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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데이터백업 사라지는 클라우드 컴퓨팅

컴퓨터 수천 대에서 이뤄지는 분산 병렬 연산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엄청난 ‘일’을 벌였다. 1851년부터 1922년 사이의 신문기사 1100만 개를 전자문서로 만들어 일반인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로 한 것. 그런데 놀랍게도 뉴욕타임스가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구입한 컴퓨터나 저장 장치는 하나도 없었다. 작업도 하루 만에 끝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신문기사 1100만 개를 하루 만에 전자문서로 전환했다.


‘구름’에서 논스톱 실행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이 제공하는 EC2(Elastic Computing Cloud, 신축적 컴퓨팅 클라우드)를 이용해 가상 컴퓨터 100대와 1.5TB (테라바이트, 1TB=1012B)짜리 저장매체로 신문기사 1100만 개를 손쉽게 전자문서로 만들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뭘까.

예를 들어 워드나 엑셀 같은 프로그램으로 문서 작업을 한다고 하자. 아직까지는 개인용 컴퓨터(PC)에 개별적으로 저장해둔 소프트웨어 자료를 불러 실행시켜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이런 작업이 필요 없다. 모든 자료와 소프트웨어가 대형 서버에 있어 사용자는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으로 이 컴퓨터에 접속해 작업하면 된다.

더 쉬운 예를 들어보자. 지금은 컴퓨터를 사서 사용하기 위해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컴퓨터 판매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 들러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디스크 사양 등을 비교한 뒤 고른다. 그런 다음 윈도우즈 같은 운영체제를 셋업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다.

만약 회사에서 작성하던 보고서를 집에서 계속 작업하려면 문서를 USB메모리에 담아와 PC에 옮겨야 한다. 소프트웨어 버전이 다르면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도 하고, 때마다 보안프로그램으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은 없는지 확인도 한다. 응용프로그램이 많아질수록 메모리도 늘려야 한다. 컴퓨터를 유지하는데 돈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이런 모든 복잡한 과정이 사라진다. CPU, 디스크 사양은 물론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카탈로그를 통해 주문한다. 주문과 동시에 윈도우즈에는 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되면서 작업 환경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USB메모리로 문서를 이 PC에서 저 PC로 옮기거나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 없이 어디서나 원하는 작업을 불러 실행할 수 있다. 메모리를 늘릴 때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해 주문한다. 비용은 휴대전화처럼 시간당 사용료로 계산하거나 월정액제를 신청할 수 있다. PC를 구입하고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난 셈이다.

‘클라우드’란 용어도 사용자가 필요한 작업을 제시하면(구름 속으로 던지면) 어디엔가 이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이 할당돼 작업을 실행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구름에서 떨어지는) 데서 생겼다. 가령 인터넷이 종종 구름으로 표현되는데,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버가 ‘구름’ 어디엔가 존재하고 사용자가 그 ‘구름’에 연결돼 있다면, 사용자는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서버에 도착하는지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지만 ‘구름’을 통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시대가 요구하는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가격은 나날이 하락하고 성능은 향상되는데 비해 운영체제와 응용 소프트웨어 같은 컴퓨터 운영환경은 계속 복잡해져 관리하는데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 컴퓨터로 뉴스를 읽고 물품을 구입하고 UCC를 감상하고 친구와 채팅하는데 드는 시간만큼 컴퓨터를 관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드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이런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기업에서는 컴퓨터나 서버를 구매하는데 쓰는 비용보다 운영자의 인건비, 전기료, 전산실 냉방비로 지출하는 비용이 훨씬 크다. 특히 최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컴퓨터를 가동하고 전산실을 냉방하는데 드는 전기료가 끝없이 치솟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필요한 대형 컴퓨팅 센터를 추운 지역에 설치하면 냉방비를 줄일 수 있어 궁극적으로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다.


구글 검색 엔진 핵심기술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글 검색 엔진인 ‘맵리듀스’(Map-Reduece)를 보자. 맵리듀스는 분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100TB가 넘는 웹문서들에서 키워드 검색을 수행한다. 이때 핵심 기술은 수천 대의 컴퓨터에서 이뤄지는 분산 병렬 연산이다. 즉 구글 웹사이트에서 키워드를 치면 수천 대의 컴퓨터가 100TB에 이르는 문서들을 분산, 동시에 검색해 원하는 문서를 신속히 찾아준다. 이는 대용량 서버 한 대나 고정적으로 할당된 컴퓨터 몇 대를 사용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다.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컴퓨팅은 몇 대에서 많게는 수만 대의 컴퓨터를 필요한 시간만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작업량이 증가하면 분산 수행하는 컴퓨터의 수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필요한 것은 대형 데이터(컴퓨팅) 센터뿐이다. 사용자는 단말기 하나만 들고 어딘가에 있는 대형 데이터 센터를 통해 필요한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서버 한 대 없이도 IT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서비스 개발자는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만 있으면 인터넷으로 데이터 센터에 접속해 마치 회사 내에 있는 서버를 사용하듯 데이터 센터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대신 사용한 만큼의 비용만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회사에 지급하면 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가상화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컴퓨터, 네트워크, 저장장치를 가상화시킬 수 있어야 하나의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여러 개의 운영체제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CPU, 메모리 같은 자원을 원하는 가상 컴퓨터로 할당할 수 있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막대하다. 무엇보다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회사는 대형 데이터 센터를 에너지 가격이 싼 지역에 설치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발전소 옆이나, 미국처럼 땅덩이가 넓은 나라에서는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이나 냉방비를 절약할 수 있는 추운 지역에 설치하면 된다.

특히 전체적으로 작업량이 줄어드는 새벽 시간에는 몇 대의 컴퓨터만 사용하고 나머지 컴퓨터는 정지시키면 전기료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컴퓨터 서버에 의한 전원 사용률이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어 컴퓨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은 비용 절감을 넘어 환경 보호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통합된 소프트웨어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컴퓨터 관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대폭 줄어든다. 가령 1000대의 컴퓨터에서 네트워크 카드 펌웨어를 업데이트한다고 하자.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1000대의 컴퓨터를 일률적으로 한꺼번에 수행시키기 때문에 각 컴퓨터의 소유자가 제각기 따로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운영체제의 보안 패치나 응용 소프트웨어 설치와 업데이트도 마찬가지로 자동 처리된다. 각 기업에서 1000명의 관리자가 따로 할 일을 한 번에 해결하는 셈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거추장스런 노트북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신클라이언트(Thin Client) 같은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된 모니터나 PDA, PMP 등 개인 소형 단말기만 있으면 PC나 노트북 없이도 윈도우즈나 리눅스 같은 운영체제에서 손쉽게 작업할 수 있다. 프로그램 설치나 업데이트,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는 요구만 하면 자동으로 이뤄진다.
 

구글의‘초스피드’검색 비결은 수천 대의 컴퓨터로 작업을 분산시키는 데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도 비슷한 방법을 사용한다.


TV로 컴퓨터 한다

현재 아마존은 EC2라는 상업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시간당 컴퓨터 사용료는 CPU 개수, 메모리 크기, 디스크 크기에 따라 10~80센트(약 100~800원)로 저렴하다. 저장 공간도 1GB(기가바이트, 1GB=109B)당 한달 사용료가 15센트(약 150원)로 매우 싸다.

최근 IBM과 구글은 수천 대의 컴퓨터와 프로그램 개발, 시스템 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대학에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고, MIT와 스탠퍼드대를 비롯한 유수의 대학들이 이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이 클라우드 컴퓨팅 혁명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클라우드 컴퓨팅이 일으킬 새로운 디지털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미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신클라이언트 기술만 표준화되면 굳이 개인 단말기를 살 필요도 없다. TV에 직접 키보드와 마우스만 무선으로 연결해 컴퓨터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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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류경동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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