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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몰라도 스털링 엔진 만들 수 있다

체험 '대인의 과학'

지난 설날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온 친척에게 선물을 하나 받았다. 일본 학연사에서 만든 ‘대인의 과학 마가진(매거진) 10호’라는 두꺼운 잡지였다. 일본어라고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한자 몇 개와 숫자를 제외하면 온통 일본어로 쓰여진 잡지를 선물하다니, “어쩌라고?”

비닐로 된 포장을 뜯자 정작 잡지 부분은 매우 얇았고, 두께 대부분은 커다란 상자가 차지했다. 상자에는 ‘스타링구 엔진’(스털링 엔진, 열을 이용해 구동하는 엔진)을 이용해 회전판을 돌리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제작키트가 들어있었다. 조립 설명서가 없어 잠시 당황했지만, 잡지 가장 뒤편에서 그림으로 상세하게 설명한 조립 순서와 주의할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어른의 과학이라는 뜻의 ‘대인의 과학’답게 조립이 쉽지는 않았다. 작은 십자 드라이버도 필요했고, 구동축 두 개가 엇갈려 돌아가는 복잡한 스털링 기관의 특성상 부품을 결합할 때마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일본어를 알지 못해 크기가 비슷한 고무대롱과 금속대롱을 바꿔 끼는 바람에 도중에 다시 분해하기도 했다.

다행히 부품과 구멍의 크기에 오차가 거의 없어 부품이 결합되지 않는 문제는 전혀 없었다. 또 나사가 작아 잃어버릴 염려가 있어서인지 종류별로 1개씩 여분도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설명서의 그림만 잘 이해한다면 완성 못할 일은 없을 듯했다. 포장을 뜯은 뒤부터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대인의 과학'


돌고 돌고 돌고

잡지에는 스털링 엔진을 구동할 수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진이 소개돼 있다. 따뜻한 커피가 담긴 잔 위에 올리는 평범한 방법부터 추운 날 애완견이나 친구의 머리 위에 올리는 엽기적인 방법까지. 피스톤의 위아래에 온도차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한 듯 보였다.

조립 설명서 뒤에는 간단한 그림으로 스털링 엔진이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했다. 일본어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뜨거워진 아래쪽 공기가 팽창하며 피스톤을 밀어내면 위쪽 공기가 압축했다 팽창하며 다시 밀어내는 방식 같았다. 일본어를 아는 친척은 회전판을 돌리는 두 축이 교대로 내려오며 피스톤을 중앙에 위치하도록 만들고, 아래쪽 공기가 팽창하며 1회, 위쪽 공기가 수축하면서 1회 총 2회 피스톤을 들어올린다고 설명했다.

회전판을 돌리기 위해 추운 바깥에 나가 친척의 머리 위에 올려놔 봤지만 웬걸 꼼짝도 않는다. 손으로 돌려봤지만 5~6바퀴 돌다가 멈출 뿐이다. 조금 평범한 방법을 써보기로 하고 컵에 뜨거운 물을 담은 뒤 스털링 엔진을 올리고 그 위에 얼음을 올려놨다. 1초도 안돼 회전판이 빠른 속도로 돌기 시작했고 멈출 줄 몰랐다. 뜨거운 물이 식고 얼음이 녹을수록 속도는 느려졌지만 회전은 5분 넘게 계속됐다.

‘대인의 과학’ 한국 판매를 담당하는 아셈하비 홍진석 팀장은 “일본 과학 마니아들은 ‘대인의 과학’에 열광한다”고 말했다. 제품키트는 일상에서 즐겁게 갖고 놀 수 있을 만큼 아이디어도 기발하지만 과학 원리도 쉽게 설명할 수 있어 교육을 위한 자재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모르더라도 그림을 통해 과학 원리를 알 수 있고, 어느 정도 원리를 파악하면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설명. 홍 팀장은 “조립 설명서와 과학 원리를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과학적 원리를 다룬 기사와 이를 응용한 제품이 만난 신개념 잡지가 자리 잡을 날이 멀지 않은 셈이다.
 

'대인의 과학'에는 제품키트, 조립설명서, 잡지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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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전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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