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으로 탁월한 장기 기억능력을 갖게 된 과실파리가 탄생했다. 보통 파리에게는 10번쯤 반복교육해야 냄새를 맡아 전기쇼크를 피하는 요령을 가르칠 수 있지만 이 신종 파리는 단 한번만에 교육내용을 소화한다. 이 신통한 파리를 만든 사람은 미국 뉴욕 소재 콜드 스프링스 하버 연구소의 생화학자 팀 툴리와 제리 인.
단기 기억과는 달리 장기 기억은 신경세포의 접합부(synapse)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이때 CREB라고 하는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유전자가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
CREB는 장기 기억을 돕는 단백질뿐 아니라 억제하는 단백질의 합성에까지 관여한다. 실제로 지난해 콜드 스프링스 하버 연구소의 연구진들은 장기 기억 억제 단백질을 다량 생성해내는 과실파리를 유전공학적으로 만들었는데 그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 과실파리의 장기 기억 능력이 형편없이 떨어진 것이다.
반대로 장기 기억을 돕는 단백질만을 생성하도록 CREB를 유전자 조작한 뒤 과실파리의 배(embryo)에 넣고 수세대를 거치게 했더니(조작된 CREB가 염색체 내에 안정되게 자리잡을 때까지) 장기 기억력이 뛰어난 과실파리가 얻어졌다.
한편 콜드 스프링스 하버 연구소의 알시노 실바박사팀은 포유류인 생쥐에 CREB 유사유전자를 주입했으나 생쥐의 장기 기억능력은 향상되지 않았다. 이 CREB 유사유전자는 오직 장기 기억을 돕는 단백질의 생성만을 명령하는 유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포유류에서는 CREB이란 유전자가 장기 기억을 억제하고 활성화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