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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세특 생활] 연세대 의과대학에 입학한 건에 대하여

9월 27일, 세브란스병원 근처에서 의과대학 본과 1학년 심태준 씨를 만났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심태준 씨는 “다시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다”면서도 과학동아 독자들을 위해 교과세특 전략을 상세하게 공유해 줬습니다. 이번 호 슬기로운 세특 생활에서는 가장 많은 독자가 궁금해했던 의과대학 합격생의 교과세특 경험을 나눕니다.

 

 

●선생님께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선생님 한 분이 한 과목의 수업에서 만나는 학생은 200여 명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학생 하나하나의 특성을 기억하긴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기억에 남는 학생을 빼고는 비슷한 문구가 적힐 가능성이 높을 거고요. 그래서 수업 시간에 했던 질문이나, 남들과 다르게 생각했던 점은 기록하는 게 좋습니다. 세특 작성이 마감되기 전에 세특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텐데, 그때 누락된 내용을 어필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선생님께 ‘이날 이런 질문을 드렸었다. 이때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이런 관점으로 접근했다’처럼 자신의 활동을 어필하길 추천합니다.


저는 예습을 하고 질문할 내용을 미리 적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수업 시간이 끝난 후 선생님께 ‘이러이러한 부분에 궁금증이 생겼는데 탐구한 후 보고서 작성해서 제출해도 괜찮을까요’ 하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잘 적어 주실 거야’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스스로 선생님께 어필해서 강한 인상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세부능력및특기사항  


고전 : 셰익스피어의 ‘햄릿’ 발표를 듣던 중 제1 왕위 계승자인 햄릿이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긴 이유에 대해 흥미롭고 예리한 질문을 하여 이슈를 만들고 관련 내용을 탐구해보라는 교사의 제안에 ‘덴마크의 왕위 계승 원칙’에 대한 발표를 수행함. 왕위 계승의 원칙과 함께 정당한 사례와 문제가 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교과 내용과 관련 지어 햄릿의 어리숙함과 우유부단함이 왕위를 얻지 못한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하는 확장적 사고를 보여줌.

 

●전공과 무리해서 엮지 않기

 

고등학교는 다양한 학문을 넓고 얕게, 대학교는 한 학문을 깊게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의대에 관련된 활동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1학년 때에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어필했고, 2학년 때에는 의학으로 엮는 활동을 절반 정도, 수업을 듣다가 호기심을 가진 부분을 절반 정도로 세특을 구성했습니다. 3학년 때에는 의학으로 엮을 수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하되, 인문학적인 소양이 드러날 수 있는 활동도 포함했습니다.


그럼에도 KAIST 면접에서 ‘학생의 지원 동기를 들어보니 너무 의과학이라는 분야만 매몰되어 온 것이 아니냐 혹시 다른 분야 관련된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들었습니다. 그러니 의대 진학을 준비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세부능력및특기사항  
사회 : ‘양심적 병역거부’, ‘상속세’와 관련하여 찬성측, 반대측 논거를 균형있게 제시한 후 급우들에게 토론을 유도함. 발표 전후 찬반 인원을 칠판에 기록하여 관점이 바뀐 친구들에게 그 이유를 정중하게 묻고 다양성 존중으로 귀결하는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음. 갈무리 단계에서 담당교사가 실시했던 게임을 응용하여 나름의 기준과 원리를 갖고 보드게임을 만들어온 후 시연함.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급우들을 압도할 정도였으며 급우들에게 몰입의 경험을 제공해줘서 담당교사로서 마음을 다해 칭찬해주고 싶음.

 

●실생활에서 불편했던 점을 탐구해보자

 

대학 입시 면접 질문은 대부분 고등학교 시절 탐구활동과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고등학교 수준을 넘어가는 탐구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연세대 의예과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했던 활동이었습니다. 1학년 때 교실 위치에 따라 시원한 정도가 다른 걸 느끼고 연구했던 ‘교실 좌석 배치에 따른 열효율에 관한 연구’ 관련 질문이었죠.


혹시 탐구활동을 하고 싶은데 주제 설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불편함을 먼저 살펴보길 추천합니다. 저는 최대한 다양한 주제를 나열하며 브레인스토밍을 먼저 한 뒤 안될 것 같은 아이디어를 쳐내고 몇 개 주제만 논문을 찾아봤습니다. 이때도 한글로 돼 있는 논문을 찾아 읽고 고등학생 수준에서 진행할 수 있는 실험을 탐구 주제로 골랐습니다.

 세부능력및특기사항  
과학 : 무더운, 여름 교실 안 좌석의 위치에 따라 에어컨 바람의 시원함을 느끼는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남을 인식하고 ‘교실 좌석 배치에 따른 열효율에 관한 연구’를 실시함. 교실 환경과 에어컨, 학생을 정교하게 모형으로 제작하여 탐구를 진행하였으며, 어떤 좌석 배치가 가장 효율적인지를 탐구함. 단순히 위치에 따른 온도변화만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쾌적함을 느끼는 지수인 열파지수를 도입하여 온도와 습도에 따른 쾌적함의 정도를 비교, 분석함.

 

●여러 학년에 걸쳐서 활동이 이어지도록!

 

1학년 때 했던 ‘교실 좌석배치에 따른 열효율에 관한 연구’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습니다. 연구를 중간에 마무리하기도 했고, 논문을 쓰느라 시간을 뺏겨서 2학기 중간고사를 망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2학년 때 이전 연구에서 아쉬웠던 점을 해소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학년 때의 연구는 연구 결과가 실생활에 적용되기 어렵고, 실험 횟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교실에 특정 제품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교실 습도를 줄일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것으로 바꿨고, 제품별로 10번씩 실험해 오차를 줄였습니다.


이제 대학 입시에서 자기소개서가 없어졌기 때문에 생활기록부에서 자신의 관심 분야가 충분히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년 동안 탐구활동을 이어가며 점점 깊이 있는 내용으로 발전하면 입학 사정관에게 자신의 관심 분야와 탐구에 대한 열정, 끈기를 어필할 수 있을 겁니다.


 세부능력및특기사항  
개인별 능력 특기사항(개특, 세특의 일부) : 교실의 습도 감소를 위한 화학제품에 관한 논문을 작성함. 변인 통제 방법을 고민하던 중 물리 교과서의 열역학 부분을 찾아 연계성을 깨닫고 통합적 사고를 통한 유기적 학습의 필요성을 체감함.

 

 

202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20학번
  • 사진

    신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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