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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은 6월11일 오전 9시부터 6월 15일까지 평양 순안국제공항의 기상정보와 서울 김포국제공항의 기상정보를 교환했다.비록 한시적이지만 이를 계기로 남북한의 기상정보가 공유된다면 해마다 반복되는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한반도를 야간에 촬영한 위성사진.북한의 전력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평양 순안공항 6월 13일 오전 9시 현재 남풍 초속 1m, 시정거리 10km 이상, 기온 22℃, 기압은 1천61헥토파스칼, 맑음, 앞으로 2시간 동안 현재 상황에서 변화없을 것.” 6월 13일 이뤄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간 기상정보 교류가 시작됐다.

현재 공항간의 기상정보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세계기상기구(WMO) 규정에 의해 항공고정통신망(AFTN)을 통해 각국 공항간에 서로 교환되고 있으나 남북간은 전례가 없다. 그렇다고 북한의 기상상태를 전혀 알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온, 기압, 강수량, 습도와 같은 지상관측자료는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세계기상통신망(GTS)을 통해 3시간마다 한번씩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 간격이 크고 관측 장소도 많지 않아 한반도 전체의 기상상태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상청은 비록 이번 기상정보 교환이 한시적으로 이뤄졌지만 해마다 기상재해를 입고 있는 남북한이 날씨 정보와 기상예보 기술을 교류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환경영향평가에 필수


부락 근처의 산을 개간해 농사를 짓고 있어 비가 오면 산사태가 쉽게 일어난다.


남한이 해마다 기상재해로 입는 경제적 손실은 약 6천억원이다. 북한까지 합하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기상정보가 교류되면 이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기상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북한에서는 사람이 사는 지역 근처 산림이 대부분 땔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가파른 산사면에도 농사를 짓고 있어 큰 비가 오면 홍수와 산사태가 쉽게 일어난다. 실제로 지난 1997년 경기도 연천에서 발생한 홍수는 남한쪽의 폭우에 의해서라기보다 임진강 상류 북한쪽에서 일어난 폭우에 의한 것이었다. 북한쪽 기상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면 미리 대비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남북경제협력 최우선 사업으로 임진강 수방사업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 임진강 상하류 일대의 강우량과 수위 기록 등 남북한 양측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교환하는 것이 제일 먼저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해마다 반복되는 장마와 태풍에 대한 정보도 남과 북이 공유할 것이다.

또 21세기에는 국가의 물관리가 큰 관심거리다. 그런데 북한의 강수자료가 없다는 것은 댐을 건설하는 것과 같은 계획을 진행하는데 큰 차질을 빚는 요인이다. 한반도의 물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강수량 자료와 같은 기상정보의 공유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북한에서 기상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기상청은 위성을 통해 한반도의 기상정보를 수치화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실제 관측치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순웅교수(서울대 대기과학과)에 따르면 북한의 기온과 연강수량 분포가 남한에서 예측해 작성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어 남북한 기상자료를 교환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남한에서 분석한 것에 따르면 평안북도의 최대 강수량이 1천8백mm 이상이었으나 북한의 자료에 따르면 1천4백mm 이상으로 나타나 4백mm나 차이가 났다.

사실 남북한의 교류가 활성화될수록 기상정보가 공유돼야 할 필요성은 커진다. 우선 북한 영공을 비행하는 민항기는 안전한 비행을 위해 항로상의 기상정보가 필요하다. 또 안전한 금강산 관광을 위해 금강산과 주변 지역의 기상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농작물의 최대 수확량은 지역의 기상과 기후 조건에 의존한다. 옥수수와 감자 같은 농작물의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기상조건을 파악하는 것은 1차적인 일이다.

이에 덧붙여 박순웅 교수는 북한에 민간 차원의 공단이 들어설 경우 기상정보 수집은 환경평가를 위해 필수라고 지적한다. 공단 예정 부지에서 오염물이 어떻게 확산되고 수송돼 주위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상기상관측과 상층기상관측을 실시해야 한다. 지상기상관측은 매 10분 간격으로 모든 기상요소(기온, 풍향, 풍속, 습도, 일사량, 기압, 강수량 등)를 관측한 후 이들 자료를 세밀히 분석해 대기확산을 파악한다. 그리고 상층기상관측을 통해 대기의 안정도와 혼합정도, 그리고 고도에 따른 각종 기상 요소들의 변화량을 파악해 공단 부지의 대기 질을 평가한다. 현재 북한에는 산업시설이 많지 않지만 개발 초기 단계부터 환경문제를 고려하는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경수로 부지에서 북동쪽으로 약1km떨어져 있는 속후 관측소 전경.


관측능력 1960년대 수준

하지만 남북한 교류가 이뤄진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쉽게 해결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북한의 기상관측 수준은 우리나라의 1960년대 수준이다. 기상관측 장비가 국내에서는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는 낡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1970년대 중반 우리나라보다 기상예측모델을 먼저 내놓은 북한이지만 거의 모든 관측을 수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관측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실시간 관측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관측 자료가 전산화돼 있지 않아 지난 통계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월단위나 연단위로 기록된 자료를 직접 읽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기상관측 전문가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관측 장비가 있더라도 전력수급 상황이 나빠 관측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북한은 전력이 부족해 남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상관측 기기를 사용하기 힘들다. 자가발전 시설을 갖춘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남북한 기상정보 교환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남북한이 협력해 한반도의 기상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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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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