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이상으로 인한 선천성 안면 두개볼 기형. 그 원인이 밝혀졌고 치료법이 개발 중이다.
단지 신체적 기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상과 등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 문명이 극히 진보된 첨단 의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인체의 신비를 전부 벗기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세계적 통계로는 약 1천명당 한명 꼴로 선천성 골격계 기형아가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천성 골격계 기형이란 태어날 때부터 뼈 모양에 이상이 있는 것을 말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에서는 선천성 기형아들이 따뜻한 사회적 배려와 최첨단 의술에 의해서 예방과 치료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전통적인 편견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형아의 출산을 특정인의 잘못으로 간주하고 부끄러워하며 죄책감까지 느낀다. 자연히 치료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이유때문에 기형아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인 통계가 없고 그것에 대한 과학적인 원인 분석을 하기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선천성 안면 두개골 기형은 기형의 부위가 얼굴이고 보니 남의 눈에 잘 띄게 돼 환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적 고충과 부담은 더욱 크다. 안면 두개골은 여러개의 뼈와 연골이 서로 긴밀하게 붙어서 형성되는데 인체의 다른 뼈와 비교할 때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기형의 형태나 기형의 정도 또한 매우 다양하다.
기형 중에는 뼈와 뼈끼리의 융합 이상에 의해 생기는 두개골 유합증(craniosynostoses), 연골조직의 형성과 발육의 이상에서 비롯되는 연골 발육부전증(chondrodys-plasia), 뼈와 연골조직 모두가 형성시 이상이 생기는 골연 골 이형성증(osteochondiy-dysplasia)이 있다. 안면 두개골의 기형은 성형수술로 경우에 따라 어느 정도 정상인과 가깝게 치료가 가능하지만, 환자 본인과 그 가족들에게는 평생동안 마음의 상처로 남기가 쉽다. 그러므로 안면 두개골 기형의 조기 진단과 예방은 더욱 필요하다.
뼈 형성의 핵심, 콜라겐
미국 하버드대학 의학연구팀은 선천성 골격 기형에 대한 분자 생물학적 차원의 연구를 수행했다. 안면 두개골 기형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최근까지 연구된 척추동물의 뼈와 연골의 형성, 그에 수반된 골격계의 이상에 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척추동물의 골격계는 뼈와 연골로 구성된다. 따라서 뼈와 연골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육은 전체 골격계의 균형있는 성장과 발육에 필수 요소다. 발생학적으로 보면 뼈와 연골의 형성은 중배엽에서 유래된 조직에서 비롯된다. 초기 태아 형성 때 이미 태아의 기본 골격계 형성에 중요하게 관여한다. 구성성분은 크게 칼슘 인 등의 미네랄 성분과 유기물질을 형성하는 세포로 나눌 수 있다.
뼈가 형성되고 발육되는 것은 유기물질에 의해서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 유기물질 중 가장 중요한 물질이 바로 콜라겐(collagen)이다. 그렇다면 콜라겐은 무엇이며, 어디서 생성되며 골격계 형성시 그들의 주된 역할은 무엇인가.
섬유아세포(fibroblast) 연골세포(chondrocyte) 골형성세포(osteoblast)에 의해 생성되는 콜라겐은 척추동물의 전체 단백질 함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광범위하게 여러 조직에 분포하고 있다. 콜라겐은 일종의 섬유상 단백질로서 분자 구조적으로 3개의 사슬이 서로 단단하게 꼬여서 하나의 완벽한 단백질을 형성한다. 이러한 완벽한 콜라겐 사슬의 결합은 각각 사슬에 존재하는 독특한 아미노산의 순서에 따라 결정된다.
선천성 기형 치료의 장 열어
콜라겐은 골격계의 외형이나 형태의 결정과 지탱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분자 구조적으로 콜라겐은 칼슘과 인산이 침착 될 수 있는 구멍(pore와 channel)이 있어 뼈의 형성과 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콜라겐 종류는 무려 25종이 되는데 특정한 시기에 특정 조직에서 각기 특정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뼈 연골 피부가 서로 모양이나 강도가 다른 것은 바로 콜라겐 때문이다. 뼈와 연골의 형성과 성장에서 콜라겐의 역할은 많은 의학자와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돼왔다.
일반적으로 뼈의 성장과 발육은 성장점이라고 불리는 그로스 센터(growth center)나 그로스 플레이트(growth plate)에서 이루어진다. 즉 인체에서 키가 자란다는 것은 성장점에서 연골세포가 증가되고 분화돼 연골조직을 형성하고 그 이후에 다시 연골조직이 뼈 조직으로 대체되면서 이루어진다. 연골조직이 뼈 조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먼저 연골조직의 흡수가 조금씩 진행되고 흡수된 연골 부위에 뼈를 형성하는 세포들의 분화가 일어나면서 조금씩 뼈조직으로 전환이 일어난다.
하버드대 의학 연구팀은 연골이 정상적인 성장과 발육이 저해돼 발생하는 안면 두개골 기형의 원인이, 어떤 특정 콜라겐이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연골 형성시에는 콜라겐 타입Ⅱ 타입Ⅸ, 그리고 타입XI이 관여하고 연골조직이 뼈 조직으로 전환될 때는 콜라겐 타입 Ⅹ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10년간 연구 끝의 결실이었다. 연구팀은 탄성과 환희의 분위기였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였다.
각 콜라겐 물질의 생산에 관여하는 특정유전자(gene)를 찾을 수만 있다면 오랫동안 염원하던 안면 두개골 기형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걸었다. 드디어 최초로 유전자 조작법을 이용한 유전자 돌연변이(gene mutation)나 유전자 제거(gene knock-out)로 뼈와 연골형성 시 특정 콜라겐의 역할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로 태아 때 특정 콜라겐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선천성 기형아들을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약물을 사용한다면 콜라겐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활발하게 함으로써 정상적인 뼈와 연골의 발육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앞으로 선천성 기형아 출산 경력이 있는 가계에 유전자 공학의 방법인 유전자 재조합을 적용하면 초기 발생 단계에서 선천성 기형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내 그것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유전자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