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살아있는 물리학의 신화

스트레인지 뷰티- 머리 겔만과 20세기 물리학의 혁명

 

스트레인지 뷰티


리처드 파인만과 함께 20세기 중후반 최고의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머리 겔만(Murray Gell-Mann)의 전기. 살아있는 과학자를 다룬 보기 드문 책이다. 부제 ‘머리 겔만과 20세기 물리학의 혁명’이 말해주듯, 아인슈타인 이후 세계 물리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새로운 혁명을 이끌었던 겔만의 연구인생을 담았다.

지구와 우주에서 발견되는 모든 원자는 3가지 입자, 즉 양성자, 전자, 중성자로 이뤄져 있다. 무한히 다양해 보이는 이 세상도 알고 보면 불과 1백여 종의 원소로 이뤄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원자들이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소립자들로 나눠진다는 사실이다. 20세기 물리학계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해야할지 고민이었다.

겔만은 팔중도를 통해 수백가지에 이르는 아원자입자들이 쿼크(Quark)라고 이름 붙은 한줌의 입자들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쿼크는 물질의 형태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로, 물질-분자-원자-소립자-쿼크의 구도를 이룬다. 그는 이 발견으로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예프에 비유돼 ‘20세기의 멘델레예프’라고 불렸으며, ‘소립자들의 분류와 상호작용에 대한 발견 및 공헌’으로 40세인 196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입자물리학은 가장 경쟁적인 지적 스포츠’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20세기 중후반 물리학계를 수놓았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최고의 지적 라이벌이었던 파인만과의 논쟁과 대결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파인만이 유쾌한 농담과 파격적인 행보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것에 비해, 겔만은 거친 매너와 병적인 완벽주의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하지만 두사람은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스트레인지 뷰티’는 겔만의 인간적인 상처와 아픔을 가감 없이 전해줌으로써 ‘위대한 천재의 영웅적 전기’에서 탈피하고 있다. 한사람의 불완전한 인격체를 진솔하게 그려냄으로써 읽는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는 것이다.

겔만에게는 평생 ‘잃어버린 소년시절’과 ‘글쓰기에 대한 강박관념’이 따라다녔다. 어린 나이에 대학에 진학해 소년시절이 따로 없었던 겔만은 엄격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언제나 자신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으며,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항상 짓눌려 있었다. 또한 노벨상 수상 직후 발행되는 기념논문집에 실을 공식적인 강연록을 제출하지 않아 자신의 페이지를 공백으로 남길 정도로 글쓰기에 대한 강박관념은 심각한 것이었다.

겔만의 천재성과 인간성에 대한 평가는 늘 극단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80세에 가까운 그는 이런 세간의 이목에 신경쓰기보다는 자연의 질서에 대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데 앞장섬으로써 진정한 거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0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일삼 기자

🎓️ 진로 추천

  • 물리학
  • 화학·화학공학
  • 천문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