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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

정신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일상적으로 "정신이 없네" "호랑이가 물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표현을 한다. 일반적으로 정신은 사고와 인지능력을 뜻한다.

이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육체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육체와는 별개의 것인가. 육체 외부에 존재한다면 정신에 대한 논의는 더이상 과학적 검증이 아닌 추론 수준에 머물 것이다.

과학은 정신이 육체에 존재하며, 신체 중 팔다리가 아닌 뇌라는 특수 부위에서 나타남을 밝히고 있다. 팔 다리가 없는 경우라도 정신은 살아 있다. 반면 뇌가 없으면 정신이 존재할 수 없다(죽은 사람의 정신이 살아 있다고 할 경우, 그 정신의 주체가 이미 존재하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인간의 정신은 동물의 정신과 근원적으로 질적인 차이가 있는가. 언어를 예로 들자. 언어는 정신의 정교한 표현 방법이다. 원숭이도 사람의 언어를 익힐 수 있는데, 그 수준은 인간의 언어능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조하다.

뇌의 발달과 함께 생겼다

그러나 원숭이의 언어능력은 갓 태어난 아이의 언어능력보다는 뛰어나다. 그렇다면 정신이란 인간에게만 주어진 그 무엇이라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 이하의 동물은 인간만큼 정교한 정신세계를 구축하지 못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정신세계를 갖는다. 그 차이는 정신을 담당하는 생물학적 바탕인 뇌의 정교성 차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정신의 기원을 뇌의 진화·발달 과정에서 찾는 것이 현재 과학의 수준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원시뇌는 주로 생존에 필요한 기초적인 운동과 생리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고등한 뇌는 감정 사고 인지능력을 담당한 부위가 발달한다. 여러 인지작용과 연상작용에 필요한 대뇌가 발달한 시점에서 정신의 정교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대뇌의 크기를 반영하고 있는 뇌용량을 살펴보자.

1백80만년 전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1백5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2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뇌용량은 각각 6백50cc 9백50cc 1천4백cc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 어류에서도 극히 작지만 대뇌가 발견된다. 인간의 경우 임신 4-50일의 태아 대뇌는 새의 것보다 작으며, 5-9개월에 뇌가 급속히 발달한다.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한다(recapitulate)는 일반적 법칙을 적용시킬 수 있는 예들이다.

결국 정신의 기원은 뇌의 발달(진화), 특히 대뇌의 발달에서 찾을 수 있다. 뇌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호모 사피엔스 단계에서 인간의 정신이 형성되고, 언어 발달과 더불어 더욱 정교화됐다고 볼 수 있다.

창조론
 

잘 가르치면 원숭이도 사람 말을 할 수 있다.


미국 인본주의 연합회 선언에 따르면, "인본주의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은 계속적 과정의 결과로서 나타났음을 믿는다. 생명에 대해 유기체적 관점을 갖는 인본주의자들은 정신과 몸에 대한 전통적인 이원론이 배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초자연에 대한 신앙과 결부된 어떤 독특한 종교적 감정과 태도는 근거가 없다."

이런 의식은 생명이 외부의 초물질적 요인의 도움 없이 장구한 세월을 거치면서 단순한 무기물의 특성에서 기원했다고 교육 받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에서 발견된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적 암호에 내재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한다. 사소한 생물체라도 엄청난 양의 분자들이 3차원 구조로 차별적 질서를 이루고 있다. 이 질서는 우연히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내재된 유전적 암호의 조절 결과, 즉 일정한 개념이 함축된 고안의 결과인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진화가 단순한 돌연변이와 적자생존의 결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진화론자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즉 DNA 정보가 변이할 때 물질 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조절하는 개념도 변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DNA 정보를 조절하는 개념이 먼저 존재하지 않고서는 DNA 역할이 무목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생명은 줄곧 어디에선가 먼저 존재한 개념적 정보, 즉 비물직인 정신세계의 영향을 받아 시작된 것임에 틀림없다.

현재까지 무기물론적 생명의 기원이나 물질론적 진화과정도 입증되지 못한 가운데 정신세계의 기원을 단순한 물질로부터의 진화로 생각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이것은 과학적 한계를 넘는 문제에 대한 독단적인 단언이다. 또한 정신세계의 시작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생물체에서도 정신적 특성이 존재하는지, 설사 존재한다 해도 의식수준이 점진적으로 발달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석기시대 돌도끼. 연장 기술의 축적은 뇌 발달을 가져왔다.


정신세계에도 창조 행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정신세계의 몇가지 특성을 고찰하면 정신의 기원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생의 목적성과 자아의식, 그리고 언어능력을 갖는다. 이것이 다른 생물체와 명확하게 다른 특성이다.

인간을 제외한 어떤 생물집단도 이미 프로그램된 생명을 본능적으로 자연환경에 순응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에 순응할 뿐만 아니라 자연에 거슬리는 목적지향적 삶도 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유의지다.

자유의지는 진화론으로 설명될 수 없다. 더욱이 인간은 자연과의 상관관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미와 기원, 그리고 생명의 목적을 알려고 한다. 또한 인간의 허무감에 따른 자학, 거룩함에 대한 소망 등은 진화론적 생명 유지나 효율적 에너지 이용의 측면에서 볼 때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할 때 정신세계에도 최초에 창조 행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성서적 근거는 "하나님께서 그분의 형상대로 인간을 지으셨으며 그분의 생기를 불어 넣어 인간이 생령이 됐다"는 표현에서 발견된다. 결국 정신의 기원에 대한 인식은 과학 자체가 아니라 세계관 차이의 문제라고 본다.
 

뇌의 크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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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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