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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붉은등거미 자손 위해 온몸 던져

교미하며 암거미에게 먹혀


작은놈이 수컷, 고목 나무의 매미가 무색하다.


어느 영화의 여자 주인공은 부자만을 골라 정략 결혼한 후 남편을 죽임으로써 부를 축척해 나간다. 그 영화의 제목이 '블랙위도'다. 거미 세계에도 블랙위도가 있다. 검은과부거미(Latrodectus mactans)의 암놈이 교미 후 숫거미를 가끔 잡아먹는다는 사실은 1930년대부터 알려져 왔다.

그런데 호주산 붉은 등거미(L. hasselti)의 수컷은 스스로 암컷에게 먹히기를 원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의 포스터교수는 이 숫거미가 두 생식기관 중 하나를 암거미에 삽입한 뒤 몸을 공중제비하듯 날려 암거미의 턱으로 들어가는 것을 관측했다. 교미는 암거미가 숫거미의 복부를 천천히 씹어먹을 때까지 지속된다. 교미가 막바지 단계에 이를 때쯤이면 숫거미는 거의 다먹힌 상태이고 이때 암거미는 숫거미를 실로 싸서 식사를 마무리한다.

생태학자들은 이런 극단적인 식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숫거미의 체중은 암거미의 2% 정도로 암거미의 영양상태에 별로 영향이 없다.

코넬대학의 안드레이교수는 이런 현상을 숫거미들이 부성경쟁으로 설명한다. 숫거미는 자기 자신을 먹힘으로써 더 오랜 시간 교미할 수 있고 더 많은 정자를 확실하게 암거미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암거미가 숫거미를 먹으면 다른 숫거미의 구혼을 거부하기 쉽다는 것이다. 결국 죽은 숫거미는 암거미 자식의 아버지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짧은 숫거미의 수명 또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실험실에서 성숙된 숫거미의 수명은 2-4개월인데 반해 암거미는 2년이나 산다. 숫거미가 먹히는 것을 피할 수 있더라도 다른 암거미를 다시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 그래서 숫거미는 자기의 자식을 얻기위해 한번 잡은 기회에 온몸을 바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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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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