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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수학퍼즐 에 서 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 유명한 문제를 풀어보자. 아마 논리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첫 시간쯤에 들어봤을 법한 문제다.

그리스 크레타 출신인 철학자 에피메니데스는 어느날 ‘크레타인은 모두 거짓말쟁이’ 라고 하였다. 여기서 거짓말쟁이는 항상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하면 에피메니데스의 이 말은 참일까, 거짓일까?

너무 뻔하다고? 그렇다면 한번만 더 생각하고 답을 보자.

‘에피메니데스의 역설’ 또는 ‘크레타인의 역설’ 로 불리는 이 문제는 참, 거짓 어느쪽도 모순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선 에피메니데스의 말이 참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모든 크레타인이 거짓말쟁이이므로 에피메니데스 자신도 거짓말쟁이가 돼야 하고 그의 말도 거짓말이 된다. 이것은 그의 말이 참이라고 가정한 것과 모순이므로, 에피메니데스의 말이 참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에피메니데스의 말이 거짓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모든 크레타인이 거짓말쟁이는 아니라는 것인데, 이것은 크레타인 가운데 참말을 하는 사람이 적어도 1명은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전혀 모순이 아니므로, 에피메니데스의 말은 그냥 거짓이 될 뿐, 전혀 역설이 아니다.물론 크레타인이 에피메니데스 1명뿐이거나, 크레타인 모두가 참말만 하는 사람들뿐이거나 거짓말만 하는 사람들뿐이라면 이 경우는 역설이 되지만.

전설에 따르면 에피메니데스는 57년이나 잠을 자다 깨어났다고 하니 아마도 그는 보통 거짓말쟁이가 아니었나보다. 에피메니데스의 역설 아닌 역설과 달리 진짜로 역설이 되는 것은 ‘나는 거짓말쟁이다’ 와 같은 것으로 이런 종류의 역설을 ‘거짓말쟁이의 역설’ 이라고 한다. 이 경우 이 말이 참이라면 ‘나’ 는 거짓말쟁이라야 하는데, 이것은 거짓말쟁이가 참말을 한 것이 되므로 모순이다. 반대로 이 말이 거짓이라면‘나’는 참말하는 사람이라야 하는데, 이것은 참말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한 것이 되므로 역시 모순이다.

‘거짓말쟁이의 역설’ 은 수없이 다양한 변형이 존재하는데, 아마도 가장 재미있는 형태는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의 다음 농담이 아닐까 싶다.

러셀은 철학자 조지 무어가 참으로 정직한 사람이었다면서, 어떤 사람이 무어에게 “당신은 항상 진실만을 말합니까” 라고 물었을 때 “아니오” 라고 대답한 것이 그가 평생에 한 딱 한번의 거짓말이었다고 썼다.

러셀의 말대로라면 무어의 대답은 거짓이므로 그는 항상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아니오” 라는 무어의 대답 또한 참이 돼 모순이다. 과연 러셀다운 재치있는 장난이 아닐까?

200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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