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용하는 머드는 다른 게임 보다도 더 탄탄한 구성을 필요로 한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머드제작의 세계를 살펴보자.
게임 관련 산업에 대한 부가가치가 높게 인정받고 있는 시점에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인터네트 열풍과 함께 일기 시작한 온라인 게임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시장 확대 발판을 마련하고 많은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게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머드(MUD: Multi User Dungeon) 게임의 대부분은 문자(text)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으로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할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네트에서 시작된 머드 게임은 RPG 게임의 한 장르로서 다중이 참여하는 형태로 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RPG(Role Playing Game) 게임이란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되어 사전에 설계된 시나리오에 따라 모험을 즐기는 형태를 말한다. 머드는 이러한 RPG 게임을 여러명이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시킨 것인데, 다중이 참여한다는 특징 때문에 RPG 게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최대 장점을 가진다. 플레이어 하나 하나가 나름대로의 역할과 능력을 부여받고 가상의 시나리오에 의해서 설계된 가상의 세계(Virtual World)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플레이어 개개인은 가상 세계의 일원으로 여러 가지 모험을 헤쳐 나간다.
개발에 많은 인원과 시간 필요
지금의 머드 게임은 여러 단계의 기술적 발전을 거쳐 크게 두가지 형태를 이루고 있다. 디쿠(Diku)와 LP가 그것인데, 방법론에 있어서 다중이 참여하는 RPG 게임이라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디쿠는 전투(Battle)를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것이고 LP는 문제 풀이(Quest)를 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두 계열 모두가 전투와 문제 풀이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디쿠와 LP 계열의 주된 차이는 핵심 엔진과 이에 따르는 시나리오 처리에 있다.
디쿠 계열은 전 기능이 부품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나리오의 전개, 괴물과 플레이어(주인공)의 움직임, 환경의 변화 등 모두가 개별 부품으로 만들어져 있고 이것이 모아져 엔진을 구성한다. 여기에 시나리오에 따라 데이터(룸 설명, 지도의 구성 등)가 추가돼 하나의 완성된 시스템(세계)을 만들게 된다.
LP는 디쿠와는 달리 사전에 완성된 엔진을 제공한다. 여기에 시나리오에 따른 괴물과 플레이어의 움직임, 환경의 변화 등을 스크립트(Script)와 같은 간이 개발 언어를 사용하여 시스템을 구성한다. 쉽게 말해서 게임의 모든 기능이 엔진에 의존해 동작한다는 말이다.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어느 계열이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분명한 장단점이 있다.
LP 계열은 사전에 만들어진 엔진에 모든 것을 의존해야 한다는 불합리와 시스템에 과부하가 발생한다는 단점을 가진다. 대신에 시나리오의 구성과 추가 등이 손쉽다는 장점도 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디쿠 계열은 LP와는 반대의 장단점을 가진다. 엔진 제작에서 부터 모든 기능을 일일이 제작해야 하지만 빠른 속도와 효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인터네트을 비롯해서 국내에서 상용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글 머드는 앞서 두가기 계열 중에 하나를 따르고 있다. '쥬라기 공원'만이 유일하게 LP 계열을 따르고 있고 '단군의 땅', '1999', '시간 여행자' 모두는 1991년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디쿠 머드의 원형을 따르고 있다. 원형을 따르기는 하지만 한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글 처리를 위한 엔진을 새로이 구성해야 하고 시나리오에 따른 각 부품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특징과 장점을 달리 가지고 있다.
모든 종류의 게임이 다 그렇지만 특히 머드 게임을 개발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시나리오 설계와 디자인을 위한 게임 디자이너와 실제 기능을 제작하기 위한 엔지니어 등 최소 5명이 팀으로 구성되어야 제대로 된 머드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 더욱이 머드게임은 다중이 참여할 수 있는 운영체제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유닉스 운영체제에서 개발돼야 하기 때문에 유닉스 최고의 엔지니어를 필요로 한다.
정밀한 머드 설계의 실제
게임 개발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 설계와 디자인에 있다. RPG 계열인 머드는 얼마나 시나리오를 정밀하게 설계했는가에 따라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느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상의 세계를 정밀하게 구축하고 플레이어의 다양한 행동을 예측한 밸런싱을 면밀히 검토해야만이 그야말로 가상의 세계를 무리 없이 만낄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플레이어들의 흥미를 돋구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추가하는 일도 빠져서는 안 된다. 게임 개발을 단계별로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시나리오 설계와 디자인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이에 따른 등장인물(괴물), 지도, 외부 환경 변수 등은 전문 게임 디자이너가 담당한다. 머드 게임에 대한 내용을 정확이 이해하는 엔지니어십을 가진 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다. 사실 머드 게임의 핵심은 시나리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나리오와 각종 기능에 대한 설계를 담당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며 엔지니어는 시나리오 디자이너의 보조 역할을 담당 한다고 할 수 있다.
시나리오에 따라 가상세계에 대한 기본 골격이 갖추어지면 이에 따르는 부수적인 작업이 이루어진다. 등장인물, 가상 세계의 지도(Map), 지도의 구성(Zone) 등에 대한 면밀한 설계와 이에 따른 실제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는 실제 엔진에서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엔지니어와의 공동 협의가 필요하게 된다.
2. 엔진 제작
엔진 작업은 시나리오 설계가 일단락 된 후에 이루어지는데 시나리오의 특성을 살리고 효율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과정이다. 머드의 엔진은 크게 통신 부분과 가상 세계의 순환 부분으로 나뉜다. 통신 부분은 다중의 플레이어가 참여해 각종 명령을 내리고 내려진 명령에 따른 처리 결과 등을 전달하는 부분으로서 엔진의 중추 핵심을 이룬다. 머드 게임은 TCP/IP라는 유닉스 표준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이용해 하나의 프로세서 안에 여러명의 리모트 명령을 처리 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춘다.
가상 세계의 순환 부분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순환되는 여러개의 루프(Loop) 안에 등장 인물의 움직임, 날씨와 시간의 변화, 전투의 진행 등 다양한 처리 기능을 탑재한다. 플레이어들의 움직임, 괴물의 이동 등도 바로 이 순환부분에서 이루진다.
3. 특수 기능의 제작
게임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서는 엔진이 제공하는 기본 기능 외에 특수 기능을 필요로 한다. 이것 역시 디자이너의 설계에 따라 제작하지만 게임을 실제 서비스하는 과정에서도 그때 그때의 이벤트와 시사성을 높이기 위한 용도로 제작 할 수 있다. 비텍이 하이텔과 나우누리에서 제공하고 있는 '시간 여행자'에서는 최근 '복권' 기능이란 것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특수 기능에 해당한다. 플레이어가 괴물을 한마리 잡으면 상품으로 복권을 얻을 수 있고 또 이 복권을 추첨하면 적당한 아이템이나 불이익을 가져다 주도록 엔진에 새로운 기능을 넣은 것이다.
이외에도 특수한 동작을 하는 등장인물(괴물)을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게임의 밸런싱을 재조정하거나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기 위한 용도로 만드는 것이다. 순환 부분에서 일률적으로 동작하는 일반 등장 인물과 달리 특수 등장인물은 디자이너가 설계하는 모든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용을 만들어 다양한 동작을 처리하도록 제작하고 이를 무찌르는 플레이어에게 푸짐한 상품을 주도록 할 수 있다.
4. 게임 테스트와 밸런싱
게임 제작의 제일 마지막 단계는 테스트와 밸런싱이다. 여러명이 참여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 만큼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많고 이 때문에 게임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충분한 테스트가 필요하고 이를 반영한 밸런싱 조정이 필요하다.
게임의 테스팅과 안정된 밸런싱은 곧 탄탄한 내구성을 가진 엔진을 만들어 낸다. 게임 테스팅은 역시 머드게임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투여된다. 더불어 머드 게임의 특징상 게임의 운영과 진행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내부 기능과 플레이어 데이터를 외부에서 관리할 수 있는 리모트 기능 등을 이해해야 한다.
문자 머드에서 한 걸음더-그래픽머드
온라인 게임의 시장 확대와 함께 완벽한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온라인 게임 제작이 무르익고 있다. 문자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머드 게임을 대신할 차세대 온라인 게임은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머드 게임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PC에서 즐기는 RPG 게임의 경우 가상 세계의 실감을 위해서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이용한다. 온라인 게임인 머드의 경우도 멀티미디어 시대에 맞는 그래픽과 사운드가 필요하다. 다만 다중이 참여하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점 때문에 대량의 데이터를 송수신 하면서 실제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큰 부담이 발생한다. 국내 PC 통신 서비스의 회선은 이제 막 1만4천4백 BPS급을 상회하고 있다. 96년말에는 2만8천8백 BPS급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실 28.8k BPS라는 회선 속도로는 실감나는 온라인 RPG 게임을 만들기에 역부족이다. 그래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필드에서 충분히 내구성이 입증된 엔진과 고급의 클라이언트를 제작하기 위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운영하는 비텍 컨설팅에서는 '시간여행자'3탄으로 그래픽 머그(MUG)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통신 상황에 맞는 클라이언트 서버 방식을 사용하고 '시간여행자 1' '시간여행자 2'의 서비스를 통해 내구성이 입증된 엔진 기술을 사용할 예정이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장점과 함께 부작용으로 지적받고 있는 머드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온라인 게임, 그리고 RPG 게임이라는 특징 때문에 한번 게임 참여할 때 투여되는 시간이 길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중독이라는 의미를 붙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는 않을까. 모든 경우가 그렇지만 이용자의 무리한 이용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서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머드 게임의 경우도 일부 사용자의 무리한 이용이 있을 수 있으나 우려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장 원리와 이용자의 합리적인 이용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