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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환경지배론

인간은 유전자 기성품이 아니다

인간의 지능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발전한다. 천재의 부모가 항상 천재가 아닌 것은 인간의 지능이 유전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끊임없는 반복학습과 지적활동이 당신을 천재로 만들 수 있다.

1890년대 10대의 아인슈타인은 학교에서 골칫거리 소년으로 취급받았다. 선생님들은 심지어 "자네는 학교를 그만 두는 것이 좋아" 라며 야단을 늘어놓았다. 그 당시 아무도 아인슈타인이 20세기 최고의 과학자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평강공주를 만나기 전까지 한낱 필부에 불과했던 바보 온달은 공주의 열성어린 지도로 고구려의 국운을 걸머지는 장군으로 변신했다.

1970년대에 IQ 2백의 천재아로 명성을 날렸던 우리나라의 신동 김모군은 10여세의 어린나이에 미국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했지만 20대에 들어서자 여느 사람과 다름없는 평범한 청년이 됐다.

이상의 사례들은 한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 그가 지닌 지적능력, 곧 지능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만약 10대의 아인슈타인에게 지능검사를 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신동 김모군의 경우 어린시절에 측정했던 지능검사의 결과와 20대의 검사결과가 현저히 달랐다. 그 동안 그의 지능이 정말로 변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능검사 방법이 그의 지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교육에 의해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콩심은 데서 팥이 날 수도

최초의 지능검사(IQ검사)는 1905년 프랑스 정부의 요청으로 비네가 고안했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이 어린 시절동안 한번도 지능검사를 받을 기회가 없었음을 우리는 애석해 할 수밖에 없다.그렇지만 지능검사 전문가들은 만약에 아인슈타인이 10대에 지능검사를 받았더라면 그 결과가 썩 좋았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듯하다. 왜냐하면 IQ검사가 사람의 진정한 '지능' 을 평가하는 수단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학업성취' 에 대한 예측수단으로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그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비네에 의해 IQ검사가 만들어진 이래로 거의 1세기 동안 일반 대중들은 이 검사가 사람의 지적능력을 평가하는 아주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줄곧 믿어왔다. 그러나 많은 교육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대중들의 맹신에 대해 냉소적인 것이 보통이다. IQ검사를 처음 창안한 비네조차도 그의 검사가 피시험자들의 몇가지 '고정된' 또는 '타고난' 특성의 척도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다. '한 개인의 지능은 논의할 필요조차 없는 변하지 않는 고정된 특성' 이라고 단언하는 이들에게 비네는 "우리는 이러한 잔인한 비관론에 대해 항의하고 반대해야 한다" 고 응수했다.

IQ검사에서 얻어진 점수가 지능의 우열을 가리는 좋은 척도가 아니라는 지적은 무수히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Q검사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이유는 전문가 사이에서 조차도 지능이 과연 무엇인가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일수록 IQ검사 결과와 지능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능이 유전적 결과인가, 아니면 주위환경의 산물인가하는 논쟁은 지능을 측정하는 척도로 IQ검사가 도입된 이후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인간의 지능이 거의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IQ검사 결과를 즐겨 인용했다. 그들은 IQ검사 결과가 사회의 엘리트 집단과 노동자 집단 사이에서 명백한 차이를 보이는 것과 두 집단의 자녀들 사이에서도 거의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 것이 '지능은 유전한다'는 논리의 근거라고 주장한다. 또한 아주 어릴 때부터 격리돼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키워진 일란성 쌍둥이들의 지능지수 상관계수가 일반인들보다 특히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범죄자 정신이상자 백치 알코올중독자 등이 유난히 많은 가계와, 과학자 법학자 은행가들이 특별히 많은 가계가 여러사회에 존재함을 예로 들어 지능은 유전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그들은 단언한다.

어떤 면에서 지능은 유전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콩심은 밭에 콩나고 팥심은 밭에서 팥난다' 라는 속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지능이 높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상대적으로 보통 사람들의 자녀들보다 지능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부모나 자녀가 남들보다 유별난 천재였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만약 평강공주가 찾지 않았더라면 바보 온달은 영원히 바보로 인생을 마쳤을 것이다. 또 만약 지능이 유전하는 것이라면 어릴 때의 신동이 자라서 범재로 변하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교육의 효과에 대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 이반. 그가 태어날 때부터 컴퓨터를 알고 있을 리 없다.


IQ 차이는 생활환경의 차이

어떤 사람들은 IQ검사의 결과가 화이트칼라 계층이 불루칼라 계층보다, 남성이 여성보다, 미국에서는 백인이 흑인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들어 지능이 유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지적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관점의 반박으로 빛을 잃게된다.

먼저, IQ검사가 시도된 후 지금까지 지능검사의 문제 출제 경향이 어떤 특정 계층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됐다. 비네의 IQ검사는 학습장애아를 가려내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므로 비네의 IQ검사는 진정한 지능의 측정이 아니라 학습장애아의 선별에 더 유용했다. 미국에서 1,2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하는 군인들을 선별하기 위해 실시된 IQ검사의 문항들은 폴란드계 유태계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에게 특히 불리하도록 만들어졌다. 심지어는 오늘날에도 IQ검사의 문제들이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에게, 흑인보다는 백인에게 유리하도록 작성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주장들은 모두 IQ검사의 결과가 실제의 지능과는 상당히 무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IQ검사의 결과가 지능의 척도로 불충분하다면 IQ검사에 의존해 지능이 유전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지않은 무리가 따른다.

둘째로 IQ검사의 결과가 여러 계층들 사이에서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은 지능이 유전적이라기보다는 역으로 환경의 산물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 미국에서 백인 학생의 평균 IQ점수는 흑인 학생보다 15점이나 높다. 이 차이가 진정한 지능의 차이인가하는 의문은 접어두더라도 일반적으로 백인 아이들이 자라는 생활환경이 흑인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에 비해 월등히 윤택하다. 그러므로 IQ점수의 차이가 주로 생활 환경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지능은 유전한다는 주장에 못지않게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천재라고 해서 부모가 천재인 것은 아니다.


본능과 학습

사람은 식욕 성욕 수면욕 등의 본능을 지닌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무의식적으로 본능을 행사한다는점에서 다른 동물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점심식사 후 지루한 수학시간에 눈꺼풀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현상이나 양지바른 장소를 찾아 낮잠을 청하는 고양이의 행동 사이에는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

그런데 본능적 행동의 양상은 사람에게서보다 다른 동물들에게서 훨씬 더 정교하게 발전돼 있다. 거미는 제 어미가 거미집을 짓는 것을 보지 않고도 더없이 정교한 집을 짓는다. 재봉새는 두장의 나뭇잎을 겁쳐 마치 주머니처럼 꿰매 그 속에서 알을 낳는다. 꿀벌이 동료들에게 꿀이 있는 장소를 알리기 위해서 추는 춤이나 비비가 잔가지들을 긁어보아 거대한 댐을 만드는 행위도 모두 본능의 산물로 알려져 있다.

동물들의 이런 본능적 행위는 영장류에 이르면 학습에 의한 행동으로 치환된다. 고릴라는 잘못을 저지르는 새끼를 힘으로 다스려 집단 생활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단속한다. 일본원숭이들은 학습을 통해서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다.

사람도 어린 시절에 본능적 행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갓 태어난 어린 아이가 빨래줄에 매달릴 수 있다든지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져도 별로 다친데가 없다든지 하는 현상은 어른보다는 어린 아이에게서 본능적인 행동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문명사회에서의 성인이 자신의 본능을 적절히 억제하지 못하면 형무소에 가거나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를 각오해야 할 정도로 본능이 강하게 억제된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행하는 행동의 대부분은 단순한 본능의 결과가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학습의 효과인 것이다.

학습은(그것이 학교성적을 올리기 위한 과외공부든지, 기술연마를 위한 현장학습이든지, 아니면 교통사고 후 신체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물리치료든지) 당연히 두뇌 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학습기간의 연장은 두뇌발달, 즉 지능발달을 자극하는 것이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양질의 학습기회가 많은 사회가 그렇지 못한 사회보다 구성원들의 지능이 높아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하겠다. 인류 문명은 바로 이러한 방향으로 두뇌의 진화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지능이 유전한다고 주장해서는 결코 않된다. 그것은 IQ검사의 잘못된 자료에 근거해서 잘못된 논리로 짜맞춰진 궤변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능이 전적으로 환경의 산물이라고 동의해서도 않된다. 지능의 일부분은 분명히 유전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인가. 설령 지능의 상당부분이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이제까지의 인류역사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인간의 지능 발달에 점점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이런 관점에서 적어도 인간은 단순히 유전자에 의해 모든것이 결정되는 기성품이 아니라 스스로를 개선해 가는 자기촉매적 존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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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홍욱희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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