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은 빼다 박은 듯이 닮는다. 얼굴이 닮는 만큼 지능도 닮는 걸까? 유전이란 부모의 형질이 자식에게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유전하는 메커니즘은 세포 속의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작용에 기인한다. 유전하는 경우도 우성유전과 열성유전이 있다.
유전과 환경의 요인을 둘러싼 논란은 비단 지능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유전양식이 선명하게 밝혀지기 어렵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농작물이나 다른 동물처럼 교배실험 등을 할 수 없는데다가 부부사이에서 태어나는 자식의 수가 매우 적다는 한계 때문이다. 이 경우 유전적 요인을 증명하는 자료로 항상 일란성 쌍둥이 연구가 제시된다.
일란성 쌍둥이는 본래 한사람으로 태어나야 할 한개의 수정란이 수정 후 얼마 안되는 시기에 어떤 원인으로 두개의 수정란이 되어 자궁 속에서 두개의 태아로 자라고 그 결과 두 사람의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유전자가 똑같으므로 두 사람 사이에서는 유전조건도 똑같다.
여기서는 지능을 둘러싼 유전과 환경요인에 대한 논란의 내용을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태어난 쌍둥이를 남의 집에 맡겨서 기르는 예가 많다. 그럴 경우 성장후 두사람의 지능을 비교해보면 지능이 유전에 의하는 것인지 아니면 성장하는 환경조건이 더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한편 고아원에서 자라는 아이들, 즉 생활환경은 같으면서도 혈연적으로는 완전히 타인 사이인 아이들의 지능지수를 조사해보면 환경요인이 지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연구는 1981년 아이젠크와 케이민이 행한 것이 있다. 영국 런던대학의 심리학자 아이젠크는 지능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유전을 중시하는 학자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실제의 부모와 자식, 자식과 그 형제 사이에서 지능지수의 상관계수가 각각 0.5였다고 한다. 상관계수 0.0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뜻이고 1.0이면 완전한 정비례 관계임을 나타내는 통계학적 수치다.
즉 부모 자식과 형제 사이는 상당한 정도까지는 닮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일란성 쌍둥이에서는 이 계수가 0.7~0.9를 나타냈다고 한다. 또 고아원 연구에서는 거의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지능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성장 환경보다는 유전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됐다. 아이젠크는 여러 집단조사로부터 유전은 80%, 환경은 20%의 분산이 얻어 졌다고 보고했다. 분산이란 표준편차의 제곱이므로 이 수치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 지능은 유전에 의해서 환경의 2배의 영향을 받음을 뜻한다.
반대로 유전보다는 환경조건이 지능의 높낮이를 결정하는데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는 주장도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교수인 L. 케이민은 지능의 환경우위설을 주창한다. 그의 주장도 지능의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삼고 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양자로 들어간 아이들의 지능지수는 그 집의 친자식의 지능지수와 마찬가지로, 가정환경과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고 한다. 또 친부모들의 지능지수가 약간 낮은 편이었는데도 양자로 보내진 아이들은 양자로 들어간 집의 친자식들과 비슷한 지능지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 유전을 중시하는 학자들이 연구수단으로 자주 사용하는 쌍둥이에 대한 조사에 항의를 제기한다. 즉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일란성 쌍둥이는 두 사람이 보다 비슷한 성장환경을 갖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가 지능지수의 상관이 더 큰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엇갈리는 주장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인데, 이는 앞서 지적된 사람의 가족을 연구하는 데 있어 부닥치는 여러 한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