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개구리나 두꺼비 등이 감소하고 있다. 장소에 따라서는 아예 자취를 감춘 곳도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구규모의 현상으로 1990년에 처음 확인되어 주목을 끌었다. 이는 양서류의 존속 위기를 나타낼 뿐 아니라 환경의 전체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양서류는 환경의 여러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가령 개구리는 올챙이 때는 물에서 살고 먹이는 주로 식물성이지만, 성체가 되면 부분적으로는 육상에서 살고 먹이도 동물성이 된다. 개구리알은 껍질이 없으므로 직접 태양광선과 물, 토양에 노출된다.
이같은 특징 때문에 여러 요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환경요인이 양서류 감소의 주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양서류는 색채 형태 행동 생활사가 다양하다. 서식장소도 사막 초지 삼림을 비롯, 해안에서 고산까지 다양하다.
수억년에 걸쳐 공룡을 비롯한 많은 종이 대량멸종을 일으키는 과정에서도 양서류는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제 급속한 감소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환경요인은 무엇일까.
세계전역에서 일어나는 감소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나 유력한 용의를 둘 수 있는 요인은 있다. 가령 미국 오레건 주립대학의 앤드류 블로우슈타인 교수와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교의 데이비드 웨이크 교수는 오존층의 감소에 의한 자외선의 증가가 그 원인임을 실험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들은 캐스케이드 산맥의 인적이 드문 고산지대에서 1979년부터 실험을 행했다. 여러 종의 양서류의 알, 혹은 배의 단계부터 올챙이 시기를 지나 성체에 이르기까지 생활사의 갖가지 면이 조사됐다.
연구과정에서 캐스케이드개구리 등 2종의 개구리가 수정란 상태에서 무더기로 죽어버리는 현상을 확인했다. 또 지난 10년 사이 이들 종의 성체 수가 감소일로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개구리의 성체수가 감소하는 것은 수정란이 거의 남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하고 알이 손상을 입는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개구리가 산란하는 물의 화학성분이 좋지 않을지 모른다는 첫 가정은 곧 부인됐고 1980년대 후반부터 또하나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 무렵 대량의 자외선이 지상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주던 성층권의 오존층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과학자들이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진은 자외선과 번식감소를 연관시키기 시작했다. 감소하고 있는 양서류 종의 대부분이 산지성으로, 나무그늘이 없는 얕은 물에 알을 낳는다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었다. 이같은 알은 오랜 시간 태양광선에 노출되므로 오존층을 통과해 오는 자외선을 쬐게 된다.
자외선 B(파장 2백90-3백20nm 범위)의 조사는 생물에게 해를 끼친다. 가령 사람에서는 면역계를 억제하고 백내장을 일으키며 피부암의 원인이 된다.
오레건 주립대 워레스트 박사는 이미 1970년대 중반에 실험실에서 자외선 B의 조사에 의해 양서류의 배가 이상발생하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는 양서류나 다른 동물에 대한 자외선 조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실험은 거의 없었다. 블라우슈타인 연구진은 자연하에서 자외선 B조사 증가가 양서류 개체군을 감소시키는지 여부를 알아보았다. 이 계획을 위해 생태학자 분자생물학자 등이 포함된 연구진이 짜여졌다.
연구순서는 자외선 조사가 DNA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맞춰졌다. DNA가 방사선 에너지를 흡수하면 분자를 지키던 결합이 끓어져 새로운 구조가 형성된다. DNA 변화는 세포의 기능을 저해하고 세포를 죽이는 일도 있다.
개방된 얕은 물에 알을 낳는 종에서는 자외선이 알의 DNA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부화율이 현저하게 나빠지고 개체군의 감소를 낳는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그러나 육상성 개구리 등에서는 자외선의 증가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달리 생각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개발에 의한 서식지 파괴와 식용 개구리 포획, 본래 그 지역에 없었던 개구리나 물고기의 인위적인 도입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양서류는 다른 생태계의 구성원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다. 양서류 감소는 인간에게도 '남의 일'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