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생태계 천적, 자연의 무법자들

왕성한 번식력, 닥치는 대로 파괴한다

생태계를 교란하며 다른 생물을 괴롭히는 거친 무리가 있다. 이들 생물과의 전쟁은 20세기 인간이 당면한 새로운 과제이다.

현대화 산업화 오염 등으로 인해 오늘날의 동식물 종 다수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그러나 지구 곳곳에서는 눈에 띄는 모든 것을 파괴하면서 번식하고 있는 종들도 있다. 이들은 수백만 심지어는 수십억 단위로 무리지어 살고 있다. 20세기 말 재앙의 하나인 이 위험한 약탈자들에 대해 살펴보자.

19세기 말엽 미국 매사추세츠의 아마추어 곤충학자 트루벨로(Leopold Trouvelot)는 어느날 나비의 일종인 매미나방(Bombyx Dusparate)을 번식시키려고 마음먹었다. 이 나방의 유충은 유럽 곡물의 위험한 약탈자로 알려져 있었다.

하루는 나방들이 창밖으로 날아갔지만, 트루벨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영양을 공급하는 식물이 없는 한 유충들은 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몇주 뒤 트루벨로는 자신의 정원이 황폐해진 것을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매미나방들이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놀라운 속도로 번식을 하고 있었다. 겁에 질린 트루벨로가 소방대와 당국에 신고하자 그는 미친 사람 취급을 당했다.

오늘날 매미나방은 미국 농업을 좀먹는 커다란 골칫거리다.

이 사례는 '침략자'들의 일반적인 발생 원인을 알려주는데, 인간이 실수나 부주의로 곤충이나 다른 동물 혹은 식물을 수입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자신의 환경을 벗어나 자연천적으로부터 떨어짐으로써 이 종들은 놀라운 속도로 번식하면서 모든 것을 파괴하는 침략자로 변한다.

세계 곳곳에서 침략자들은 양식과 공간 확보의 욕심으로 매일 새로운 영역 정복의 길에 나선다. 이들은 다른 종들을 쫓아내거나 조직적으로 없앤 다음 먹을거리를 차지한다. 따라서 생태계 평형은 깨지고 전지역은 황폐화되며 어떤 종들은 멸종위기에 처한다.
 

개구리^1년에 2만개의 알을 낳으며 작은 양서류마저 먹어치우는 개구리. 이 미국 개구리는 다른 것보다 커서 식용으로 잘 팔린다.


경고! 적색경보!
 

밤나방^나비과에 속하는 파괴적인 침입자 밤나방. 그 유충이 곡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1980년대 스페인 동부해안 이브리(Ebre) 삼각주에서 생태 재앙이 발생했다. 눈에 띄는 것마다 모조리 파괴시키는 이상한 물질을 강물이 옮기고 있는 것 같았다. 전기철탑이 무너졌고 댐이 구멍투성이가 되었으며 파이프가 파괴되고 다리는 가라앉았다.

이 물속에 숨겨진 것은 무엇일까? 말썽꾼은 가재로 판명되었다. 붉은루이지애나가재(Red Louisiana Crayfish)로 알려진 이 특수한 종은 저항력이 매우 뛰어나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이 괴물은 어디서 온 것일까? 답은 매우 간단하다. 가재양식장 주인이 종을 번식시킬 목적으로 미국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붉은가재는 다른 종류보다 10배 이상 번식력이 강하다. 현재까지 프랑스의 15개 이상 지방에서 발견되었다. 파리 교외 호수에서 아마추어 낚시꾼들은 일요일 점심용으로 그것을 잡기도 한다. 이 가재의 위험도를 충분히 예측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다.

프랑스에서 발견되는 플로리다 민물거북은 또다른 재앙의 사례다. 이 거북은 미국 루이지애나와 동해안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1970년대 유럽에서는 애완용 거북의 무절제한 판매가 극에 달했다. 거북의 건강상태에 대한 어떤 충고도 없이 누구나 애완동물 가게에서 거북을 살 수 있었다. 이 파충류는 잘 죽는다. 그러면 다른 거북이 즉시 대용으로 팔렸다.

1976년 지중해 그리스 일대에서는 거북 보호법이 채택되어 거북 판매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수출상에게 시장을 열어 주는 결과를 낳았다. 플로리다 거북을 담은 컨테이너들이 미국으로 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곳곳에 수십만의 작은 거북들이 넘쳐났지만 역시 거북의 위생과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탓에 종의 번식은 멈춰버렸다. 1980년 대에는 거북 보호단체들이 여럿 결성되어 이러한 실상을 알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보다 알맞은 환경을 꾸며 거북을 보살피게 됐다. 그 결과 거북의 몸집이 커지게 되었는데, 거북의 크기도 크기지만 그 엄청난 식욕과 고약한 냄새로 문제가 제기됐다. 사람들은 거북을 점차 성가시게 여겨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견도 못한 채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50만마리의 플로리다 거북이 자연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다.

거북은 번식하면서 시골지역을 침입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상황에도 잘 적응, 계속 번식해 나가면서 시골지역을 침입, 주변의 생태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현재 프랑스 사람들은 거북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이보다 훨씬 위험한 종 역시 유럽에 수입되고 있다. 공격적인 데다가 사람을 물기까지 하는 북미산 식용거북(snapping turtle)이 그것이다. 이 거북은 재빠른 목 놀림으로 사람 손가락을 물어뜯는 등 위험하기 짝이 없다. 다 자라면 몸무게가 40㎏이나 된다.
 

거북^유럽에서 애완용으로 키워지던 거북. 자연으로 돌려보내진 뒤 도리어 사람 생활과 생태계의 형형을 깨고 있다.


세계적 재난

이 동물에 대한 소문이 수없이 많은데, 확실한 것은 유럽 전역에 걸쳐 여러 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거북은 플로리다 거북에 비해 호수의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어린아이를 공격하는 일이 드물다. 현재 유럽은 이 거북의 수입을 허가하고 있어 거북이 마음놓고 번식한다. 독일만이 최근 2년간 수입을 금하고 있을 뿐이다.

수십억씩 무리지어 다니며 대를 이어 침입하는 작은 생물들도 있다.

메뚜기는 아프리카대륙에 내려진 저주다. 1만여 종이나 되는 메뚜기는 매년 거대한 떼를 지어 아프리카를 불모지로 만든다. 1억t 이상 되는 이 무리가 우글대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본다면 결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프랑스 몽펠리에에서는 메뚜기의 침입에 대비하여 초원메뚜기 협동연구 프로그램을 마련, 서식지역에서 생태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관찰하고 있다. 또한 기상국의 협조로 온도, 바람의 힘과 발생지 등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 메뚜기 침입을 정확하게 예측한다. 매년 8억달러가 이 프로그램에 투입되고 있다.

한편 메뚜기와의 끝없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주민들에게 대처 방안을 교육시키기도 한다.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는 흰개미가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이는 18세기 말엽 프랑스의 아틀란트 해변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이후 흰개미는 꾸준히 증가하여 근래에는 남서지역에서 놀랄 만한 숫자로 불어났다. 현재 프랑스의 62개 지역이 흰개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으며, 파리의 숙소 20여곳이 붕괴되었다.

섬유소를 먹고 자라는 흰개미는 오랫동안 숲의 그루터기에 만족했다. 그러나 흰개미가 마을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나무기둥과 마룻바닥이 파괴됐고, 책과 공공 도서관이 위험에 처했다. 성숙한 흰개미는 20여년간 생식능력을 가진다. 이 공포의 침입자는 5초에 1개의 알을 낳는 속도로 전 지역에 도깨비불처럼 퍼져나간다.

흰개미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숲의 나무들은 흰개미에게 독성물질을 분비하여 방어하지만 마을 건물들은 이런 자연의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유일한 방법은 화학적 처리인데, 이는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독성이 강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기적적인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피해건수는 수백만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지옥의 녹색 침략자

침략자들의 공격대상이 되기는 식물계도 마찬가지다. 가장 널리 알려진 수중 기생식물은 부레옥잠(water hyacinth)이다. 이 아름다운 꽃은 강 전체를 질식시킨다. 부레옥잠은 11일마다 두배로 증가하여 2m 두께의 식물 양탄자를 만든다. 이는 강물의 흐름과 물 속의 서식자들에게 압박을 줄 뿐만 아니라 배들의 항해까지 방해한다.

부레옥잠의 원산지는 브라질이다.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여러 나라에서 수입해 갔지만, 그 누구도 이런 번식양상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오늘날 부레옥잠은 5개 대륙 50개국에서 출몰하고 있다.

또다른 불행한 귀화식물은 토양침식에 대처할 목적으로 미국에 전파된 중국 덩굴식물 칡(kudzu)이었다. 이 불멸의 식물은 미국 삼림의 1백 60만ha를 침범하여 약5천만 달러의 국가경제 손실을 가져왔다. 아직까지 이를 없앨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클로버과에 속하는 식물(Oxalis Ceruna)은 알제리 식물공원에 들여온 이후 북아프리카 전역과 유럽 남부로 퍼져가고 있다. 이 식물의 꽃은 수산(蓚酸, oxalic acid)이 풍부해서 수백만ha의 목초지를 불모지로 만들고 가축에 해를 입혔다.

마지막 사례는 지중해를 침범한 촉수모양의 조류(Colerpa Taxifolia)인데, 이 조류는 하루에 6㎝씩 자란다. 이 식물의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40-90℃로 끓인 물을 붓거나 손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많이 먹어치우고 거칠다

이같은 침략자들이 가진 주요 문제는 이들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가진다는 데 있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환경이나 기후가 요구되지 않으며, 잦은 이동으로 인해 자연천적으로부터의 위험에서도 벗어나 있다.

따라서 침략자들은 무제한의 속도로 생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이들은 극히 파괴적으로 변한다. 물론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있던 것이 사실이지만 20세기 들어 심각한 양상을 띠게 됐다.

이들 기생물의 도입을 증대시키거나 활성화시키는 것은 바로 인간들이다. 이들은 여행을 다니며 무심코 표본을 챙기거나 우연히 운반하기도 한다. 가령 배 창고나 여행가방에 숨겨진 단 몇개의 표본이 대재앙을 불러오기에 충분한 것이다. 게다가 농촌지역이 확대되면서 멸종에 직면한 일부 약탈자들이 새롭게 증가되기도 한다. 이때부터 이들의 침범은 몇배로 늘어나고 동물과 식물 그리고 종국에는 인간에게까지 손해를 입히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20세기초 호주에 들여온 열두마리 토끼 이야기가 있다. 이 토끼들은 왕성한 번식력으로 1차대전이 시작될 무렵에는 엄청난 숫자로 불어났고, 닥치는대로 마구 파괴하기 시작, 마침내 토끼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이 토끼는 심지어 치명적인 점액종증(粘液腫症)에도 버티는 새로운 돌연변이종을 발생시켰다.

이런 이유로 호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침입자들에 대한 반격이 빠른 듯하다. 1956년에는 정부조직인 복지과학산업연구조직(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zation, CSIRO)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침입자가 무엇이고, 어떻게 싸워야 하고, 어떻게 가장 적합한 천적(곤충이나 질병 등)을 찾아내 번식을 멈추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곤충의 전쟁

이같은 침략자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결책은 생물학에서 나올 것이다. 악당을 다른 악당과 싸우게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국가농경학연구소에서는 이 분야에 관해 특색있는 연구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소의 한 특별부서는 곡물을 손상시키는 1㎜도 안되는 새로운 나비종 혹은 다른 기생물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는 한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초음파기법을 이용해서 수백개의 표본을 부순 뒤 원심분리기에서 물리적 특성에 따라 요소별로 분리한다. 이후 분리된 요소에서 발견되는 종과 종내 여러 집단의 DNA에 대한 분석을 수행한다. 이 작업은 현미경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화학반응과 추론이 동원된다."

다른 부서는 이 연구프로그램 결과를 구체적으로 응용하는데, 최종 목표는 곤충들간의 전쟁을 실제로 조작해내는 것이다. 즉 침략자들에게 작은말벌(microwasps)을 투여해서 그들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 말벌은 나비알 위에서 알을 까는 특성이 있어서 다음 세대 나비를 멸종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훌륭한 아이디어가 실현되기는 무척 어렵다. 무엇보다도 DNA 연구를 통해 종내 대표 집단을 발견해야 한다. 작은말벌이나 나비를 인위적으로 번식시키는 방법도 개발해야 한다. 수백만의 곤충들을 액체살충제처럼 운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밖에도 많은 문제점이 해결되어야 산업화 단계까지 이를 수 있다.

현재 이 연구소는 작은말벌이 자랄 수 있는 지름 1㎜의 좀더 정교한 인공란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작은말벌알의 캡슐은 이미 판매되고 있지만 이 기술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생물전쟁이 생태계 파괴에 대항하는 실질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장기적으로 화학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방법은 매우 합리적이다. 작은말벌은 상대를 없앤 후 자신도 자연적인 과정을 거쳐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세계의 연구자들이 각 침입자들에 적합한 천적을 발견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 김훈기 기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농업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