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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잠자리의 별난 생태

개미사냥의 천재

보통 잠자리와는 달리 완전 변태를 하는 명주 잠자리. 그 애벌레는 모래 구덩이를 만들어 개미를 잡아 먹고 사는 특이한 생태를 가지고 있다.
 

명주잠자리의 성충^보통잠자리보다 촉각이 발달되고 있고 앉아 있을 때는 날개를 펴지 않고 지붕 모양의 형태로 날개를 접는다.


풀잠자리목의 명주잠자리류의 해당하는 유충(애벌레)을 옛날부터 '개미귀신'이라고 불러왔다. 이 유충은 끝이 뾰족한 큰 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턱에는 톱날같은 집게가 달려 있다. 이 턱으로 작은곤충 등을 물어 체액을 빨아 먹고 생활한다.

이 개미귀신이 유명하게 된 것은 특이한 절구모양의 구덩이를 파놓고 그 구덩이 밑바닥에서 톱날같은 모양의 입을 흘끗 내놓은 채 포획할 먹이를 기다리는 특이한 생활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가 그 구덩이를 지나치다 자신도 모르게 미끄러져서 떨어지면 위로 올라가려고해도 모래가 밑으로 무너져 떨어진다. 그곳은 모래빙판과 같은 골짜기다.

개미귀신 집으로 빠진 개미중 어떤 놈은 필사적으로 그 구덩이의 모래벽을 올라가려하나, 개미귀신은 삽과 같은 평편한 머리를 사용하며 개미를 겨냥해서 모래를 끼얹는다. 그렇게 되면 개미는 빠져나가는듯 하다가 다시 밑으로 떨어진다. 결국 톱날같은 집게에 물리게 되는 동시에 거기에서 나오는 마취제가 개미에게 주입된다. 개미귀신은 개미의 체액을 빨아먹고 껍데기만 남은 개미의 사체를 자신의 등에 올려놓고 집밖으로 내보낸다. 개미귀신은 개미만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다. 곤충의 유충이라든가 거미, 날개없는 파리 등도 개미귀신집에 들어가면 무조건 잡아먹히게 된다.

이러한 생활을 하는 개미귀신을 모래 속에서 꺼내어 모래로 된 평지 위에 놓아두면, 복부를 밑으로 꾸부리고 꼬리쪽을 재빨리 모래속으로 집어넣고 뒷걸음질 쳐서 모래 속으로 숨어버린다. 약 10분 정도가 지나면 절구모양의 구덩이를 만든다. 모래를 머리로 파 사방팔방으로 끼얹는데 이때 굵은 모래는 멀리 가고, 가는 모래는 구덩이 안쪽에 남아있게 된다. 개미가 여기에 오게 되면 보다 잘 미끄러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모습을 드러낸 개미귀신^8월에서 부터 1령 유충이 성장하여 다음해 6월이 되면 3령 유충으로 종령이 되어 번데기로 돌아간다.


모래가 좋아

명주잠자리 : Hagenomyia micans(Maclachlan)의 유충은 해변의 모래언덕이나 하천의 모래밭, 모래가 있는 산길 등에 집을 만든다. 그곳은 항상 햇빛을 잘 받는 건조한 장소의 환경이다. 명주잠자리의 유충, 즉 개미귀신의 집은 과거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찾기 매우 어렵다.

명주잠자리는 겉보기가 잠자리와 유사하지만 잘 관찰해 보면 잠자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촉각이 발달되어 있으며 날개가 아주 투명하다. 또 앉아 있을 때는 지붕 모양으로 날개를 접고 앉아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명주잠자리는 보통 잠자리와는 달리 번데기라는 성장단계를 가지고 있다(완전변태).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충은 7월 중순부터 8월 사이에 활동하는데, 무엇을 먹으며, 며칠간을생존하는지, 그리고 짝짓기와 산란은 어떻게 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8월하순경이면 그들의 서식지에서 작은 유충의 집을 목격할 수 있다. 그것은 알에서부터 부화된 1령유충이 만들어 놓은 절구모양의 작은 구덩이다. 이 작은 유충이 성장함에 따라 집도 점점 커지게 마련인데, 반드시 유충의 크기에 따라 집 크기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모래의 성질, 유충의 공복여하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다.

가을 사이에 개미를 잡아 먹고 성장한 유충은 개체별로 먹이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월동에 들어가는 유충의 령(나이)도 서로 다르게 된다. 대부분의 유충은 1령 또는 2령 유충에서 월동에 들어가게 된다. 월동에 들어가면 유충의 집은 모래로 메꾸어져 없어지게 된다. 다음해 4월에 동면에서 깨어나 다시 유충의 활동이 시작되면 이때 구덩이가 다시 만들어진다.

봄에서 부터 초여름에 걸쳐서 여러가지 작은 곤충들을 잡아먹고 완전히 성장한 유충은 6월상순경 모래속에서 몸을 수축하여 항문으로부터 모래에다 실을 뿜어낸다. 거기에 모래가 붙어 구형으로 된 모래경단의 고치가 만들어진다. 그 고치속에서 번데기 생활을 한다. 약 1개월이 지나면 모래경단속에서 성충이 출현하는데, 출현한 성충은 가까운 곳에 있는 풀이나 작은 나무 위에 올라가 휴식을 취한다. 휴식을 취하는 사이 날개가 서서히 제모습으로 펴지게 된다.

이때 처음으로 개미귀신 때 저장해두었던 배설물을 한꺼번에 배출한다. 개미귀신 때는 항문이 닫혀있지만 성충이 되면 항문이 열려 처음으로 한꺼번에 배설한다. 이처럼 명주잠자리는 알에서 부터 성충이 될 때까지 2-3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소요한다.

곤충은 '탈바꿈’이라는 변화에 의해서 예상할 수 없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탈바꿈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은 유충 때의 생태와 성충의 생태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명주잠자리가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다.

명주잠자리는 저녁부터 밤 사이에 모기와 같은 작은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서 팔랑팔랑 날아다닌다. 이것을 잡아보면 예쁘고 투명한 그물모양의 맥을 갖는 날개를 가지고 있다. 전등에 날아들기도 하는데, 이때는 앞을 향해 날아다니는 명주잠자리가 유충 때는 뒷걸음질 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탈바꿈에 의해서 이들의 행동이 바꾸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어떤 신경구조에 의해서 이루어지는지 참으로 흥미있다.
 

개미귀신의 고치^항문으로 실을 내어 모래알을 경단모양으로 만들고 그 속에서 고치를 형성하며 번데기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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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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