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3 사용자·제작자 만족 최선책은 셰어웨어 활성화

컴퓨터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소비자와 개발자의 상충하는 이익을 양자 모두에게 충족시킬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최상의 방법은 셰어웨어를 뿌리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PC사용자들은 공개 소프트웨어라 하면 흔히 상업용과 달리 어딘지 모르게 덜 완벽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며, 또한 그런 저런 이유로 버그나 기능상의 제약이 많은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공개'이니까 여간해서야 수십만원 혹은 수백만원에 이르는 소위 '제 값주고 팔리는 소프트웨어'를 당하겠는가 하는 인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공개 소프트웨어 중에는 제작자가 자신의 프로그래밍 실력 테스트용으로 제작한 완벽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통신망에 올려 놓아 여러 사람 이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공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기능도 빈약하고 버그 투성이인 프로그램을 달가워할 리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개 소프트웨어 매니아들의 생각은 다르다. 통신망을 이 잡듯 뒤져 자신이 원하는 공개 소프트웨어를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즐거움을 맛본다. 부실한 소프트웨어도 많지만 상업용 못지 않은, 심지어 상업용을 능가하는 환상적이고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는 공개 소프트웨어가 있기 때문에 통신망에 접속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go 공개자료실'이다. '그곳에 산이 있기에 정복한다'는 말처럼, 그곳에 공개 프로그램이 있기에 접속하는 사용자들. 그래서 공개자료실은 언제나 만원이다.
 

셰어웨어 버전으로 출시돼 전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게임 둠


셰어웨어, 프리웨어, 퍼블릭 도메인 소프트웨어

공개 소프트웨어는 대개 세 가지로 분류된다. 셰어웨어(shareware), 프리웨어(freeware), 퍼블릭 도메인 소프트웨어(public domain software)가 그것인데, 국내에서 소프트웨어의 지적소유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2-3년 전만 해도 이러한 구별은 사실상 별 의미가 없었다. 상업용(commercial) 소프트웨어도 별 부담없이 복사하는 마당에 셰어웨어처럼 '사용 후 대가지불'이라는 요구사항을 사용자가 제대로 받아들일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셰어웨어든 프리웨어든 할 것 없이 모두가 '공개'로 인식하던 세태는 그후로 많이 개선됐다. 현재 사용자들은 위 세 가지 공개 소프트웨어의 개념을 구분할 줄 알고, 그 사용 범위와 제한사항 등을 대체로 명확히 인식하는 등 어느 정도 소프트웨어 사용 질서를 잡아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돌출적으로 상업용 소프트웨어를 버젓이 공개자료실에 올려놓는 몰지각한 사용자가 심심치않게 출현하고, 셰어웨어의 다운로드 회수에 비해 정식 등록 사용자수가 몇명이나 되겠는가 하는 점에서는, 아쉽게도 그리 낙관적이지는 못한 형편이다.

상업용 소프트웨어는 구입후 포장을 뜯는 그 순간부터 사용계약서에 사용자가 동의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경우에 띠라서는 그것을 구입한 사용자가 위압적이고 불쾌한 느낌까지 받을 만큼 사용시 제한 규정이 매우 엄격하다. 그런 면에서 셰어웨어는 사용자에게 부담이 거의 없는 공개 소프트웨어 영역에 속하면서도 약간의 상업성을 내포한 소프트웨어라는 점에서 일반상업용과 다른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셰어웨어란 한 마디로 온라인 서비스나 BBS, 우편주문 회사, 기타 사용자 그룹을 통해 시험(trial)을 원칙으로 배포된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이것이 상업용 소프트웨어와 다른 점은 일반 유통 회사를 통하지 않고 대부분 통신을 통해서 배포된다는 점과, 사용후 비용지불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셰어웨어를 일컬어 일종의 무감독 시험제도(honor system)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사용자가 일단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해 사용해본 다음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는 등록(registration)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즉, 사용자가 돈을 내고 정식 등록을 하면 셰어웨어 회사는 테크니컬 서비스를 포함해 추가로 소식지나 관련 도큐먼트를 제공하며, 다음번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셰어웨어는 사용자나 업체 양쪽에 분명한 이점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일단 처음부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소프트웨어를 손쉽게 입수해 써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업체는 일반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으므로 유통상의 경비와 제품포장 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업그레이드 절차 등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이익을 본다.

한편 셰어웨어의 배포는 일반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그 내용 면에서는 가지각색이다. 셰어웨어는 원칙대로라면 등록을 해야만 정식 사용자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셰어웨어 회사는 등록 사용자를 가능한한 많이 확보하는 방편으로 배포하는 셰어웨어의 내용 구성에 여러 가지 제한을 두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용기간에 제한을 두고 그 기간을 넘기게 되면 PC에서 말끔히 지워버린다거나,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도중 귀찮을 만큼 수시로 "어서 등록을 하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기도 하며, 어떤 제품은 화려한 통합환경과 달리 맛보기 정도로만 메뉴를 쓸 수 있도록 제한을 해 사용자의 약을 올리기도 한다. 정식 등록을 하면 '제대로 된' 버전을 보내 주겠다는 것.

물론 셰어웨어가 상업용 소프트웨어의 평가판과 다름없을 만큼 심한 사용 제한을 갖게 되면 '셰어(공유)'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수의 셰어웨어 회사들이 그 본래의 성격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선에서 셰어웨어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제한을 두고 있는 형편이다. 즉, 제한의 범위는 어디까지나 제작 회사의 마음에 달렸지만, 사용자가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선에서 결정된다.

소프트웨어 선진국인 미국은 상업용 소프트웨어에서 단연 독주하고 있는 만큼 공개 소프트웨어로도 가히 천국이나 다름없다. 특히 셰어웨어만도 수만종이 나와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개중에는 일반 상업용을 능가하는 방대한 규모의 강력한 셰어웨어 패키지도 많다. 셰어웨어는 또한 통신이나 우편주문과 같이 독특한 유통경로를 갖춘 시장을 확보한 만큼, 그것 하나로 성공을 거둔 셰어웨어 회사들도 부지기수다. 이들 회사들은 수십 또는 수백의 제품들을 제작하여 메일이나 소량의 경비만을 들인 전시회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셰어웨어로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로는 존 맥아피가 이끄는 맥아피사(McAfee Associates, Inc.)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89년 처음 설립된 이래 불과 수년만에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인 스캔 시리즈 하나로 연간 총매출이 2백억원(1천7백91만1천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회사로 성장했다. 물론 이 회사의 매출액 안에는 기업체 사이트라이센스 매출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긴 하지만, 미국이란 나라가 개인이나 기업 모두 셰어웨어를 공짜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일 만큼 열린 풍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편 미국 시장에서 셰어웨어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 셰어웨어 보급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온라인 정보 서비스는 지프넷(ZiffNet)이다. PC사용자 대상으로 지프 데스크톱 인포메이션(Ziff Desktop Information)이 운영하는데, 지프넷은 기술 포럼 및 관련 정보를 포함해 광범위한 종류의 셰어웨어와 퍼블릭 도메인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지프넷은 프로디지 및 컴퓨서브를 경유해 접속할 수 있다).
 

일부 셰어웨어는 수시로 성가신 메시지를 내보냄으로써 사용자들의 등록을 유도한다.


저작권이 살아있는 프로그램

앞서 공개 소프트웨어 범주에 셰어웨어 외에 두 가지를 더 언급했는데, 사용자가 요즘도 곧 잘 혼동하는 것은 셰어웨어보다는 나머지 2가지, 즉 프리웨어와 퍼블릭 도메인 소프트웨어이다.

프리웨어는 셰어웨어가 돈을 내고 등록 절차를 밟는 상업적 개념이 포함된 것임에 비해, 아무런 대가없이 배포된 소프트웨어이다. 다만 프로그램 개발자(저작권 소유자)가 그 프리웨어의 향후 업데이트시 새로이 대가를 지불토록 하는 조건을 추가하는 것을 포함해 추후 재배포상의 모든 통제 권리를 갖는다. 다시 말해 현재는 누구나 공짜로 프로그램을 복사해 쓸 수 있지만, 제품 소유권자의 권리, 즉 저작권이 살아 있는 소프트웨어이므로 사용자라면 누구나 저작권자의 라이센스 허용 범위를 준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안철수 씨의 '백신(V3)'이다.

현재까지 백신은 프로그램 외에 관련 도큐먼트가 하나의 패키지(ZIP 압축 형태)로 압축되어 배포되는데, 저작권자의 라이센스에 따르면 백신 프로그램을 저작자의 허락없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으며, 프로그램과 도큐먼트 파일 등을 분리해 유통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프리웨어인 백신은 앞으로 셰어웨어로 재구성되어 나올 예정이므로 프리웨어적 특징을 잘 대변한다고할 것이다.

퍼블릭 도메인 소프트웨어는 셰어웨어나 프리웨어보다 성격이 더욱 명확하다. 즉, 프로그램의 소유권(저작권)이 일반 공중에게로 양도(포기)된 것을 말한다. 저작권을 상실한 것이므로 단순히 사용 목적으로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도 널리 이용될 수 있으며, 프로그램의 수정 변경 개작까지도 가능하다. 곧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유'이며, 상업용(commercial) 소프트웨어와 대치되는 개념을 갖는 셈이다.

한편 공개 프로그램의 법적 구속력에 대해 궁금증을 표시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프로그램 저작자의 권리를 보면 저작인격권으로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과 저작재산권으로서 복제 개작 번역 배포 발행권 등이 있다. 필자가 법률 전문가가 아니므로 확실히 단정짓기는 곤란하지만, 셰어웨어나 프리웨어 등 공개 소프트웨어의 범주에 속하는 프로그램들은 저작자의 권리 가운데 일부를 양도 또는 포기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마다 저작권 적용 범위가 조금씩 다르므로 셰어웨어나 프리웨어 사용자는 저작권 제한사항 또는 사용시 허용범위가 명기된 관련 도큐먼트 등을 반드시 유념해야만 한다.

셰어웨어는 실력은 있으되 자본과 조직 면에서 열악한 개인 혹은 단체가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할 수 있는 소위 '틈바구니 시장' 공략에 적합한 선택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마케팅으로도 사용자에게 쉽게 호소할 수 없는 치열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언제나 사용자들로 만원인 열린 온라인 통신 공간의 활용은 여러 면에서 취약한 자사(혹은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알리는 데 좋은 매개가 된다. 물론 사용자로서도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이를 마다할 리 없다.

우리와 형편이 다른 미국 시장에서는 셰어웨어의 인기가 상업용을 능가해, 압도적인 사용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것은 곧 셰어웨어 시장이 무시못할 만큼 광범위하고 두터운 기반으로 자리잡았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국내 현황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초기의 '이야기'나 백신프로그램처럼 프리웨어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사례는 많지만, 셰어웨어나 상업용 패키지화 등 대가를 지불하는 상황으로 바뀌기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용자의 애정이 싹 식어 버렸던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이런 풍토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자본이 부족해 대규모 상업용 패키지 개발은 감히 엄두도 못내는 형편에 조그맣게 시작해서 빛을 볼 수 있는 셰어웨어 공간마저 막혀 있다면, 우수하고 탁월한 제품 개발에 대한 의욕은 점차 쇠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아직 미미하기는 하지만, 최근들어 국내에 셰어웨어에 대한 사용자 마인드가 서서히 터를 닦아 나가고 있는 일면이 엿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의 지적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사용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데다, 셰어웨어의 대표적 유통 경로인 상업 온라인통신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 등은 분명 셰어웨어 시장 활성화에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셰어웨어는 온라인이나 우편주문 거래만으로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것을 발판으로 사용자의 제품 마인드가 높아지면 다음 수순은 자연스레 기업체 사이트 라이센스나 번들 등으로 확대되어 투자환수는 물론 커다란 순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리고 순이익은 다시 제품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나 연구 개발에 재투자됨으로써 사용자에게 궁극적으로 질 좋은 제품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셰어웨어와 같은 열린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또한 그 층이 두터울수록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은 더욱 강화된다. 둠(DOOM)이라는 셰어웨어 게임 하나로 전세계 게임 소프트웨어 시장을 석권한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199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현숙 기획실장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소프트웨어공학
  • 정보·통신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