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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연구소 농·축산 분야에서 독특한 실적올려

개량젖소에서 취하지 않는 맥주까지

바이러스 없는 호프 만들어
 

연구소 온실에서 바이러스 없는 호프가 자란다.


아다시피 맥주의 쓴맛은 호프에서 나온다. 호프는 뽕나무과의 다년생 식물로 높이는 5m 정도이며 고냉지에서 재배된다. 맥주발효에서 중요한 효모의 작용을 돕는 호프는 바이러스에 취약한 면이 있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수확량이 30~50%나 감소된다. 또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잎에 모자이크나 선모양의 무늬가 나타나고 잎이 감기는 등의 현상이 생긴다.

최근 두산연구소의 한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전염경로를 차단하고 우량종을 개발, 호프농가에 배급할 목적으로 연구를 착수하여 바이러스가 없는 호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제조과정을 간단히 소개하면 입체현미경을 이용해 호프의 생장점을 따서 0.5mm 크기로 잘라낸 뒤 이것을 튜브에 옮겨 잘 자랄 수 있도록 특수배지를 조성해준다. 어느 정도 자라면 배지조성과 호르몬농도를 달리하는 다른 튜브에 옮겨 뿌리가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단 뿌리가 내리면 화분에 옮겨심고 비닐 등으로 싸서 습도와 환경의 급변에서 오는 부적응을 막아준다. 2~3주의 순화처리를 거친 뒤 비닐을 제거하면 바이러스가 없는 호프가 된다. 이것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가지를 잘라 옮겨 심는 산목처리를 하였더니 가지에서 뿌리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것.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점은 특수배지의 조성성분과 호르몬농도를 조절하는 것이었읍니다. 이 과정은 그간의 연구자료도 별로 없으며 상당히 고급기술에 해당합니다." 그동안 연구를 담당했던 한 연구원의 얘기이다.

과거에 호프는 국내재배가 안돼 전량 수입하였으나 두산연구소가 호프의 국내재배에 성공하여 강원도지역에 새로운 호프농가를 탄생시키게 되었다.
 

유전공학 장비들이 숙달된 솜씨로 조작되고 있다.


키메라도 만들 터
 

수정란이식에 의한 개량젖소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외국에서 수입한 혈통이 좋은 암소로 2백90일만에 송아지 한마리를 얻는데 만족한다면 경제적이 활용이 못될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하여 두산연구소 연구팀은 건국대 정길생박사팀과 산학협조체제를 이루어 수정란이식에 의한 가축개량에 개가를 올렸다.

품종이 좋은 암소에 성선자극호르몬을 주사하면 원래 1개 생성되던 난자가 최고 20개까지 생긴다. 이 난자를 우량한 숫소에 인공수정시키면 손색없는 수정란이 얻어진다. 이 수정란을 회수하여 실험실내에서 HY항체법을 이용, 숫소가 되는 XY인자를 녹이고 암소가 되는 XX인자만 남겨 수정란이식에 이용한다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을 더 여러 각도로 이용하기 위해 절단법, 세포융합법, 핵치환법 등 유전공학적 조작을 가한다.

절단법은 이 연구소가 자랑하는 장비중 하나인 마이크로매니플레이터를 사용, 수정란을 양분해 똑같은 형질을 지닌 2개 이상의 수정란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에 비해 세포융합법은 다른 품종의 두 수정란을 절단하여 서로 다른 것끼리 합치는 기술인데, 현재 두산연구소는 검은쥐와 흰쥐를 합쳐 얼룩쥐를 만드는데까지 성공하고 있다. 앞으로 2년내에 소에도 적용하여 약점이 보완된 소를 생산하겠다는게 연구소측의 포부. 세포융합의 결과 태어난 동물을 '키메라' 라고 하는데 '키메라'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한몸에 사자, 양, 뱀의 형태를 모두 갖춘 동물이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여가수 '키메라'의 독특한 화장도 무슨 관련이 있을듯.

또 핵치환법을 이용, 한우의 핵을 제거하고 대신 홀스타인핵을 이식함으로써 한우로 하여금 홀스타인을 낳게 하였다.

한편 수정란은 상온(常溫)에 방치하면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기능을 잃게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섭씨 영하 1백96도의 액체질소내에 냉동보존한다. 그러나 이렇게 처리한 경우 세포는 동해를 입기 쉬워 보존성이 떨어지는데 두산연구팀은 수정란의 냉동보존기술을 개발하여, 어미의 발정주기에 맞춰 수정란을 녹여 모체에 이식함으로써 새끼를 낳게하는데 성공했다.

마셔도 취하지 않는 맥주

유전공학분야에서는 앞에 언급한 것 이외에도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폐수와 폐기물처리 균주개발도 포함돼 있다. 두산그룹내의 공장에서 나오는 찌꺼기(슬러지)에서 19개의 균주(주로 식물성)를 개발하여 이용단계에 있으며 이것을 부식시켜유기비료화함으로써 회사의 재정애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농수산물에 대한 연구도 두산연구소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맥주양조용으로 국내풍토에 잘 견디고 단백질 함량도 적은 보리개발에 힘써 신품종(사천2호, 사천6호, 두산8호)을 등장시켰다.

새우와 보리새우의 양식 및 인공부화 그리고 새우양식에 필수적인 양식사료를 제조하여 수출의 길을 열어주기도 하였다.

또 맥주보리로 보리소주를 만들었고 양조용 포도의 재배에도 성공했다.

한국고유식품에도 관심을 기울여 김치의 대량생산, 숭늉 오미자의 제조공정연구가 진행중에 있다.

이밖에 특기할만한 것은 마셔도 취하지 않는 비알콜성맥주를 개발하여 술을 금하는 중동에 수출했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맥주공장의 공장자동화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전분유도체등 식품중간재의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현장실습지와 연결

'신제품 신기술을 통한 신수요창조'를 내건 두산연구소(소장 백운화박사)는 국내최초의 기업부설연구소로 알려진 동양맥주 양조기술연구실로부터 출발했다. OB맥주 영등포공장내의 3백평 규모 연구소를 중심으로 전국에 5개분소 (안면도-가축개량, 안흥-새우양식, 사천-보리육중, 청하-포도재배, 횡성-호프생산)를 현장실습지로 활용하고 있다.

60여명의 직원중 43명이 연구인력, 현재 회사의 지원으로 박사학위과정을 밟거나 해외연수중인 사람도 상당수있다고 한다. 생물학과 관련된 전공을 한 연구원이 주류를 이루며 군미필자는 병역특례대상이 된다.

연구비는 올해 약 1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머지않아 서울근교에 새연구소를 지어 이사할 예정이다.

이 연구소의 특징에 대해 연구실의 고이천차장은 "우리는 최첨단기술만을 내세우지 않읍니다. 현실적으로 소화가능한 기술부터 익히고 내실있게 발전해 갈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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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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