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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기 멀리 보이는 멋진 나무 아래 사자 한 무리가 쉬고 있는 게 보이시나요. 저쪽에선 암컷들이 얼룩말 새끼를 쫒고 있네요. 쯧쯧. 수컷 사자들은 그냥 그늘에서 쉬고 있군요. 어제도 똑같이 놀고 있더니, 역시 수컷들은 사람이고 짐승이고 주로 게으른가 봐요. 하하.”

아프리카 세렝게티 평원에 찾아갔을 때 만난 여행가이드의 설명이다. 아프리카 평원의 지존은 말할 것도 없이 사자다. 그런데 이 여행가이드에 따르면 힘이 센 수컷들은 주로 놀고, 암컷이 사냥을 한단다. 이 말은 일반적으로 사실이다. 그런데 가이드가 눈치 채지 못한 것이 있다. 어제에 비해 그늘에서 ‘놀고 있는’ 수컷의 숫자가 둘이 빈다. 왜 일까?



수컷은 어디로 갔을까

사자와 같이 영역에 민감한 짐승이 하이에나다. 과거엔 하이에나가 썩은 고기나 먹는 지저분한 짐승으로 알려졌다. 사실은 일대일 전투에선 치타나 표범을 압도할 정도로 싸움의 달인이고 영민하기로 치자면 당해낼 짐승이 없다. 자연히 사자와 세력다툼이 빈번하다. 사자를 일대일로 싸워 이길 순 없지만, 무리를 키워 적은 수의 사자무리를 상대하면 승산이 있다. 이렇게 사자와 정면대결하는 동물은 하이에나가 유일하다.

이 싸움은 주로 밤에 일어난다. 대략 하이에나의 수가 사자의 네 배를 넘게 되면 하이에나 무리가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이 싸움은 보통 몇 날 몇 밤에 걸쳐 일어나고, 사자의 경우 싸움의 주역은 단연 수컷이다. 일주일에 걸친 전투 끝에 여섯 마리의 사자와 서
른 다섯 마리의 하이에나가 죽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여행가이드는 수사자가 간밤에 어떤 역사를 치루었는지 모른 채 가벼운 유머를 날린 것이다.

이렇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비밀스런 역사가 우주에서도 벌어진다. 태양은 지구보다 30만 배 무거운 기체 덩어리이다. 평균밀도는 대략 물과 비슷하다. 하지만 중심온도가 1000만℃가 넘고 가장 온도가 낮은 표면도 6000℃에 달하니, 전체가 고밀도 사우나인 셈이다.

태양 표면은 과거 수십억 년 동안 거의 일정한 온도와 밝기를 유지해 왔다. 만일 태양의 표면 온도나 밝기가 내년부터 1%만이라도 달라진다면 지구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인류멸망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실로 평온해 보이는 태양의 위력은 미약한 인간에겐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태양이 그렇게 평온해 보이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엄청난 질량에 따른 중력은 태양에게 중심을 향해 수축하도록 지시한다. 이대로라면 태양은 약 20분 만에 찌그러지고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열역학(비리얼 정리)에 따르면, 수축에 따른 중력에너지 감소의 절반은 내부 온도를 높이는 데 사용돼 중력에 반대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 경우 태양이 크기를 약 3000만 년(켈빈-헬름홀츠 시간) 정도는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태양의 모습과 성질을 유지하는 주역은 내부에서 매 순간 일어나는 핵융합반응
이다.

빛이 태양 사우나를 빠져나오려면

태양 전체 질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중심부는 온도가 1000만℃ 이상 올라간다. 이런 고온 환경에서는 수소 원자들이 고속으로 운동하는데 양자역학적 터널효과를 통해 서로 충돌하는 일이 빈번해진다. 그 결과 수소보다 약 네 배 더 무거운 헬륨원자를 만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빛이 발생한다(3월 우주일기 참조).

태양은 일정한 빛을 내기 위해, 이렇게 매초 약 1조 개의 수소폭탄 폭발과 맞먹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 초에 일조 개 수소 폭탄. 오타 아니다. 이 빛이 반지름 70만km인 태양을 빠져나오려면 빛의 속도로 2초 정도면 되지만, 실제론 태양 내부가 워낙 빽빽한 ‘사우나’라 수십만 년이 걸린다. 태양은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만든 빛을 어렵게 외부로 내보내고 멀리 지구까지 전달하는 것이다. 내가 강의실에서 가끔 태양을 수사자에 비교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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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김상연 | 글 이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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