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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계보건기구도 인정하는 침 치료, 사례 풍부

임상적 증거

현대과학의 입장에서 경락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과연 혈관계 임파계 신경계 등과 전혀 다른 몸안의 통로가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야 한다. 경락이 침구치료의 임상적 경험에 의해 발견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므로 여기서는 임상적인 측면에서 그 존재 여부를 알아보자.

침요법은 인체 내 여러 장기의 평형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경락에 위치한 특정 경혈에 침을 놓고 에너지를 흥분 혹은 억제시켜 평형을 이루게 한다. 이 이론은 비록 현대의학이 평형이나 항상성을 중요시하고 있어도 서양 과학자들에게는 납득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대의학은 침요법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치료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만한 과학적 연구가 어려워 연구결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의학 분야에서 서양의학적 사고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침요법이 수천년 간 임상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누구도 의심할 여지는 없다.

1979년 세계보건기구는 침요법으로 치료 가능한 질환명을 제시했다. 이를 구분하면 급성감염과 염증, 자율신경계의 기능장애, 통증 및 중추와 말초신경계 질환 등이다.

하지만 이는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기 보다는 경험에 의해 제시된 내용이다. 즉 침요법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최근 20년간 알레르기성 비염, 급성 편도선염, 인후염, 기관지 천식, 구토, 과민성 대장증후군, 월경통, 불임, 고혈압, 협심증, 우울증, 근시, 금연, 비만 등에 침요법이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연구논문이 발표됐다. 가령 폐경(肺經)을 이용 호흡기계 질환을 치료하면 호흡수나 호흡깊이, 기관지평활근의 운동, 호흡기점막의 분비작용, 폐활량, 횡경막운동 등에 양호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위경(胃經)의 족삼리(足三里)나 중완(中脘)에 침을 놓으면 위액분비가 증가되며, 담경(膽經)의 양릉천(陽陵泉)을 자극하면 담낭 수축이 증진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아직 경혈의 특수성, 개개인의 침치료 효과 차이, 심리적 요인의 관여 여부 등과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침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극법을 정확하게 운용하는 것과 함께 경혈을 올바로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많은 실험과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논란이 많다.

부정적 견해도

갑자기 기절한 환자에게는 코끝과 입술 중간에 위치한 인중(人中) 혹은 수구(水溝)를 자극해 치료한다는 점에 착안, 인중에 침을 놓아 혈액순환계통의 변화를 측정하고 이를 경혈 주변을 자극했을 때의 변화와 비교했다. 그 결과 인중을 자극했을 때는 혈압, 심장박출량, 혈액내 산소용해도 등이 현저하게 증가됐으나 주변을 자극했을 때는 그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속이 메슥거린 증상을 치료할 때도 심포경(心包經)의 내관(內關)을 자극했을 때는 효과가 컸으나 그 주변을 자극하면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각 경혈마다 특이성의 존재가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급·만성 통증이나 금연치료 등 처럼 엔돌핀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질환에서는 어떤 부위를 자극해도 엔돌핀이 분비됐다. 따라서 경혈과 경혈이 아닌 곳과의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

경혈을 선택하는 방법에는 대개 근위취혈법과 원위취혈법이 사용된다. 근위취혈이란 질병 부위와 가까운 곳을 자극 부위로 선택하는 것이고, 원위취혈은 질병 부위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질병과 관련된 경혈을 자극 부위로 삼는 것이다.

이 두가지 방법이 모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락은 보통 수로(水路)에 비유해 설명한다. 즉 기혈이 순조롭게 순환돼야 더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질병과 관련된 경락의 흐름에서 상류는 물론이고 하류에 대한 배려도 필요한 것이다. 이는 마치 하류의 특정 장소에 쌓인 쓰레기를 지접 치우지 못할 때 상류에서 기세 좋은 물을 흘려보내 쓰레기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

가령 치통에는 손의 합곡(合谷), 복통에는 다리의 족삼리(足三里), 월경통에는 다리의 삼음교(三陰交), 옆구리통증에는 팔의 지구(支溝)와 다리의 양릉천(陽陵泉)을 사용하는 것이다.

진통 작용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원위취혈의 경우 진통효율이 90%에 달한다고 한다. 한편 일부 한의사들은 근위취혈과 원위취혈을 비교하면 근위취혈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를 병행 치료하면 더욱 좋은 효과를 나타난다는 임상보고도 있다.


침으로 마취해 수술하는 모습. 환자가 깨어있다.


심리적 암시인가

침치료는 받는 사람이 느끼는 현상으로, 경혈에 침이 들어가 어느 정도 깊숙히 들어가면 뻐근하거나 짜릿한 감이 전달된다. 이 현상은 감각전달경로가 고정에 기록된 경맥의 순행노선과 일치해 나타난다고 해서 순경감전현상(PSM: Propagated sensation along the meridian)이라 한다.
이 현상은 건강한 사람보다 환자에게, 그리고 건강한 경맥에 비해 질병이 있는 경맥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현상이 질병 부위에 도달하면 즉각적인 효과와 지속적인 효과가 관찰되는데, 특히 호흡기 순환기 소화기 등에 대한 치료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가령 심장질환 환자에게 순경감전현상이 가슴 부위로 전달되면 심장부분에 상쾌한 느낌이 들며 심전도상에도 현저한 변화가 나타난다. 또한 제왕절개수술에서 이 현상이 침술마취효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된다. 그러나 순경감전현상은 1% 정도 인구에게만 민감하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이 현상을 대다수 사람에게서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그리고 치료효과가 얼마나 향상되는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침요법의 효과를 심리적 암시효과, 최면술효과 등으로 간주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퇴형성 관절염으로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무작위로 추출해서 임상실험을 했다. 환자들은 두 집단으로 구분돼, 각각 침요법 전문가와 비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았다. 치료효과를 비교한 결과 양 집단 모두 통증이 감소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그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 즉 침요법의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실험도 있다. 침술을 전혀 모르는 청년들에게 "오른손 합곡에 침을 놓으면 왼손에 마취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암시를 주고 침을 놓았다. 그 결과 왼손의 마취현상보다는 합곡을 자극했을 때 나타나는 얼굴 목 등의 마취현상이 관찰됐다. 즉 침요법의 효과가 결코 암시나 최면에 의한 것이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 더욱이 소 말 개 등 큰동물에 침마취 외과수술을 하는 수의사들도 침효과가 결코 암시 효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경락과 경혈은 여러해 동안 생체에 대한 관찰과 풍부한 임상경험을 통해 발견된 것이다. 마른 오징어를 보고 물오징어의 생체를 알아보려는 식의 해부를 통해서는 아마도 경락과 경혈은 영원히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 해부조직학적인 실체가 증명되지 않을지라도 생체의 잠재적인 기능계로서 그것이 실재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20여년 전부터 생체의학자들의 많은 연구를 통해 침효과에 대한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으며, 침요법에 대한 이해가 신경원이나 신경전달물질 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연구에 따라 침요법은 전세계적으로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


(그림) 경혈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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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용석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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