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녹색당이 출범했다.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공해현실을 바로 인식하고, 조직적으로 대처해 가겠다는 취지로 환경보호론자들이 모인 것이다. 오는 3월15일에 창당예정인 대한녹색당의 기본강령은 환경보존 반핵반전 인간성 회복 등 6개항. 이 강령들 중 '인간성 회복'은 서구의 녹색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자적인 대목이다. 유럽에서 출발한 녹색당의 이념에 동양적·한국적인 요소를 가미시킨 것이다.
녹색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인 송순창(宋淳昌, 50) 대한조류협회 회장은 "환경의 파괴는 인간성의 파괴와 직결된다. 또 과소비나 향락산업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퇴폐문화와 기술지향주의에 제동을 걸려면 인간의 끝없는 욕구를 지양하고, 철학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우선 전인교육이 실천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제는 지칠대로 지친 환경에 '휴식기간'을 주고, 생태지향주의자들이 나와 보다 적극적으로 활약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전시행정의 병폐를 보고
외국어대 독어과를 졸업한 후 중·고교 교사와 학원강사를 했던 송위원장은 고(故)장준하씨와 가까이 지낸 '덕'에 권력의 미움을 사 한때 감시대상이 되기도 했다.
활동에 적잖은 규제를 받았던 그는 78년부터 야생조류 보호사업에 뛰어든다.
"83년부터 야생조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농약 폐수 등 유해물질의 배출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그는 그 원인을 관계당국의 '눈가리고 아옹하는' 전시행정 탓으로 보았다. 환경청 산림청 보사 내무 건설부 등 환경과 관계있는 부처들이 서로 책임을 상대방에 떠 넘기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은 것이다. 또 생산성 만능의 풍토가 기업과 정부와의 '야합'을 부추겼고, 솜털같은 환경방지법이 공해방지장치의 가동보다 차라리 벌금을 내는 게 '이익'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힘이 없었다. 자연보호서클 차원의 활동을 해보았지만 날로 오염돼가는 산하를 청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그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유럽의 녹색당과 연계해 지구촌의 환경문제를 풀어가는 정당을 머리에 떠올린 것이다.
"이제 지구의 환경오염은 결코 국지적인 문제일 수 없다. 한 나라가 아무리 철저하게 환경을 보호해도 주변 국가들이 환경을 소홀히 대접하면 그 대가는 함께 치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의 모든 나라가 연대의식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현재 상태로 계속 가면 2030년대에는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믿는 그는 오존층파괴 산성비 온실효과 등을 당면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녹색당은 내년에 시행될 지방의회선거를 1차로 겨냥하고 있다. 또 92년에는 국회에도 진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몇몇 환경보호학자들이 끼어 있지만 대부분은 무명인 37명의 발기인과 함께 닻을 올린 녹색당은 1주일만에 1천2백40명이 가입신청을 했다. 같은 기간 활동자금도 4천만원이나 걷혔다. 이런 뜻밖의 큰 호응을 청신호로 믿고 있는 그는 정치성이 짙은 자금은 절대 사양한다고 밝혔다.
"대학생 대학원생 등 젊은 사람들이 각 대학에 홍보용 대자보를 붙이는 등 많이 돕고 있다"고 한 그는 생태·환경학자들의 적극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환경오염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동안 행동에는 소극적이었던 점을 지적하면서도 그들의 동참을 무척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다.
80년 초에 유럽 10개국의 녹색당을 방문하면서 대한녹색당을 구상했다는 그는 이번에는 '당수'자격으로 유럽을 돌아볼 계획이다. 그들의 성공을 배우기 위해서다.
"유럽의 녹색당은 각국의 독특한 사정에 따라 주안점을 다르게 잡고 있다. 예컨대 투우의 나라 스페인에서는 소의 보호를 위해, 보존해야 할 예술품이 많은 이탈리아는 산성비를 막는 데 전력을 다한다. 또 당사가 20평이 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대부분이 무급의 자원봉사자들이고 유급 직원은 많아야 3명이다."
그가 헤어지면서 한 말은 꽤 인상적이었다. "나는 결코 승용차를 타지 않을 것이며, 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