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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의 중독, 폭발사고의 예방

미국서만 1년에 1천1백건 발생

원인이나 과정을 알기가 어렵고 또 사고형태도 갖가지여서 사고는 조금만 방심해도 일어난다
 

지난 84년 인도의 '보팔'에서 8천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유니온 카바이드'사의 개스폭발사고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지만 개스사고는 여전히 세계의 이곳 저곳에서 일어난다. 80~85년 사이에 미국에서는 6천9백28건의 개스사고가 일어나 1백35명이 죽고 무려 1천5백여명이 다쳤다. 1년에 사고가 약 1천1백건이나 일어나는 셈이며 한해에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2백70여명이 된다는 얘기이다. 전세계적인 통계는 구하기도 어렵고 선진국에서조차 사고원인의 분석이 정확히 되지 않고있다는 실정이다.

 

설계상의 완벽은 기대못해
 

폭발, 중독등의 형태를 일어나는 화학물질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수있는 설계는 불가능한가. 전문가들의 얘기는 설계에 실수가 없다하더라도 사고를 완전히 방지할수있는 설계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러하다.
 

아무리 현대적인 공법으로 지은공장이라하더라도 운영은 사람이한다. 사람은예컨대 촉매제를 섞을때 실수로 기준량이상을 넣을 수 있다. 파이프의 연결부분은 어느때고 개스가 새어나올 위험있으며 가연성 개스에 스파크가 어떤형태로 연결될지 모른다. 그리하여 사고는 항상 예상치도 못한 경위로 발생하는것이다.
 

그러나 현대과학과 기술은 불행을 최소화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사람이 보다 철저히 대비한다면 사고는 현저히 줄어들것이다.
 

개스사고로 가장 많고 또 무서운것은 폭발성사고이다. 개스가 가득차있을때 어떤 이유로 불꽃이 생기면 폭발이 일어나며 또 화학개스의 자동반응으로 폭발이 생기기도 한다.
 

폭발성사고의 예방은 개스가 한곳에 모이지 않도록 환기장치를 하는것과 누출개스를 용기에 모아 저장하는것이다. 그런데 간단한것처럼 보이는 이 환기장치도 실상 설계가 매우어렵다. 쉽게말해 환기구멍이 너무 커도 효과가 없고 너무작아도 효과가 없는 것이다. 적정규모의 환기장치를 하는 것은 누출개스의 양과 질 그리고 공장이나 일반건물의 구조와 긴밀히 관련된다. 현재 개스사고의 위험이 있는곳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사고예방대책이 환기장치인바 환기장치를 할때에는 반드시 화학기술자나 설계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한다. 여기에서 전문가가 고려하는것은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비인것이다. 설마 개스압력이 그정도로 높아질까하고 낮추어 어림해서 환기장치를 했다가는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위험을 방치하는셈이 된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설계
 

이런점을 소홀히 해서 일어난 사고로 지난 78년 미국 텍사스에 있는 '유니온 카바이드'사의 폭발사고이다. 한 기술자가 실수로 촉매제를 비닐-클로라이드중합체에 정량의 2백배나 더 넣어버렸다. 이렇게 되자 분자반응이 일어나 용기의 내용물이 팽창을 시작, 탱크가 폭발하고 사람을 한 명 죽였다. 탱크의 안전밸브는 이런 최악의 사태를 가상한것이 아니고 탱크의 주면에 화재가 발생했을경우에 대비해 설계된 것이었다.
 

엔지니어들은 안전밸브의 제조를 위해 플라스코에 화학물질을 넣고 급속(폭주)반응의 실험을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1리터의 플라스코 반응결과와 6천리터의 양을 탱크에 넣었을때는 반응결과는 다르다. 플라스코에서는 열이 보다 잘 흡수되기때문이다. '보팔'사고의 경우에도 밸브를 개스누출의 경우에 맞게 설계한것이 치명적 결함이었던것이다. 즉 급속반응시의 팽창하는힘을 고려하지 않았던것이다. 따라서 밸브를 보다 크게했더라면 이 사고는 예방되었을지 모른다. 팽창하는 힘은 거대한 콘크리트까지 깨버렸던것이다.

 

샴페인 병마개 따듯이
 

안전밸브의 관리에서 중요한것은 샴페인의 병마개를 따는것으로 비유될수있다. 조심성 없는 웨이터가 샴페인병마개인 코르크를 갑자기 확 잡아당겼을때 샴페인은 큰 거품을 내면서 마구 쏟아진다. 이것은 병속의 압력이 급작스레 낮아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반대로 병마개를 찬찬히 열면 압력도 천천히 낮아져 우아스럽게 샴페인을 잔에 부을수있다.
 

안전밸브를 열때에는 샴페인병마개를 연상해야한다. 갑자기 밸브를 열면 탱크내용물이 갑자기 부풀어 가연성개스가 있을 경우 화재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에틸렌개스같은것이 탱크안에 차 있을 때 특히 주의를 요한다.
 

최근 미국의 한 기술자가 밸브를 자동으로 천천히 열게하는 장치를 발명해 특허를 얻었는데 그는 바로 조심스럽게 샴페인 병마개따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각종 화학폐기물중 가장 골치 아픈것은 대기(大気)로 날려보내거나 태우지도 못하는 유독성개스이다. 이것은 결국 고압으로 탱크속에 저장해 땅에 묻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파이프의 이음새같은데서 개스가 새거나 폭발을 하는수가 많다.

 

화학물질사고는 치명적인데도 방비대책은 소홀하다.


연구시설투자를 안하면 더큰손해
 

사고예방전문가들은 이처럼 액체나 기체상태의 물질이 중독 또는 폭발사고를 일으키는일이 빈번한데도 이에 대한 방비가 소홀한것은 무엇보다 연구·시설투자를 소홀히 하기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화학물질의 안전관리를 관한 실험이나 연구, 시설투자비는 무척 많이 든다. '보팔'의 경우에도 전문가 그룹은 방재시설을 갖추도록 권고했는데 이때 회사측은 1백만달라나 투자해야 했으므로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사고가 나서 회사측은 3백50배가 넘는 3억5천만달라의 손해를 보고 말았다. 이것은 중요한 교훈이다.
 

현재 화학물질의 안전에 관한 연구는 만족할만한 단계에 와 있지 못하다. 여기에다 연구로 입증된 안전설계마저 기업측에 외면하는 일이 많다. 이런 형편에 사람의 부주의 까지 겹쳐 사고는 자주일어나는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제 심각히 고려할것은 1만달라를 아끼기위해 2만달라를 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측은 고작 1천달라짜리 밖에 안되는 탱크에다 10배가 되는 1만달라짜리의 안전밸브를 다는데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어쩔수 없는것이다.

198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뉴 사이언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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