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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 잘 치는 '밥도둑' 꽃게

5, 6월을 대표하는 수산물을 꼽으라면 꽃게를 빼놓을 수 없다. 이때 꽃게가 농익은 맛을 자랑하기 때문. 얼큰하게 탕으로 끓여도 좋고, 매콤한 양념에 콩나물이 아삭아삭 씹히는 꽃게찜도 그만이다. 특별한 양념 없이 간장이나 액젓에 게를 통째로 담가 숙성시킨 게젓(게장)은 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게 한다고 해 ‘밥도둑’이란 명성을 얻었고, 꽃게를 적당하게 토막 내 고춧가루, 마늘, 설탕 등 갖은 양념으로 짜지 않게 무쳐 먹는 게무젓은 한정식집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가 됐다.

꽃게 뚜껑을 열고 살과 알, 내장을 모두 발라낸 다음 다리에 들어 있는 살과 함께 갖은 양념으로 무쳐 내는 꽃게살양념무침도 미식가들의 입맛을 당긴다. 갓 지어낸 뜨끈뜨끈한 밥에 얹어 비벼먹는 맛은 그야말로 천하일미다.

‘동의보감’에서는 꽃게가 사람의 열기를 푸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꽃게는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발육기 어린이에게 더없이 좋으며, 지방 함량이 적어 맛도 담백하고 소화도 잘 되니 회복 중인 환자에게도 그만이다.



공격하는 다리, 헤엄치는 다리

게는 흔한 동물이다. 가까운 해변 어디에서나 여러 종류의 게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돌 틈에 있는 게를 잡아내는 이들이 한결같이 외치는 한마디가 있다.

 

“꽃게다!”


그러나 아무 게나 꽃게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국내에는 다양한 게가 서식하며, 각각 고유한 이름을 가진다. 바위나 자갈로 이뤄진 해변에서는 무늬발게, 풀게, 납작게 등이, 모래로 구성된 해변에서는 밤게, 달랑게, 엽낭게 등이, 진흙으로 이뤄진 해변에서는 칠게, 방게, 농게 등이 주로 서식한다. 이에 반해 꽃게는 수심이 다소 깊은 곳에 살기 때문에 일반인이 잡아내기란 거의 어렵다.

 



꽃게는 몸통이 옆으로 길게 퍼진 마름모꼴이고, 몸의 양옆에 길고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다. 날렵하게 생긴 모습이 화살촉과 같다고 해 ‘살게’라고도 부른다. 몸 빛깔은 녹색을 띤 암갈색이며, 집게다리와 몸 뒤쪽에는 흰 반점이 있다. 껍질 폭이 17cm에 이를 정도로 대형종이며, 때로는 어른 손바닥 크기에 무게가 1kg 이상 나갈 정도로 크게 자란다.

꽃게의 다리는 다섯 쌍이다. 가장 위쪽의 집게다리는 크고 억세며, 모서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나 있다. 꽃게는 무시무시한 집게발로 자신의 앞에 거치적거리는 것은 무엇이든 집으려 하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다가는 큰 상처를 입기 쉽다. 좁은 곳에 모여 있으면 동족끼리도 공격하고 잡아먹기에 어부들은 꽃게를 잡아 올리자마자 집게발 한쪽을 가위로 자른다. 중국의 고서 ‘박물지’에서 “추모(꽃게)의 큰 놈은 힘이 세 호랑이와 싸울 정도이며 집게발로는 사람을 잘라 죽일 수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꽃게의 사나움과 폭력성은 옛사람들에게도 꽤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집게다리를 제외한 나머지 4쌍의 다리는 걸을 때 사용한다. 특히 가장 아래쪽의 한 쌍은 부채 모양으로 넓적하고 평평하게 발달해 헤엄치기에 적합하다. 서양에서는 헤엄을 잘 치는 게라고 해서 꽃게를 ‘swimming crab’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선 후기의 정약전은 ‘현산어보’(자산어보)에서 꽃게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대체로 게는 잘 기어다니지만 헤엄은 능숙하지 않다. 그러나 이 게만은 특별히 부채 모양의 다리로 헤엄을 잘 친다. 꽃게가 물에서 헤엄치면 큰바람이 불 징조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도 꽃게가 헤엄을 잘 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과학적 근거를 대기 힘들지만 이를 기상예보에 활용하기까지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암수 구분해야 제맛 즐긴다

‘봄에는 암게, 가을에는 수게’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알이 가득 들어찬 암게가 맛이 있고, 가을에는 몸집이 크고 살이 꽉 찬 수게가 제맛이란 뜻이다. 꽃게는 겨울 동안 깊은 바다로 이동해 동면하고 3월 하순부터 산란하기 위해 얕은 곳으로 이동한다. 봄철 알을 낳기 위해 얕은 곳으로 이동하다 잡힌 암컷은 알이 가득 들어차 있으니 맛이 좋고, 겨울잠을 자기 위해 살을 채운 가을철에는 덩치가 크고 근육(살)이 발달한 수컷의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꽃게의 참맛을 즐기려면 우선 암수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셈이다.

꽃게의 암수를 구분하는 방법은 다른 게의 경우와 같다. 몸 아래쪽에 접혀 있는 배딱지가 좁은 삼각형이면 수컷, 넓적한 둥근 모양이면 암컷이다. ‘광아’라는 중국 문헌에는 “수놈은 낭의, 암놈은 박대라고 부르는데, 암놈과 수놈의 차이는 대개 배꼽(臍)이 날카로운 놈이 수놈이고, 배꼽이 둥근 놈이 암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배 부분을 배꼽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옛사람들 역시 암수구별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꽃게는 배딱지의 색으로도 암수의 구분이 가능하다. 수컷은 배 쪽이 흰빛을 띠고 있지만, 암컷은 거뭇거뭇한 얼룩이 나 있기 때문이다. 수컷은 배딱지 안쪽에 기다란 두 개의 교미기가 달려 있어 번식기가 되면 암컷의 몸 아래쪽에 있는 두 개의 생식공으로 정자를 집어넣는다. 암컷의 몸속에서 수정된 알은 다시 몸 밖으로 배출돼 배딱지 안쪽에 자리를 잡고 유생으로 발생한다. 암컷의 배딱지는 둥글고 넓적한 데다 안쪽에 수많은 돌기가 돋아 있어 알을 품기에 적합하다.



그믐날 꽃게가 맛있는 이유

“봄철 그믐께 잡은 꽃게가 가장 맛있다”라거나 “달이 밝을 때 잡힌 꽃게는 살이 없다”라는 말을 듣곤 한다. 주변에서 실속 없는 사람에게 “보름게 잡고 있다”라고 얘기하는 상황도 같은 맥락이다. 달 모양에 따라 게의 몸 상태가 변하다니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꽃게는 어둠을 좋아하는 야행성 동물이다. 낮에는 모래펄 속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면 밖으로 나와 활발하게 먹이를 사냥한다. 달이 밝은 보름에는 활발하게 사냥하지 못해 살이 빠지고, 달빛이 없는 그믐에 충분한 먹이를 섭취해 살이 찬다는 해석도 꽃게의 이런 습성에서 나온 것이리라.

물론 이 같은 속설에 대한 반론도 있다. 게는 몸이 딱딱한 껍질로 싸여 있어 자라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허물을 벗어야 한다. 게를 ‘벌레 충()’ 자에 ‘풀 해(解)’ 자를 더한 글자인 ‘해’(蟹)라고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蟹)는 허물을 벗는 동물이란 뜻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게는 보름에 맞춰 껍질을 벗는 경향이 있다. 탈피 후 새롭게 만들어진 껍질은 원래의 낡은 껍질보다 크기가 15% 이상 큰데, 이때 게를 만져 보면 껍질이 물렁물렁하기 때문에 살이 적어 야윈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탈피를 한다고 해 살이 갑자기 줄어들 리는 없으니 보름날 꽃게가 여윈다는 얘기는 잘못된 속설이지 않을까.

 


[별미 맛보기] 속 빈 놈이냐, 장원급제 상징이냐]

게는 모양과 습성이 특이해 예로부터 다양한 별명으로 불려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무장공자(無腸公子)와 횡행개사(橫行介士)가 있다.

무장공자는 ‘창자가 없는 동물’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사람들은 게의 창자가 없다고 생각했고, 속이 빈 놈을 조상 앞에 내놓을 수 없다고 해 제상에 올리기를 꺼려했다. 물론 게를 제상에 올리지 않는 이유를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귀신의 접근을 막기 때문이라거나 엄숙한 자리에서 눈알을 부라리고 게거품을 뿜어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실제 게는 창자가 없을까. 당연히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게는 배가 작게 퇴화해 머리가슴 아래쪽에 접혀 있어 마치 내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작은 배 속에도 분명히 항문으로 연결된 소화관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입과 연결된 대부분의 소화기관이 배 대신 머리가슴 속에 들어 있으므로 창자가 없다는 말은 맞지 않다.

횡행개사는 옆으로 걷는 게의 습성과 관련이 있다. 옆으로 걷는 걸음을 흔히 ‘게걸음’이라고 표현하듯 게는 4쌍의 다리를 이용해 옆으로 걷는다. 임신 중에 게를 먹으면 태어난 아기가 옆걸음질을 한다는 속설이나 과거를 보러 가는 사람이 게를 먹으면 시험에 떨어진다는 말(앞으로 나아가도 붙을까 말까 한 시험에서 옆걸음질만 쳐서야 합격할 리 만무하다는 뜻)이 전해오는 것을 볼 때 옛사람들에게는 게가 옆으로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꼿꼿한 지조를 중시하는 송시열이나 김장생 가문에서 게를 먹지 않았다는 얘기도 유명하다.

게와 관련된 속담도 다양하다. 유전적 본능은 속일 수 없다는 뜻으로 ‘게 새끼는 집고 고양이 새끼는 할퀸다’라는 속담이 있다. 게의 잘 집는 습성을 빗댄 말이다. 재주가 없는 사람을 앞에 두고서는 ‘게 꼬리 같은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배가 꼬리 모양으로 짧게 퇴화한 데서 나온 표현이다. 사람이나 동물이 괴로울 때 흘리는 침을 게거품이라고 부르며, 음식을 빨리 먹을 때 ‘게 눈 감추듯 한다’라고 비웃는다. 이렇듯 게에 대해서는 좋은 말이 별로 없다.

그러나 그림 속에 나타난 게는 그 의미가 정반대로 달라진다. 게의 가장 큰 특징인 단단한 등딱지를 갑(甲)으로 보고, 이를 으뜸(甲)으로 해석해 과거시험에서의 장원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단숨에 천덕꾸러기에서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상징이 돼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게를 갈대로 묶은 그림을 그려 놓고 ‘갈대를 전하다’란 뜻의 전로(傳蘆)라는 글씨를 덧붙이곤 했다. 이는 전로의 중국식 발음이 과거에 장원한 사람에게 임금이 특별히 내리는 음식인 전려(傳)와 같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역시 장원급제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게는 모양과 습성이 특이해 예로부터 다양한 별명으로 불려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무장공자(無腸公子)와 횡행개사(橫行介士)가 있다.

무장공자는 ‘창자가 없는 동물’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사람들은 게의 창자가 없다고 생각했고, 속이 빈 놈을 조상 앞에 내놓을 수 없다고 해 제상에 올리기를 꺼려했다. 물론 게를 제상에 올리지 않는 이유를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귀신의 접근을 막기 때문이라거나 엄숙한 자리에서 눈알을 부라리고 게거품을 뿜어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실제 게는 창자가 없을까. 당연히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게는 배가 작게 퇴화해 머리가슴 아래쪽에 접혀 있어 마치 내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작은 배 속에도 분명히 항문으로 연결된 소화관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입과 연결된 대부분의 소화기관이 배 대신 머리가슴 속에 들어 있으므로 창자가 없다는 말은 맞지 않다.

횡행개사는 옆으로 걷는 게의 습성과 관련이 있다. 옆으로 걷는 걸음을 흔히 ‘게걸음’이라고 표현하듯 게는 4쌍의 다리를 이용해 옆으로 걷는다. 임신 중에 게를 먹으면 태어난 아기가 옆걸음질을 한다는 속설이나 과거를 보러 가는 사람이 게를 먹으면 시험에 떨어진다는 말(앞으로 나아가도 붙을까 말까 한 시험에서 옆걸음질만 쳐서야 합격할 리 만무하다는 뜻)이 전해오는 것을 볼 때 옛사람들에게는 게가 옆으로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꼿꼿한 지조를 중시하는 송시열이나 김장생 가문에서 게를 먹지 않았다는 얘기도 유명하다.

게와 관련된 속담도 다양하다. 유전적 본능은 속일 수 없다는 뜻으로 ‘게 새끼는 집고 고양이 새끼는 할퀸다’라는 속담이 있다. 게의 잘 집는 습성을 빗댄 말이다. 재주가 없는 사람을 앞에 두고서는 ‘게 꼬리 같은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배가 꼬리 모양으로 짧게 퇴화한 데서 나온 표현이다. 사람이나 동물이 괴로울 때 흘리는 침을 게거품이라고 부르며, 음식을 빨리 먹을 때 ‘게 눈 감추듯 한다’라고 비웃는다. 이렇듯 게에 대해서는 좋은 말이 별로 없다.

그러나 그림 속에 나타난 게는 그 의미가 정반대로 달라진다. 게의 가장 큰 특징인 단단한 등딱지를 갑(甲)으로 보고, 이를 으뜸(甲)으로 해석해 과거시험에서의 장원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단숨에 천덕꾸러기에서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상징이 돼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게를 갈대로 묶은 그림을 그려 놓고 ‘갈대를 전하다’란 뜻의 전로(傳蘆)라는 글씨를 덧붙이곤 했다. 이는 전로의 중국식 발음이 과거에 장원한 사람에게 임금이 특별히 내리는 음식인 전려(傳)와 같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역시 장원급제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태원 교사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세포생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우리나라 전통 문헌에 나타난 과학 관련 내용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조선 후기 학자 정약전의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기행문식으로 정리한 ‘현산어보를 찾아서1~5’(청어람미디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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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원 서울세화고 생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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