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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 우주 비밀 밝힐 원시헬륨 발견

빅뱅이론 입증

태초의 비밀이 벗겨지고 있다. 그동안 이론이로만 존재했던 대폭발이론이 초기 헬륨 발견으로 그 수수께끼가 풀릴 전망이다.

은하들 사이의 공간은 천문학자들이 크게 관심을 갖는 곳이다. 오랫동안 우주의 빈 공간을 연구해 온 천문학자들은 최근 이곳에서 대폭발(Big Bang)후 2분동안에 생겨난 것으로 보이는 많은 양의 헬륨을 발견했다.

이 원시 헬륨은 초기 우주에 존재했던 두개의 화학원소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더 풍부하게 존재하는 수소다. 지금으로부터 약1백억년 전 초기 우주가 진화할 때 이 원소들로부터 모든 별들과 은하들이 생겨났다.

초기 헬륨의 발견은 대폭발 직후 우주가 냉각되고 팽창하면서 수소와 헬륨과 같은 가벼운 원소들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증거다. 탄소 질소 산소와 같은 무거운 원소는 수소와 헬륨이 별의 중심에서 핵반응을 해 생긴다. 만약 이 이론이 맞다면 원시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많은 양의 희박한 가스는 은하들 안에 뭉쳐있거나 무거운 원소로 되기 전에 초기 우주에 퍼져 있어야만 한다.

암흑물질 수수께끼의 단서

과학자들은 이 새로운 발견으로 우주의 보이지 않는 질량(암흑물질)에 대해 좀더 알게 됐다. 은하들의 구조와 운동만으로 계산하면 우주 질량의 90%는 수수께끼이고 99%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형태의 물질이 있어서 훨씬 많은 질량이 계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헬륨의 발견은 질량을 구성하는 물질에 밝혀지지 않은 양을 더해 주게 되었다.

천문학자들은 별도, 분자도 없어 사실상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은하간 공간에서 현저한 양의 헬륨을 처음으로 발견했기 때문에 특별히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행성간 공간(行星間 空間)이 티끌이나 가스, 태양에서 나온 하전 입자, 작은 운석, 소행성, 혜성 등이 있는 활동적인 영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성간 공간(星間 空間)에는 많은 무거운 원소들과 분자 구름, 현재에도 별들이 태어나고 있는 수소 구름들을 포함한 티끌이나 가스들이 분포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은하간 물질의 구성 성분에 대해서는, 은하 형성의 초기 단계에 이미 뭉쳐져 있는 수소 구름들이 몇 개 흩어져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40년 이상 천체물리학자들은 "대폭발 이후 생겨난 개개의 원자들이 은하간 공간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언해 왔다. 수소보다 더 무거운 중수소나 리튬의 흔적이 초기의 수소나 헬륨과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검출된 적은 없다.

그런데 천체물리학자인 데이빗센(Arthur F. Davidsen) 박사가 지난 6월 미국 천문학회에서 지금까지 찾아왔던 헬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데이빗센 박사는 이 연구에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의 크리스(G.A. Kriss) 박사와 젱(W.Zheng) 박사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 원시 헬륨은 지난 3월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에 설치되니 자외선망원경으로 관측됐다.

"우리는 대폭발 때 만들어졌을 것으로 확신하는 은하가 가스를 검출했고, 이것은 우주의 기원에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대이빗센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에 있는 천체물리학자인 마곤(B. Margon) 박사는 데이빗센의 발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발견은 아주 중요하고, 여러 해 동안 행해진 우주 천문학의 관측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의 하나다. 이 발견은 은하간 물질이 실재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시카고 대학의 천체물리학자인 쉬람(D.N. Schramm) 역시 이 연구를 칭찬했다. "이것은 정말로 헬륨이 우주 초기에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헬륨은 은하간 공간에 있다. 그리고 이것은 대폭발이론의 표준 모형이 예측하는 것과 일치한다."

우주 초기의 수소를 발견하지 못하고 헬륨만을 관측했지만, 천문학자들은 "헬륨의 존재는 수소 역시 그 곳에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한다. 데이빗센 박사는 "우리는 개의 꼬리 부분만을 보고 있지만, 그 꼬리는 개가 얼마나 큰 지 알려주기도 한다"는 비유를 들면서 헬륨 흔적의 발견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다.


원시 헬륨의 자취^과학자들은 강한 퀘이사로부터 나오는 자외선 스펙트럼을 분석해 대폭발 몇분 후에 생긴 엄청난 양의 헬륨에 의한 빛의 흡수를 발견했다. 은하간 공간에는 관측가능한 은하들의 질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물질이 있다. 이 중 일부만이 뭉쳐져서 은하의 씨가 된다.


성기긴 하지만 모으면 큰 질량

대폭발이론에서 예언한 것처럼 "연구자들이 헬륨의 관측 자료로부터 헬륨 원자 1개에 약 12개의 비율로 수소 원자가 존재하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고 데이빗센 박사는 말했다.

수소가 처음으로 만들어지고 그 중의 일부가 핵융합 과정을 통해 헬륨으로 변한다. 연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헬륨과 수소가 은하간 공간에 존재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은하 사이의 우주 공간은 거의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곳이든지 순수한 진공영역으로 존재한다. 이 곳에 존재하는 원시 원자는 너무나도 성기게 분포해서 원자들끼리 충돌하는 일은 거의 없다. 데이빗센 박사는 "이들 원소의 밀도는 높은 천정을 가진 커다란 침실에 하나 또는 두 개의 원자만이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은 너무나도 광대해서 여기저기에 한두개씩 흩어져 있는 가장 가벼운 원소의 원자들이 모여 상당히 큰 질량을 갖는다.

천문학자들은 은하간 매질에 있는 이 우주 초기의 물질이 아마도 현재에 있는 은하별 행성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의 질량과 같거나 클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데이빗센 박사는 말했다. "이 발견은 우주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이 발견은 우리의 이론에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며, 우주가 현재 나이의 3분의 1이었을 당시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준다."

원시 헬륨의 발견은 먼 곳에 있는 퀘이사(quasar)에서 나오는 자외선 빛을 분석해서 얻어졌다. 퀘이사는 불가사의하게 밝은 천체로서 초기 우주에는 아주 흔하게 존재한다. 천문학자들은 퀘이사가 블랙홀(black hole)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가스와 별들로부터 나오는 복사 에너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관측에는 지구로부터 1백억 광년 떨어진 HS1700+64라는 퀘이사가 특별히 이용됐다.

퀘이사는 1960년대에 발견됐다. 그후 많은 과학자들은 이 새로운 천체에 관심을 가졌는데 데이빗센 박사와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데이빗센은 안개를 뚫고 오는 등대 빛처럼 우주 공간의 물질을 뚫고 빛나는 퀘이사를 관측하는 데 자외선망원경을 이용했다. 자외선망원경은 과학실험기구인 '아스트로2'(Astro-2)에 부착돼 우주왕복선에 실려 대기권 밖으로 올라갔다. 자외선은 파장이 짧아 지구 대기의 방해를 크게 받기 때문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천문학자인 건(James P. Gunn) 박사와 호주 천문학자인 피터슨(Bruce Peterson) 박사는 이미 30년 전에 "퀘이사로부터 나오는 빛을 분석함으로써 은하간 공간에 있는 원시 수소를 탐지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원자는 퀘이사에서 나오는 빛의 일부분을 특별한 형태로 흡수할 것이다. 그리고 퀘이사는 거의 모두가 멀리 있기 때문에 여기서 나온 빛은 초기 우주의 조건을 반영하는 영역을 통과해 온다.

꿩 대신 닭

많은 과학자들이 원시 수소를 찾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데이빗센 박사는 17년 동안이나 원시 수소를 찾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실패가 원시 원자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수소임을 확인해 주는 물리적 과정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퀘이사로부터 나오는 빛은 수소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내고(이온화 과정), 이온화된 수소원자는 퀘이사에서 나오는 어떤 빛도 흡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헬륨원자는 두개의 전자가 핵에 강하게 구속되어 있다. 복사(radiation)는 헬륨에게서 하나의 전자를 떼어낼 수 있지만, 두개를 다 떼어 낼 수는 없다. 하나의 전자만 잃어버린 헬륨 원소는 검출이 가능하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의 관심은 퀘이사의 빛에 헬륨이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쪽으로 옮겨졌다.

지난 7월 유럽우주기구(ESA)의 천문학자 제이콥슨(Peter Jacobsen) 박사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원시 헬륨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그는 원시 헬륨의 총량을 측정하지는 못했다. 그와 다른 천문학자들은 그 결과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데이빗센 박사가 이번에 사용한 망원경은 특별한 자외선 파장에서 허블우주망원경보다 더 민감하다.

이번 헬륨 발견에 대한 보고는 오직 하나의 퀘이사 관측에 기초하고 있다. 데이빗센 박사는 "다른 퀘이사에서도 같은 검출이 이뤄졌으며, 천문학자들이 이 자료를 보고 나면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천문학자들은 벌써부터 원시 헬륨의 발견은 아마도 우주왕복선이 수행한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은하 밖 헬륨 발견의 의미

우주 공간은 물질로 차 있다. 그 양과 성분은 우주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천문학자들은 은하들이 품고 있는 별이나 성간구름에서 나오는 빛을 관측해 그들이 주로 수소나 헬륨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아냈다. 한편 외부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져 간다는 관측 사실에 밑바탕을 두고 제기된 대폭발 우주진화 가설은 우주의 초기(약3분)에 수소와 헬륨 원자가 3대 1의 비율로 만들어졌음을 예측했다. 이로써 대폭발이론은 우주의 물질 구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좋은 이론으로 학계에서 인정됐다.

그런데 우리 주위의 은하 안에 담겨있는 헬륨들이 우주 초기에 만들어졌다는 보장은 없었다. 왜냐하면 별 안에도 수소가 타 헬륨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폭발이론이 우주의 물질 구성비를 정말 설명하는지를 확인하려면 별에 의한 오염이 없는 은하 밖에서 헬륨을 찾으면 된다. 이런 점에서 데이빗센 박사가 은하들 밖에서 헬륨 기체를 찾아낸 일은 대폭발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마땅히 꿰어야 할 하나의 빈 고리를 발견해낸 업적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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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창범 교수
  • 존 노블 월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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