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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신나는 과학놀이마당 솜사탕도 만들고 DNA도 배열

"과학은 늘 어렵게 느껴진다. 과학은 암기할 것이 너무 많고 이론을 중심으로 배우기 때문에 잘 이해되지 않는다. 갈수록 과학과목이 싫어진다." 중·고등학생들은 곧잘 이런 얘기를 한다. 그래서 과학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과학을 재미있고 신나는 과목으로 만들까 늘 고민한다.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줄여 '신과사')은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보다 나은 과학교육을 하려고 연구하는 과학교사들의 모임이다.

제5회 신나는 과학놀이마당은 신과사 교사들이 개최한 과학행사로, 지난 1월 11-12일 이틀에 걸쳐 서울 중동고등학교에서 열렸다. 과학놀이마당은 방학을 이용해 학생들이 과학놀이와 과학탐구실험을 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행사는 7개의 경연 마당과 13개의 열린 마당에서 1백가지 과학실험을 선보였다.

경연 마당은 과학실험과 과학놀이를 통해 우열을 가려 상품을 주는 코너, 흔들이 손난로 만들기, 이중 나선 조립하기, 공기 대포 놀이, 3차원 미로 만들기, 부메랑 던지기, 풍선 놀이, 도미노 자동 장치 꾸미기 등 놀이와 실험이 곁들여 있었다. 경연 마당의 중요한 특징은 놀이에 앞서 비디오와 차트를 이용해 과학원리를 소개함으로써 단순한 과학놀이로 끝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열린 마당은 마술 글씨, 삼투 현상, 자석 그네, 고체연료 만들기, 솜사탕 만들기, 뜨겁지 않은 불꽃 등 흥미로운 일상생활 속의 소재들을 과학 원리를 이용해 탐구해보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국민학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국민학생들은 부모와 함께 참여한 경우도 많았다. 문영광군(삼능국교 5학년)은 "모든 것이 재밌다" 며 "학교에서 전혀 이런 실험을 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또 석종락군(서울 은평구 대조국 2년)의 어머니는 많은 실험들이 국민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워 "쉬운 것을 택해서 함께 참가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학생들은 한 교실에서 실험이 끝나면 다른 교실로 옮겨가서 새로운 실험을 했다. 복도에서 만난 몇명의 중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접할 때는 어렵게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과학실험이 무척 재미있고 이해도 잘 된다"고 말했다. 행사는 과학놀이를 넘어서 과학 축제와 같은 인상을 풍겨내고 있었다.

꿈틀거리는 뱀


학생이 과학실험 가르쳐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놀란 것은 바로 각 교실에서 지도하는 사람이 과학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이라는 점이었다. 또 이학생들이 거의 완벽하게 실험과 과학놀이를 지도하고 과학원리를 설명해주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지도학생(행사장에서는 '출제위원'이라고 불렀다)이 안내한 대로 실험에 임했고 원했던 결과가 나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학부모들은 자신들도 궁금했던지 질문을 쏟아냈다. 차분하게 지도학생들이 설명해주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도학생들은 주로 중학생과 고등학생들. 이들은 미리 학교에서 교사와 함께 과학실험과 과학놀이 주제를 정해 준비해 왔다. 처음 해보는 교사의 역할이라서 모두 불안해 했지만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준비하는 과정이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3차원 미로를 만들기 위해 청계천 아크릴 가게를 뒤졌고, 그래도 안돼 결국 일본에서 공수받기도 했다. 또 손난로를 만들기 위해 경동시장을 8시간 동안 뒤져 천을 구하는 쾌거도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은 과학실험보다 더 귀중한 것을 얻었다고 한다.

"고체연료를 만드는 방법에는 2기지가 있다. 하나는 메틸알코올과 비누를 이용해 만든다. 이것은 화력은 세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이것은 화력은 세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에틸 알코올과 아세트산칼슘을 섞어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은 화력이 약하지만 오래간다…." 또렷한 목소리로 고체연료를 만드는 법을 설명했던 학생들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나이어린 국민학교 6학년이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이들 중 2명은 긴장한 나머지 아침부터 배탈이 나 양호실 신세를 졌다. 그러나 실험이 시작되자 책임감 때문인지 교실로 다시 돌아와 참가한 학생과 어울려 실험에 몰두했다. 어느 정도 실험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들은 신이 나서 동료 학생들에게 자기가 아는 지식들을 풀어놓았다. 언제 아팠는가 하는 식이었다. 고체연료를 만드는 실험실은 이번 행사에서 단연 인기를 끌었다.

중·고등학생들이 지도하는 교실은 역시 무게가 있었다. 이들은 실험 시작 전에 과학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실험 중에 주의해야 할 점을 조리있게 설명해 주었다. 알코올과 모터를 다룰 때 손을 다치지 않도록 몇번씩 강조하면서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안전을 살피는 원숙함이 돋보였다.
 

도미노 자동장치 만들기
 

과학에 친근감 느끼도록

교실마다 성황을 이루었던 행사였지만 문제점도 눈에 띄었다. 난방이 안돼 추위에 떨어야 했던 교실도 있었고, 안내를 맡은 교사들의 수가 부족해 참가한 학생들이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것은 그나마 이해가 됐다. 이 행사는 교사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것으로 다른 조직적인 행사와 비교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교실에서는 진기한 상황들이 발생했다. 이중나선 구조를 만드는 시합이 벌어지고 있는 경연마당은 국민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모두 참가했다. 국민학생은 DNA가 뭔지 이중나선 구조가 뭔지를 모르는 채 "그냥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서" 여기에 참가한 것이다. 과학놀이도 좋지만 수준에 맞지 않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애초 중학교 이상 참가하도록 돼 있었지만 안내가 잘못된 모양이다.

과학놀이마당 참가 인원은 6백20여명. 이번 행사는 여러가지 미숙함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행사였다. 학교에서는 외면되고 있는 과학실험을 이곳에서 처음 해보았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또 과학을 놀이로 배운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참가한 사람들은 과학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찾아온 과학교사들도 있었다.

이러한 과학놀이마당을 어떻게 연출해야 하는지 배우기 위해서였다. 이번 행사를 준비했던 신과사 교사들은 과학놀이마당을 개최했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에 대해 흥미를 잃어가는 학생들에게 과학이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때 퀴즈대회와 같은 것을 실시해 봤는데, 처음엔 반응이 좋았지만 계속되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과학놀이마당이다. 얼마나 과학을 이해하는지는 다음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과학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고 가까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과사'를 이끌고 있는 현종오 오금고 교사는 "그동안의 과학마당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잔치였다"며 "학생 모두가 참여하기 위해선 과학이 놀이가 돼야 한다" 고 말한다. 그래서 신과사는 앞으로도 계속 과학놀이마당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아직 사무실 하나없어 서강대 실험실을 빌어 쓰고 있는 형편이어서 교육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3차원 미로 만들기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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