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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를 맞이하면서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기술발전을 돌이켜보면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올림픽전산화란 대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우리 소프트웨어 기술을 세계 만방에 널리 떨쳤으며 행정전산망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작업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또 개인용 컴퓨터의 복제에서 시작된 컴퓨터 개발기술은 이제는 독자적으로 중형모델을 개발하여 수출하는 등 그 발전은 실로 눈부시다 하겠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서가는 선진국들에 비하면 우리의 기술 수준은 매우 낙후되어 있음을 인정치 않을 수 없다. 특히 대부분의 중요 요소를 직접 생산하지 못하고 단순응용이나 부품의 조립, 또는 복제품을 구성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화려하나 축적된 기술은 보잘 것 없으며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여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예로서 행정전산망주전산기를 개발한다고는 하나 그 핵심인 운영체계를 기술 도입하여 옮기고 있으며 학교에 보급하는 교육용 컴퓨터도 그 운영체계, 프로그램 언어들을 많은 사용료를 지불하고 쓰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화사회에 진입하리라고 믿어지는 2000년대를 이끌어갈 핵심기술로서 정보산업기술, 특히 소프트웨어 기술의 자주적 독립을 위한 노력이 21세기를 준비하는 90년대의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부존 자원이 부족하지만 훈련된 인력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매우 적합한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화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컴퓨터의 보급이 확장되고 소프트웨어의 수요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산업도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능력은 기술개발의 저조, 수작업에 의한 생산력의 한계 등으로 하드웨어의 성장속도에 훨씬 못미쳐서 이른바 '소프트웨어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생산성 향상이야 말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2000년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는 소프트웨어 개발도구의 연구, 개발과제 관리기법의 연구, 소프트웨어의 재사용에 관한 연구, 우리말과 글로 누구나 쉽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언어 및 개발도구 등의 우리말 사용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시급한 운영체계 개발

시스템 소프트웨어란 쇳덩어리인 컴퓨터 하드웨어가 계산하고 판단하는 기계로 쓰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즉 운영체계라고 불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명령어를 이해하여 수행하며 여러가지 주변장치 등을 제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운영체계란 컴퓨터시스템의 기본적인 작동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모든 컴퓨터시스템에 갖추어야 할 소프트웨어다. 물론 가장 수요가 많은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요즈음은 컴퓨터들이 단독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컴퓨터가 연결되어서 자료를 공유하고 문제를 분할하여 해결하기 때문에 컴퓨터간의 통신이 커다란 문제로 등장하게 되는데 이 문제를 관장하는 것도 시스템 소프트웨어다.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워크스테이션의 운영체계는 유닉스(UNIX)계열이 주종을 이루고, PC계열은 도스(DOS)라는 운영체계가 거의 모든 기계에 내장되어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 모든 소프트웨어를 외국에서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다.국민학교 및 중고등학교에서 컴퓨터교육을 실시함에 따라 그 수요가 엄청나다. 이 많은 소프트웨어를 모두 외국에서 사다 써야 한단 말인가. 또한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는 프로그램 언어의 컴파일러,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들도 속히 개발하여야만이 그 폭발적인 수요를 국산품으로 공급할 수 있으며, 수출하는 컴퓨터시스템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문제의 해결에 컴퓨터를 이용하고자 하는 응용연구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한 부분이다. 컴퓨터가 발명된 초기에는 주로 계산용 기계로 사용되었으나 그후 인공지능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컴퓨터를 생각하는 기계로, 즉 인간의 판단하는 기능을 대신하여 주는 기계로 사용하고 있다.

많은 자료를 정리하여 의사결정자로 하여금 옳은 판단을 내리도록 도와주던 자료처리시스템에서 단순한 판단은 스스로 하는 전문가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능력을 바탕으로 의료전문가시스템이 개발되어 값싸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생산관리시스템은 가장 적절한 시간에 원료를 공급하여 가장 적은 원가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컴퓨터로 하여금 새로운 인지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연구, 즉 음성을 인식한다든가 자연언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또 컴퓨터가 사물이나 글씨를 보고 무엇인가를 알아내도록 하는 능력 등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하던 새로운 문제에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있다. 이러한 판단기능과 지각기능을 이용하여 컴퓨터는 공장에서 물건을 자동조립하고 또 검사하며 자연언어로 물어온 질문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한다.
 

올림픽을 빛나게 한 전산시스템


소프트웨어와 한글, 한국어

최근의 소프트웨어의 연구방향으로서 특기할 만한 것은 사용자 인터페이스(interface)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이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용자인터페이스란 사용자가 컴퓨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연구를 일컫는다. 70년대에는 사용자인터페이스가 응용프로그램의 일부로 인식되어 프로그래머가 체계적인 검토 없이 설계, 개발하였으나 80년대 이후로는 시스템 개발의 중요한 요소로서 인식되어 독립적인 항목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 연구는 특히 개인용 워크스테이션의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지금까지 단순히 키보드와 화면에 일정한 크기로 나타나는 글자로 컴퓨터와 인간과의 대화를 이루어 왔던 점을 개선하여 다양한 매체, 즉 그래픽 음성 영상 등을 이용하고 있다. 이미 마우스 등 위치를 지적하는 장치들은 많은 컴퓨터에 장착되어 있고 음성입력장치나 손으로 쓴 글씨를 직접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와 같이 매체와 입출력장치가 다양화됨에 따라 이들을 효과적으로 종합하여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용자인 인간에 관한 연구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심리학적 연구와 인간공학적인 연구에 바탕을 두고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측면에서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가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관한 고찰, 다시 말하면 개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협동하는 방법 등에 관한 사회학적 고찰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인 인간과 컴퓨터의 대화구조를 밝혀내고 우리의 생활 형태, 즉 문화에 순응하는 기계를 창조할 수 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지 5백여년, 기계화가 시도된지 50년이 지났건만 컴퓨터에서 우리글 우리말의 처리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컴퓨터가 속히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면, 우리말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명령어를 이해하고 아름다운 한글을 인쇄해낼 수 있는 컴퓨터는 90년대에 우리가 완성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글 우리말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 언어, 자연스러운 우리말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서 21세기에는 8천만 배달 민족이 누구나 컴퓨터를 배워 쓸 수 있도록 해야 할 과제를 컴퓨터과학자들은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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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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