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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빛으로 생체시계 조절, 겨울에도 여름꽃 피운다

생체시계는 매일 새로 맞추어 주어야 한다. 왜 그럴까. 생물학자들은 그 이유가 생물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라고 한다.

인간이 만든 전자시계는 정확하다. 그러나 생체시계는 매일 새로 맞추어야 한다. 우리 인간이 만드는 시계는 이처럼 정확한데, 생체시계는 그렇지 않은 점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30억년이나 진화해온 생물의 시계가 정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생물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라고 한다. 날마다 변화하는 낮과 밤의 길이, 움직이면 변화하는 공간의 위치 때문에 생물체가 가지고 있는 생체시계는 날마다 새로 맞출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체시계를 날마다 맞추게 하는 신호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다시 말해 그 계시원은 무엇일까? 생체시계의 계시원을 알아내기만 하면 우리는 이것을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 개화는 빛의 길이 조절로 가능

식물은 단일식물 장일식물 중일식물로 광주기성을 나타낸다. 이 현상은 낮과 밤의 길이를 식물의 생체시계가 인식하여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현상의 하나다.

단일식물인 도꼬마리를 재료로 하여 꽃눈형성을 실험한 결과 생체시계가 잎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접목한 장일식물과 단일식물에 광을 주지 않는 암기를 차차 길게 하면 단일식물만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장일식물도 꽃이 핀다.

반대로 빛을 비추어 주는 시간을 길게 해도 장일식물과 단일식물이 함께 꽃이 피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식물은 낮의 길이가 아니라 밤의 길이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았다. 꽃눈의 형성에 반드시 단일식물은 밤의 길이가 일정한 임계시간보다 길게 지속되어야 하며 장일식물은 밤의 길이가 임계시간보다 짧아야 한다.

광주기성을 갖지 않는 중일식물은 밤이 있는 것으로 족하며 밤의 길이에는 관계하지 않는다. 더 재미있는 것은 단 하루의 적-원적색 광처리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점. 이 원리를 응용, 우리는 가을에만 볼 수 있었던 국화와 같은 꽃을 계절에 관계없이 볼 수 있다.

생체시계는 노화와도 관계가 있다. 식물조직의 노화는 영양의 부족이나 환경조건의 악화에서 생기는 이상현상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조절되는 발생의 최종단계다.

1년생 식물을 예로 들면 생장하여 개화하고 결실할 때가 되면 아무리 영양이나 환경조건을 양호하게 해주더라도 잎의 노화가 시작되어 열매를 맺고 결국 죽게 된다. 그러나 꽃눈을 제거하면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그림1)국화꽃이 피는 메커니즘
 

제트레그 현상 치료제로 활용 가능

과학자들이 사람의 개일시계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기로 하자. 인체의 내부에는 스스로 유지되는 시계가 있으며 단순히 환경의 시간에 행동을 맞추어가는 것이 아니라 생체시계에 따라 행동이 조절된다는 것을 밝히려는 실험이다.

연구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에 걸쳐 참호나 고립된 방에서 실험지원자를 모집, 진행됐다. 한달 이상의 기간 동안 TV, 라디오 및 모든 사회적 접촉이 배제되며 물론 시계도 없이 아무런 시간정보가 없는 환경 속에서 피실험자들은 언제 잠들고 언제 깰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게 했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 피실험자들은 마냥 불규칙한 생활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모든 피실험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건 없건 간에 규칙적인 시간에 깨어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 실험의 중요한 성과는 개일시계는 약 25시간의 주기를 가진다고 밝혀진 점이다. 25시간의 생체시계는 매일 시간을 맞추어주는 계시원이 없이는 맞추어지지 않았다.

1985년 독일의 베버는 인공적으로 준 광-암주기가 신체의 체온리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것을 적용하여 피실험자들이 있는 고립된 방에 21-28시간의 인공적인 광암주기를 준 후에 그 피실험자들에게 밝은 빛의 펄스를 주자 그들의 체온리듬이 곧 비정상적인 광-암주기에 맞추어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상하게도 정상적인 빛으로는 그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1987년 미국의 레비 연구진은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밝은 빛에 노출시키는 요법을 써보았다. 그러자 우울증이 경감될 뿐만 아니라 멜라토닌 리듬이 전이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빛의 펄스는 암기의 끝부분에 주어질 때 가장 큰 효과를 나타냈다.

빛은 우리에게 망막과 연결되는 신경을 찾아냄으로써 직접 개일시계와 작용하는 반면, 이른 아침에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여 간접으로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멜라토닌은 생체시계를 빛과 반대로 조절하는 것으로 아침에 분비가 계속되면 생체시계는 늦어진다.

실험을 통해 발견한 중요한 사실은 사람의 개일시계가 매일의 광 펄스의 시간에 의존된다는 것이다. 임계점은 체온이 가장 낮은 오전 4-5시 정도이다. 체온의 최저점 직후에 주어진 펄스로는 시간이 늦어져 지연되고 체온의 최저점에 가까울 때는 거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지구를 반바퀴쯤 도는 여행을 하고 나면 시차때문에 고생을 하게 된다. '제트레그 현상'이라고도 불리는 이 시차는 낮과 밤이 뒤바뀜으로써 인체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생체시계의 원리가 밝혀진다면 이를 바로 제트레스 현상 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빛을 시차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까? 시차는 생체시계가 일상의 변화에 느리게 적응하기 때문에 생긴다. 최근의 연구에서 생체시계가 혼란된 사람들은 아침과 늦은 오후에 한시간씩 밝은 빛의 펄스를 주어 멜라토닌 리듬을 여름 형으로 변형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멜라토닌은 화학적 암펄스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펄스를 줄게 아니라 아예 멜라토닌을 캡슐로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이밖에 야간근무자들도 멜라토닌 캡슐을 먹으면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저녁시간에 멜라토닌 캡슐을 먹었을 때 시차의 주된 증상인 피로를 줄일 수 있으며 야근하는 동안 멜라토닌 캡슐을 복용하면 낮시간의 수면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림2)인간의 수면-활동과 체온의 개일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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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추종길 교수
  • 장남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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