지 반응의 공통점은?
* 간세포에서 포도당이 글리코겐으로 합성된다.
* 단백질은 위액을 혼합한 용액에서 쉽게 분해된다.
* 수소와 산소의 혼합기체는 백금가루가 있으면 상온에서도 잘 반응한다.
* 체내 대사과정에서 생성된 과산화수소는 철 양이온에 의하여 물과 산소로 분해된다.

① 촉매 반응 ②흡열 반응 ③ 효소 반응 ④ 분해 반응 ⑤치환 반응

(학습 길잡이) 과목에 대한 고정관념 버려야

인문계, 자연계 수리탐구영역(II) A형 4번 문제. 이 문제는 화학반응에 관해 묻고 있지만 생물에서나 나옴직한 반응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화학반응에 관한 폭넓은 이해가 있어야 답할 수 있다. 우리는 곧잘 같은 개념을 배우는 과목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때가 많다. 특히 시험문제에서 이런 개념들이 사용될 때는 고정관념을 갖고 그 과목에서 배운 것만 생각해 문제를 풀게 된다.

예를 들면 에너지를 말할 때 물리에서는 역학에너지나 전기에너지를 생각하기 쉽다. 일반 화학에서는 열에너지나 빛에너지를, 화학전지는 전기에너지를 생각하게 한다. 생물에서는 광합성의 빛에너지와 ATP만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지구과학에서는 태양에너지나 복사에너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고정관념이다.

사실 에너지는 모두 같은 개념인데, 이처럼 각 과목에서 배운 에너지들은 서로 다르고 관련 없는 것처럼 느낀다. 이 문제에서 나온 반응들도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의 혼란을 가져온다. 네가지 반응의 공통점을 알아내는 이 문제는 반응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출제된 것이다.

먼저 간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생물에서 잘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간에서 포도당이 글리코겐으로 변한다는 것만 외웠을 뿐 이때 일어나는 반응에 관한 것은 잘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또 위에서 단백질이 위액과 섞여 소화된다는 것을 외웠을 뿐 일어나는 반응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도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 때 반드시 위의 예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구체적인 반응을 알고 있지 못하더라도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대부분이 세포 내의 효소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된다. 효소의 작용은 반응 전후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반응을 도와준다. 이것은 화학반응에서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문제에서 보기로 든 네가지 반응은 모두 촉매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답은 ①이다.
 

통합과학문제 3


(통합과학문제3) 개념을 얼마나 폭넓게 이해하는지 묻는다

다음 그림은 전기 자극을 줄 때 근육이 어떻게 수축되고 이왼되는가를 측정하는 실험 장치를 나타낸 것이다. 근육에 매단 추의 질량은 m이고, 소리굽쇠의 주기는 T이다.

옆 실험 장치를 이용하여 다음과 같은 연축곡선을 얻었다. 추가 올라간 높이는 h이고, 중력 가속도의 크기는 g이다.(단, 추의 질량 이외의 다른 질량은 무시한다.)

이 실험에서 '수축기' 동안의 근육의 평균 일률은?
① $\frac{mg}{h}$ × $\frac{1}{NT}$ ② $\frac{mg}{h}$ × NT ③ $\frac{h}{mg}$ × $\frac{1}{NT}$
④ mgh × NT ⑤ mgh × $\frac{1}{NT}$

(학습 길잡이) 과학 개념의 정확한 이해 필요

인문계, 자연계 수리탐구영역(II) A형 19번 문제. 이 문제를 본 많은 과학교사들은 교과 구분이 안된다고 말한다. 이 문제는 생물문제인 것처럼 보이나 물리적인 개념을 알지 못하면 풀기 어렵다. 학생들은 이 문제의 그림을 보는 순간 '이것은 많이 보던 문제야'하고 속단을 내렸겠지만 읽어내려가는 순간 '아, 그게 아닌데'하며 놀랐을 것이다.

생물시간에 보던 실험으로 물리적인 물음을 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이 문제는 실험 속에 이렇게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근육의 일률을 어떤 교과과정에서 계산해내야 하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굳이 찾으려고 한다면 생리학일 것이다. 이렇듯 수능문제는 교과 구분을 떠나 출제함으로써 과학개념을 얼마나 아는지 평가하려고 한다.

이 문제는 생물수업에서 근육의 역치를 알아보는 실험으로 많이 소개됐다. 일정하게 진동하는 소리굽쇠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고, 근육의 운동은 전기자극에 의한 수축과 이완을 그래프로 나타낸다. 이것을 근육이 추에 해준 일로 생각해 일률을 계산해 보는 것은 매우 신선한 접근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먼저 일이 에너지와 같은 단위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추의 위치에너지의 증가가 바로 근육이 추에 한 일이다. 그 양은 바로 mgh이고, 이것을 걸린 시간 NT로 나눈 것이 바로 일률이다. 따라서 답은 ⑤다.
 

통합과학문제 4


(통합과학문제4) 탐구학습을 했는지 묻는다

철수는 생태계의 물질 순환과정에서 분해자가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운 후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가. 한 가지 풀로 썩힌 기간을 다르게 한 세 종류의 퇴비를 만들었다.
나. 그림과 같이 크기가 같은 화분에 같은 성분의 토양을 넣었다.
다. 각 화분에 생장 정도가 같은 콩모종을 심었다.
라. 모든 화분을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같은 온실에 두었다.
마. 모든 화분에 매일 같은 양의 빛과 물을 충분하게 공급하였다.
바. 삼십 일 후 각 화분에서 자란 콩의 키를 측정하였다.

이 실험으로 검증하고자 하는 가설로 가장 적당한 것은?

① 화분의 크기에 따라 콩의 생장 속도가 다를 것이다.
② 퇴비 200g을 사용하면 콩이 더 크게 자랄 것이다.
③ 오래 썩힌 퇴비일수록 물을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④ 퇴비는 여러 종류의 식물을 섞어서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⑤ 오래 썩힌 퇴비일수록 콩의 생장에 필요한 양분이 많을 것이다.

(학습 길잡이) 많은 실험 통해 탐구학습 익혀야

자연계 수리탐구영역(II) A형 31번 문제. 퇴비를 썩인 정도에 따라 식물이 얼마나 자라는지 비교하는 실험이다. 질문의 핵심은 어떤 조건을 통제하고 있는가이다. 조건통제를 묻는 문제는 쉽지만 학생들이 매우 어려워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실험을 많이 해보지 못했고 실험을 해도 요리책을 보고 요리하듯이 실험책에 나온대로 했기 때문이다.

진정 과학하는 재미는 실험에 있다. 그러나 실험만 많이 한다고 해서 과학적 소양이 많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지식을 몇개 더 아는 것보다 과학하는 마인드를 기르는 것이다. 과학하는 마인드란 달리 표현하면 문제해결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 해결력을 키우려면 평소 생활 속에서 과학적인 답을 내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험도 이런 방법 중에 하나다. 실험이 과학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토론 정보수집 수치해석 등을 이용할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을 유효적절하게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문제는 먼저 사용한 가설을 찾고 있다.

가설은 실험을 진행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먼저 철수가 호기심을 갖게 된 원인을 밝혔고 그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실험에서는 같은 화분, 같은 풀, 같은 성분의 토양, 같은 콩모종, 같은 온도, 매일 같은 양의 빛과 물을 줌으로써 조건을 통제했다. 그리고 매일 측정한 것은 자란 콩의 키다. 또하나 다른 것은 퇴비를 썩힌 기간이다. 이렇게 해석을 해 본 학생이라면 쉽게 답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실험은 오래 썩힌 퇴비일수록 콩의 생장에 필요한 양분이 많다는 것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답은 ⑤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통과학 학습법

암기는 필요없다
문수한(교육부 자연과학편수관실 연구사)

과학이 그동안 너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공통과학은 중학교때 배운 기본적인 개념과 지식으로 구성했다. 공통과학을 쉽게 만든 까닭은 개념과 지식을 몰라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공통과학은 암기할 필요가 없다. 학교수업을 충실하게 따라가면 된다. 특히 실험과정이나 토론, 자료분류 등 탐구학습을 몸에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다. 공통과학이 문·이과필수과목이고, 다른 과목은 선택과목이므로 수학능력시험도 공통과학을 중심으로 출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생활과학과 시사과학이 특징
김영준(서울시 과학교육원 장학사)

공통과학에서 통합과학적인 성격이 크게 드러나는 곳은 과학의 탐구, 에너지, 환경, 현대과학과 기술 등의 단원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과를 선택한 학생들도 1학년 때가 아니면 더이상 배울 수 없다.
또 물질 힘 생명 지구 등의 단원은 화학 물리 생물 지구과학과 다소 겹치는 내용이지만 실제 생활과 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과학에 흥미를 붙이기에 좋은 단원이다. 각 단원을 배울 때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실험에 충실한다면 공통과학은 매우 재미있는 과목이 될 것으로 본다.

수업에 충실하면 부담 없는 과목
이범홍(교육개발원 과학교육연구실, 이학박사)

공통과학 교과서는 비교적 잘 만들어져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 큰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다고 본다.
공통과학은 그동안 어떤 교과서보다 쉽게 배우고 쉽게 해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다만 학생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수업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다.

문과생들도 과학 컴플렉스를 벗자
박승재(서울대학교 물리교육학과 교수)

공통과학은 각 개념과 지식의 관계를 따지는 것이다. 먼저 기본적인 개념과 지식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알고 있는 개념과 지식을 실생활의 소재에 적용하고 과학적인 요인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공통과학을 잘 배우려면 무엇보다 과학에 흥미를 붙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다. 탐구학습으로 이뤄진 공통과학은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해답을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문과생의 경우 공통과학만 배우면 과학에 대해 더이상 배울 기회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 잘 배워두면 사회에 나가 과학 때문에 컴플렉스를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통과학은 흥미 위주로 돼 있어 공부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현종오 교사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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