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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속의 망원경을 밖으로 끌어내자

과학교사 천문연수

"국민들에게, 특히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에게 과학의 아버지격인 천문학을 이해시키는 일이 과학발전의 밑거름이다."
 

망원경 작동법에 대한 '실전강의'를 듣고 있는 교사들


천문대와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과학동아가 후원한 '과학교사 천문연수'가 대덕 천문대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두번에 나누어져 개최된 이번 연수는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1차로 대전 충청지역에 근무하는 40명의 중고교 과학 교사를 대상으로 개최됐으며, 8월7일부터 8월9일까지 국민학교 교사 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과학교사 천문연수는 일선에서 과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식과 방법을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따라서 최근 천문학이 이룩한 성과에 대한 이론강의는 물론 직접 밤하늘의 천체를 관측하는데 필요한 천체망원경 조작법과 사진촬영법 등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천문대의 연구원들은 주로 광학 전파 위치 이론천문학에 대한 최신 이론들을 소개했으며 아마추어천문학회에서는 천구와 좌표계, 별자리, 천체망원경 사용법, 천체사진 촬영법 등을 실습 중심으로 교사들에게 강의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아마추어천문학회 정호택 부회장은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 대부분은 대학 때 지구과학을 전공했지만, 천구상의 천체 움직임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창고 속에 먼지가 쌓인 채 방치돼 있는 망원경을 밖으로 끌어내, 칠판에 동그라미만 그려 학생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칠판 천문학'에서 탈피해보자는 것이 이 연수의 목적이다"고 말했다.

참석 교사들은 인공위성을 통해 위치를 측정하는 위치천문학 등 최근 천문학의 다양한 추세에 관한 강의를 들으면서 "학교 다닐 때 배운 것과 비교해 많은 차이를 느낀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실습 시간에는 직접 망원경의 극축을 맞춰보고 카메라를 망원경에 결합해보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천문교육에 관한 좌담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그쳐버리는 현 실험교육의 맹점들을 낱낱이 비판하고 그 대안들을 제시하는 열의를 보였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과 함께 천체사진을 찍어 케플러법칙을 유도해 본 사례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천문대 이우백 대장은 개회식에서 "국민들에게 과학의 아버지격인 천문학을 이해시키는 일이 과학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며 "앞으로 천문대는 국민들에게, 특히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과학교사 천문연수는 범위를 전국으로 넓혀 1년에 두번씩 실시할 예정.
 

망우너경을 조작해 성운, 성단을 찾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직접 찾은 가락지성운을 확인하는 모습


첫째날

이번 연수의 특징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절묘한 조화. 천문학에서의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실력의 차이가 아니라 다루는 분야가 다르다는 것이 특징. 프로는 천문학 전반에 걸친 이론적 체계를 잡는 학문이라면, 아마추어는 직접 별을 관측하고 그 데이터를 확보하여 천문학이 다루는 영역을 넓혀가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대형망원경이 없던 시절에는 아마추어들이 혜성을 발견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이론적 지식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직접 천체관측을 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마추어 영역의 연수가 더욱 절실하다.

첫날은 아마추어 천문학이 쌓아온 노하우를 교사들에게 전달하는 시간이 많았다. 첫째 시간은 천구와 좌표계. 북위 36.5도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춘분점의 위치와 적경 적위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좌표계만을 가지고 별들을 천구에서 찾을 때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 그러나 실제 밤하늘에서 천체들의 적경과 적위를 따져본 사람들이라면 천체와 천구의 상관관계를 쉽게 익힐 수 있다. 강사로 나선 정호택 부회장은 다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천구내에서의 천체 움직임을 교사들에게 설명했다. 덧붙여 한국아마추어천문학의 역사도 간단히 소개했다.

두번째 시간은 별자리.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의 저자 이태형씨가 별자리의 실제적인 의미와 역학관계를 실례를 들어가며 자세히 소개했다. 셋째 시간은 원자력연구소 김성호박사가 천체망원경의 사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는 망원경 사용법을 잘 몰라 창고에서 묵고 있는 천체망원경들이 의외로 많이 있고, 기본 기능 이외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감안, 극축 맞추는 방법에서부터 부대장비 사용법까지 자세히 다루어졌다.

마지막은 이날 배웠던 내용을 직접 시현해보는 실습시간. 안타깝게 이날은 날씨가 맑지를 않아 별을 관측하면서 실습할 수는 없었으나 참석 교사들은 망원경 옆에 붙어 작동원리 등을 익히는데 여념이 없었다.

둘째날

이날은 천문대의 책임연구원들이 최신 천문학의 동향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시작했다. 심경진박사의 광학천문학 시간에는 천문대에 설치된 20㎝ 태양망원경을 통해 직접 태양을 관측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태양의 다양한 현상(흑점 플레어 홍염 등)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졌다. 곧이어 속개된 전파천문학시간에는 조세형박사가 그동안 전세계의 천문대를 돌면서 찍어온 '비장'의 슬라이드와 함께 최근 성과를 내고 있는 전파천문학의 연구동향을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짧은 강의 시간 때문에 '맛만 보고 끝난다'고 불평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첫날에 이어 둘째날도 예정된 강의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저녁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고대천문학 시간을 맡은 박현준 강사(애드텍 회장)는 대한제국 고종 때 사용한 28수를 소개함과 동시에 우리 고대의 천체관측기구인 선기옥형, 28수 1천4백60개의 별이 새겨진 천상열차분야지도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이 강의는 다른 곳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교사들은 시간이 끝나고도 강사를 놓아주지 않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넷째 시간은 천체사진 촬영법. 국방과학연구소 조상호 연구원은 미모(?)의 모델을 동원해 제작한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다양한 천체사진 촬영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강의를 들은 교사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오리온성운을 비롯한 성운 성단 사진들이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고 -10℃가 넘는 강추위 속에서 몇시간씩 꼼짝도 못하고 얻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새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연수가 시작할 때만 해도 소나기가 퍼붓는 등 잔뜩 찌뿌렸으나 실습시간이 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별들이 총총거리기 시작했다. 전날 하지 못한 실제 밤하늘의 천구와 좌표계 강좌가 여기저기서 진행됐다. 교사들은 직접 망원경을 작동해 안드로메다은하와 거문고자리에 위치한 M57 아령성운 등을 망원경 시야에 잡아넣기도 하면서 밤 12시를 훌떡 넘겼다.

진행요원으로 차출된 대전 충청지역 아마추어천문학회 회원들과 천문대 천문정보팀 요원들 10여명은 교사들의 까다로운 질문에 성의있게 답하면서도 새벽 2시까지 진행된 그날 그날의 평가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 교사들이 무엇을 모르고 있으며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검토하는 성의를 보였다.

셋째날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에 대한 강의로 마지막 날의 일정이 시작됐다. 천문대 박필호 박사는 위치천문학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더불어 GPS의 다양한 응용분야를 소개하자 참석자들은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상 해양 항공지도 제작은 물론 항법, 이동통신, 원격탐사, 미사일, 그리고 등산 등 레저분야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이 자세히 소개됐다. 이론천문학 시간에는 블랙홀 박사로 널리 알려진 박석재 박사의 수소 강의가 진행됐다. 박박사는 별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 수소핵융합을 소개하면서 "수소를 정확히 이해하면 이미 이론천문학의 반은 공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박사의 명쾌한 논리로 그동안 애매했던 수소스펙트럼 등의 의미가 부각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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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조영철 기자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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