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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경보 발령, 이렇게 한다

대기오염공습 긴급 대피령

지난 7월22일, 서울에는 오존공습에 대한 대피령이 내렸다. 오존은 2차오염물질이어서 통제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보제와 함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시에서 알려드립니다. 95년 7월22일15시15분 현재 서울 북서지역에 오존오염도가 시간당 0.126ppm을 나타내어 오존주의보를 발령합니다. 해당지역은 종로 중 용산 마포 서대문 은평구로서, 해제통보가 있을때까지 실외운동경기와 노약자 환자 유아는 실외활동을 자제합시다. 불필요한 자동차 사용을 자제하시고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합시다."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던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서울에는 갑작스런 '적의 공습'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다. 적의 실체는 대기오염물질의 하나인 오존.

상대가 기습적으로 공격할 때 일단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게다가 이 경우 적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만일 대피령이 없다면 사람들은 눈이 따끔거리고 호흡이 곤란해도 별다른 주의 없이 일상생활을 지속할 것이다. 설령 인체에 치명적인 수준의 오염물질에 노출되어도 당분간은 그냥 지나칠지 모른다. 따라서 오염경보제는 인체나 생활환경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염에 대한 관심과 환경의식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성층권 자외선 차단, 인간보호
 

(그림)서울의 오존 오염도 추이(1986년=100)


'오존'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은 성층권에서 자외선을 차단, 인간을 보호해주는 오존층의 역할일 것이다. 그래서 남극 상공의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오존층파괴 물질을 규제하려는 운동을 일으켰으며, 사람들에게 햇빛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은 존재로 여겨지게 했다.

이런 오존이 오염물질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오존은 성층권 외에 우리 주변의 대기에도 존재한다. 자연상태의 오존은 여러가지 화학반응을 통해 양적인 평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오존량이 점차 늘어나게 됐다는 점.

사실 적당한 양의 오존은 대기 물질들 간 화학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유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도 오존이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오존이 화학적으로 불안정해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 인간은 각종 미생물이나 나쁜 냄새를 내는 물질을 없애는 데 오존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양이 많아지면 생물에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 오존농도 0.1-0.3ppm(1백만분의 1)에 사람이 1시간 이상 노출되면 호흡기나 눈이 자극을 받아 기침이 나고 눈이 따끔거린다. 만일 0.3-0.5ppm에 2시간 이상 노출되면 폐기능이 약해지며, 0.5ppm 이상의 농도에서 6시간 정도 노출되면 마른 기침이 심해지고 폐기능에 이상이 온다.

오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식물도 마찬가지.

무는 0.05ppm에 20일(1일 8시간 기준)간 노출되면 수확량의 50%가 감소된다. 카네이션은 0.07ppm에 60일간 노출되면 개화율이 40%로 떨어지며, 담배는 0.1ppm에 5.5시간 동안 노출되면 꽃가루 생산량의 50%가 감소되는 것이다.

이처럼 오존이 생물에 피해를 줄 정도로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바로 인간이다.

1954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오존이 인체에 커다란 피해를 준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광화학스모그(혹은 LA 스모그)가 발생한 것.

맑게 개인 대낮인데도 하늘이 뿌옇고 눈 코 목 등이 무척 따가와, 결국 병원을 찾는 호흡기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습도가 높은 새벽, 짙은 안개가 깔려 런던 거리를 음산하게 만들었던 스모그와는 다른 형태였다.

과학자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스모그가 자동차에서 주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가 태양의 자외선을 받아 발생했다고 결론지었다. 오존을 비롯한 여러가지 새로운 2차 오염물질이 형성된 것이다. 이 때 측정된 오존농도는 1시간 평균 0.2-0.3ppm. 최고 1ppm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광화학스모그는 반응물질이 무척 다양하고 메커니즘이 복잡해서 아직 그 형성과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또한 발생원인물질을 줄인다 해도 이미 발생한 2차오염물질의 농도가 쉽게 줄지 않아 피해를 없애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질소 산화물을 줄이기도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다. 배출업소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은 적절한 장치를 이용, 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자동차 배기구에는 그런 대형시설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

이진용사무관(환경부 대기관리국)은 특히 "오존발생 원인물질인 이산화질소(N${O}_{2}$)는 연료 속의 질소로부터 형성되기 보다는 공기 중 질소가 고온상태의 연소과정에서 섞여 발생하기 때문에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기의 약 80%를 구성하는 질소가 자동차의 연소 과정에 섞여 들어가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오존경보제'는 이처럼 당장 피할 수 없는 대기오염으로부터 사람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미국 일본 등은 이미 1970년대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가령 광화학 스모그가 발생한 이후 로스앤젤레스 정부는 오염관리방안으로 주변 37개 대기오염측정소에서 오존량을 측정, 기준을 초과할 때 경보를 발하는 오염감시체계를 수립했던것.
 

오존경보 발령 체계도


일반적으로 오존경보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먼저 자동측정자료 수집시스템은 기상관측소와 대기오염측정소의 자동측정기를 기록장치에 연결한 후 공중전화선 자료전용선 등을 이용, 측정 데이터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수집된 자료는 오존농도 예측 시스템으로 전달된다. 여기서는 오존농도의 현상태 뿐만 아니라 미래의 오존농도를 예측,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경보발령 기준을 결정한다.

경보발령수준 이상의 오존농도가 관찰되면 이 상황을 중앙통제센터에 알려주는 것이 자동경보시스템. 이 때 담당자는 발령절차에 따라 해당 지역 및 관계기관에 경보를 발령한다.

한편 자동표시 시스템은 오존농도 측정 결과를 중앙통제센터와 주요지점에 설치된 오염표시탑에 자동으로 표시하는 시스템.

가능하다면 오존농도측정차량을 이용, 현재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도 있다. 중앙통제센터가 측정차량과 디지털 통신장치로 연결하여 필요한 자료를 서로 전달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처음으로 1995년 7월 1일부터 오존경보제를 시행했다. 1994년 12월, 환경부가 '오존경보제시행에 따른 대기 환경보전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표1)경보발령시 조치 내용


사실 서울시의 오존오염이 심각하다는 점은 몇년 전부터 전문가들이 여러번 지적한 사항이었다. 가령 1989년부터 1992년까지 4년간 측정망 자료를 이용, 서울시의 고농도(0.08ppm 이상) 오존발생횟수를 분석한 결과 8월(578회) 7월(431회) 6월(386회) 순으로 고농도 오존이 발생했다. 특히 1990년 이후 자동차가 대량 보급되자 오존오염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경보대상 지역을 북서(6개구) 북동(8개구) 남서(7개구) 남동(4개구) 등 4개 지역으로 구분했다. 오존을 매시간 측정한 결과 1개 측정소 이상에서 기준이 초과되면 기상조건을 검토하여 초과한 측정소가 포함된 지역별로 발령을 내린다. 최종적으로 시민에게 전달되는 것은 전화 팩스 등을 이용한 동시통보장치, 라디오 텔레비전 등 전파매체, 이동방송차량, 자체방송시설, 대기오염전광판 및 공익광고전광판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경보구분은 오존오염도에 따라 주의보(0.12ppm) 경보(0.3ppm) 중대경보(0.5ppm) 등 3단계. 농도 기준이 선진국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해당 지역에 경보가 전달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가능한대로 실외활동을 삼가하고 불필요한 자동차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이런 사항들이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문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주민외출금지, 차량 통제(카풀제), 석유정제를 비롯한 18개 관련 업종 배출량 감축 등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데, 1993년까지 84회에 걸쳐 시행된 경험이 있다. 시카고에서는 연간 1백t 이상 오염 물질 배출공장의 배출량을 감축시키며, 차량운행을 금지시키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미온적인 '권고' 수준을 넘어 좀 더 강력하게 대처하는 내용을 입법화시킬 예정이다.
 

(표2)각국의 환경기준


경보제, 정확한 발생지에 도입돼야

오존경보제는 내년에는 인천, 후년에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대도시까지 확장 실시될 예정이다. 아무래도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오존 배출업소(세탁소 주유소 등)가 대도시 지역에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도시라고 해서 반드시 오존 오염이 심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기상 조건이나 지역의 개발상황에 따라 오히려 대도시 주변 지역의 오염이 더욱 심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장영기교수(수원대 환경공학과)는 최근 "경기지역 도시들의 대기오염도 변화추세를 서울과 비교하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이산화질소 발생이 서울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보다 경기지역에서 오존 발생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원인은 오존을 발생시키는 1차오염물질들이 바람을 타고 인근 도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신도시개발로 각종 오염배출업소가 서울주변으로 몰리는 것도 한가지 이유. 따라서 대도시와 함께 인근 지역에서도 오존 발생을 측정, 경보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이 언제 우리의 숨결을 타고 공격해올지 귀기울이며 살아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

김정욱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는 "서울에서 1년 간 자동차 1대의 운행거리가 2만3천㎞나 되는 현실에서 자동차 운행을 줄이고 무공해자동차 개발을 서두르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오존 발생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자동차가 없으면 움직일 생각도 못하는 미국의 평균운행 거리는 1만5천㎞, 프랑스와 일본이 각각 1만3천㎞와 1만㎞ 정도. '교통지옥'에서 새로운 악마가 탄생한 셈이다.

병주고 약주는 오존의 두얼굴

지구에서 오존은 두 층의 대기권에 존재한다. 대류권(지상 약11㎞)과 성층권(약11㎞-약50㎞)이 그것.
이중 성층권에는 지구 전체 오존의 90%가 포함돼 있다. 여기서는 산소분자(${O}_{2}$)가 강한 자외선을 받아 산소 원자(O)로 분해된 뒤 다른 산소분자와 반응, 오존(${O}_{3}$)이 형성된다.
 

오존형성


생성된 오존은 다시 자외선을 흡수, 산소분자와 산소원자로 분해된다. 결국 이상 조건에서 오존의 양은 평형 상태를 유지하게 되며,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은 오존층 덕분에 자외선의 피해로부터 안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스프레이 에어콘냉매 등 많은 제품에서 사용되는 염화불화탄소(CFC)가 성층권에 올라가 강력한 자외선으로 분해되어 염소원자가 발생하면, 이 염소원자는 산소와 연속적인 화학반응을 한다. 결국 성층권의 산소 원자가 감소, 오존량의 평형상태는 깨지고 지구는 자외선을 막아주던 오존층의 보호로부터 점차 벗어나게 된 것이다.

대류권에 존재하는 나머지 10%의 오존 역시 이상적으로는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성층권에서 오존과 수증기가 반응해 생성된 수산기(OH) 대류권의 일산화탄소(CO) 메탄(C${H}_{4}$)등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오존의 생성과 분해 사이의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오존은 화학적으로 매우 강력한 산화력을 가지므로 적당량의 오존은 살균 탈취 등 인간에게 이롭게 사용되지만 어느 기준을 넘어서면 인체나 동식물에 커다란 피해를 주기도 한다.

지난 몇 십년간의 산업화는 이 분자들의 양을 변화시켜 대류권 내 오존량을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_{x}$,이 태양광선으로 분해되어 산소원자가 생성되고, 이것이 산소분자와 반응함으로써 오존 발생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질소산화물에서 오존발생


결국 오존이 성층권에서 줄어들고 대류권에서 늘어남으로써, 인간 생존에 필요한 물리조건이 뒤바뀐 셈이다. 뚫린 오존층으로 좀 더 많은 자외선이 쪼여 대류권 오존이 분해되기를 기대해야 할까?

199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문종석 기자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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