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95 출시와 함께 전세계 온라인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운영체제의 막강한 배경을 무기로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MSN)가 드디어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MSN의 무엇이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일까.
컴퓨터 업계의 공룡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최근 자사의 PC통신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MSN)'를 개통시킴으로써 21세기 정보고속도로 시대가 눈 앞에 성큼 다가왔음을 만방에 선포했다.
지난 8월 24일, 영어 사용권 국가를 대상으로 시판되기 시작한 '윈도 95'에는 기존의 PC 통신 보다 이용료가 훨씬 더 싸고, 아이콘 클릭 한번만으로도 전세계의 각종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MSN 접속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다. 자신의 PC에 모뎀과 윈도 95가 설치되어 있다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각종 부가서비스나 전자우편 자료실 게시판 대화방은 물론 인터넷 서비스까지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의 PC통신 서비스는 자사가 자체 제작한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정보를 검색하는 반면 MSN은 거의 모든 기능을 운영체제인 윈도 95가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전세계 PC통신업체들은 MSN의 행보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실정.
8월말 현재 MSN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독립 정보 제공자(ICP:Independent Contents Providers, IP, 즉 information provider와 같은 의미)는 총 2백여사. 신문계의 거봉인 나이트리더 인포메이션사를 비롯하여 GE 인포메이션 서비스, 디즈니, IBM, NBC 방송 등 모두 내로라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사업 구상 초기 뉴미디어 업계로 진출하길 원하는 이들 기업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 주면 부가서비스 요금 정산시 70%의 수익 배당을 보장해 주겠다"라는 내용의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아 기존 PC통신 업체의 간담을 서늘케한 바 있다. 제 아무리 우수한 정보제공자라도 50% 이상은 받아낼 수 없는 것이 기존 업계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정보제공자로 등록하려 나서는 기업체는 5백여개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또한 내년 8월경쯤에 가서는 3천여개를 무난히 넘길 뿐만 아니라 양이나 질적인 면을 감안하더라도 MSN은 세계 최고의 PC통신으로 부상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서비스 요금체계 역시 경쟁 PC통신사들의 치를 떨게 만들고 있는 대목. 미국의 경우 MSN의 이용료는 월 3시간을 기준으로 4.95 달러. 초일류급 정보를 제공해서 컴퓨서브나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네트워크망의 상황을 고려, 이보다 평균적으로 2-6배 정도 비싼 편이나 국내의 경우에는 1만5천원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서비스료를 포함한 국내 PC통신 이용료가 평균 3만원 대인 것과 비교해 볼때 매우 파격적이다. 따라서 MSN은 국내에서도 일대 파란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안팎에 걸림돌 널려 있어
그러나 MSN의 발목을 붙잡는 걸림돌이 여러개 등장함에 따라 최근 빌게이츠는 진땀을 흘리고 있다.
우선 기존 온라인 서비스업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MSN의 접속프로그램이 윈도 95 내부에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전용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컴퓨서브와 아메리카 온라인 등의 경쟁사에 비해 마케팅 전략상 월등한 우위를 갖는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MSN이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되어 법정 계류 중에 있으며, 아직까지도 뚜렷한 결말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윈도 95가 일반에게 시판됐기 때문에 나중에 '위반'이라는 판결을 받더라도 제품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 종국에 가서는 상황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때 미국의 컴퓨서브 아메리카 온라인 프로디지사의 회장들이 공동 명의로 빌 게이츠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MSN을 윈도 95에서 제거하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으나 역시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판가름났다.
또한 국내의 경우 한글 윈도 95에서 표현할 수 있는 한글 문자수가 기존 윈도 3.1의 2천3백50자에서 1만1천1백72자로 늘어나 모든 현대어를 표현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국가 표준에 어긋나는데다가 글자 배치도 일반적인 사전배열순서를 무시한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글 관련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 할 때 큰 혼란이 발생할 소지가 생겼다. 특히 한글을 정렬해야만 하는 데이터베이스 계열의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가히 치명적이라는 평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월14일 정보통신부는 '우리 문자를 구현하는 한글 코드가 원칙을 무시하고 윈도 95에 채택된 방식으로 왜곡될 우려가 높다'며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기존 한글 국가표준인 KSC5601을 사용하든지 아니면 국제문자표준인 유니코드를 사용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만약 이를 무시한다면 극단적일 경우 한글 윈도 95의 수입이 금지될 수도 있을 것이라 경고했다.
국내 업계 뾰족한 대응수 없어 고민중
한글윈도 95가 발표될 예정인 오는 11월부터 국내 이용자들도 비록 영문이나마 MSN을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 PC통신사들의 발등에도 당장 불이 떨어진 판이다. 자금력과 기획력 기술력에서 절대적 열세인 점을 감안하여 각 PC통신업체들은 소위 '틈새시장'을 노리는 특화 서비스 개발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이텔은 생활정보를 강화할 예정이며, 천리안은 성인대상 서비스를, '나우누리'는 현재 제공 중인 자료를 더욱 보강하여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움직임이다.
또한 MSN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국내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PC통신을 원격 교육과 학사행정에 활용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 영역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통신 전문가들에 따르면 MSN은 실제로 영문 서비스라는 한계 때문에 그리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윈도 95가 만드는 'PC통신업자와 이용자간의 통신 환경 단일화'가 더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이다.
윈도 95는 기본적으로 완벽한 통신환경을 겨냥해 설계되었기 때문에 어떠한 통신망에 연결되든지 간에 해당 PC통신업체가 윈도95의 통신 기능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즉각 PC통신업체마다 멀티미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사용하고 있으나, 윈도 95에서는 사운드나 이미지 파일을 이용자에게 다운로드 시켜주면 자체 내의 멀티미디어 부속 기능이 작동하여 이를 재생시키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PC통신업체들은 부차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들이고 있는 노력을 좀 더 고급스러운 정보와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윈도 95나 MSN의 국내 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 국내 PC통신업계는 특별한 기능을 개발하기 보다는 오히려 서비스의 양과 질적으로 내실을 기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윈도 95나 MSN은 결국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