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10월 카네기천문대의 여성천문학자 프리드만은 허블망원경을 이용, M100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우주의 나이가 80억년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 관측결과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우주에 대하여 수없이 많은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그 중의 하나가 과연 우주는 언제 생겼고,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푸는 문제는, 늙은 코끼리의 현재 모습으로부터 그 코끼리가 언제 태어났고, 어떻게 자라났는가를 밝히는 문제나, 나무의 나이테를 이용하여 나무의 나이와 성장과정을 밝히는 문제와 원리적으로는 비슷하다. 실제로는 우주의 나이를 알아내는 문제가 코끼리나 나무의 나이를 알아 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아인슈타인이 중력에 관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함으로써 이론적 우주론의 기초를 마련하고(1915년), 미국 윌슨산 천문대에 구경 2.5m 대형망원경이 건설되면서(1917년), 허블을 비롯한 많은 천문 학자들이 우주의 나이와 크기를 측정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오늘날 우리는 우주에 대하며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 많이 거론되고 있는 우주의 나이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주의 나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우주의 나이를 직접 재는 것이고, 두번째는 나이가 많은 천체의 나이를 측정함으로써 우주 나이의 하한(下限) 값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우주의 나이를 아는 방법
직접 재는 방법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공간이 팽창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이 팽창하면 공간에 있는 은하들은 공간과 함께 움직이게 된다. 그 결과 은하들은 서로 멀어지게 되며, 먼 은하일수록 더욱 빨리 멀어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1929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윌슨산 천문대(현재의 카네기 천문대)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에 의해 발견됐다. 허블의 연구 결과는 은하가 멀어지는 후퇴 속도가 은하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사실과 우주에는 중심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를 우주 팽창에 대한 허블의 법칙이라고 불린다(그림 1).
팽창하는 우주의 특성을 눈으로 보고 싶으면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고무 풍선을 불어서 지름 수 cm 정도의 작은 크기로 만든 후, 풍선 면에 여러 개의 점을 고르게 그린다. 그리고나서 풍선을 계속 불면서 각 점이 움직이는 모습을 잘 관찰하면 된다. 여기서 풍선 면은 팽창하는 2차원 우주라고 볼 수 있고, 각 점은 은하에 해당한다. 풍선이 커지면서 점들은 서로 멀어지게 되고, 먼 점일수록 더욱 빨리 멀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풍선 면의 우주에서는 중심이 없다. 풍선을 부는 데 걸린 시간이 바로 팽창 우주의 나이에 해당한다.
허블의 법칙에서 은하 후퇴속도의 거리에 대한 비례상수를 허블상수라고 한다(즉 허블상수=은하의 후퇴 속도/은하의 거리). 허블상수는 우주의 팽창률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허블상수의 역수(즉 은하의 거리를 은하의 후퇴 속도로 나눈 값)는 우주가 일정한 팽창률로 팽창했을 경우에 현재까지 걸린 시간을 나타낸다. 이 시간을 '허블나이'라고 한다. 우주가 실제로 일정한 팽창률로 팽창하지 않았다면 우주가 팽창하는 데 걸린 시간(즉 우주의 나이)은 허블 나이와 다르게 된다. 우주의 팽창 역사를 안다면 우리는 허블 나이로부터 팽창 우주의 나이를 계산할 수 있다.
우주의 팽창 역사는 우주 안에 있는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밀도인자와 우주척력(중력과는 반대의 개념으로서 물질 사이에 서로 밀어내는 힘)을 나타내는 우주상수의 값에 따라 변한다(그림 2). 무한한 시간 후에 우주의 팽창을 멈추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물질이 있을 때, 물질의 밀도를 임계밀도라고 한다. 밀도인자는 우주의 현재 밀도를 이 임계밀도로 나눈 값으로 나타낸다.
임계밀도의 값은 거의 0에 가까운 값이지만(${10}^{-29}$g/㎤) 우주의 진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밀도인자와 우주상수의 값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표준우주모델에서는 밀도인자는 1이고 우주상수는 0이다. 표준우주모델에서는 공간이 편평하다.
만약 허블상수로부터 우주의 나이를 알아낸다면,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 또한 알아낼 수 있다. 여기서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란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에 빛의 속도로 움직인 거리를 나타내며, 이는 바로 팽창우주의 나이에 빛의 속도를 곱한 값에 해당한다. 빛의 속도는 유한하며 초속 30만km/초이다. 따라서 허블상수의 값을 측정함으로써 우주의 나이와 크기를 알아낼 수 있다.
늙은 천체의 나이를 재는 방법은 나이가 가장 많은 천체의 나이를 잼으로써 우주 나이의 하한값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즉 우주의 나이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천체의 나이보다는 많아야 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천체의 나이를 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방법은 방사성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우주의 나이는 1백30억-1백50억년 정도. 두번째는 별의 진화이론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은하에서 가장 오래된 구상성단의 나이를 측정한 결과는 1백 40억-1백80억년으로 알려져 있다. 늙은 천체의 나이를 재는 방법에 대해서는 PART II '항성진화론과 우주나이'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부모보다 나이가 많은(?) 자식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허블상수를 알면 우주의 나이와 크기를 알 수 있다. 허블상수는 은하의 거리와 속도를 알면 측정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이상적인 경우에는 멀리 있는 한 은하의 거리와 후퇴 속도를 측정함으로써 우리가 속해 있는 거대한 우주의 나이와 크기를 알아 낼 수 있다니. 그러나 허블상수를 실제로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관측 우주론 역사의 대부분은 허블상수의 측정에 관한 것이다. 1929년에 허블이 최초로 허블상수의 값을 측정한 이후로,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노력해 오고 있으나 아직도 허블상수의 정확한 값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 측정된 허블상수의 값은 50km/초/3.3백만광년 내지 90km/초/3.3백만광년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만든 목적 중의 하나는 바로 허블상수의 값을 10% 이내의 오차로 측정하는 것이다.
1994년 10월에 미국 카네기 천문대의 젊은 여류천문학자 프리드만(Freedman)과 그녀의 공동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하여 M100이라 불리는 나선은하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와 이로부터 구한 허블상수의 값을 발표하였다. 그들은 이 나선은하에서 20개의 세페이드 변광성(별의 밝기가 수일에서 1백일 사이의 주기를 가지고 규칙적으로 변하는 매우 밝은 변광성)을 발견하고 이 변광성의 밝기와 변광 주기를 측정했다. 이 은하에 있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측정하는 것은 지상에 있는 망원경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허블우주망원경으로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세페이드 변광성이 변광 주기가 길수록 밝다는 점(이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 - 광도 관계라고 알려져 있음)을 이용하여, 이 관측자료로부터 M100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5천5백만 광년(오차 6백만광년)의 값을 얻었다. M100은 거대한 은하의 집단인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하는 은하이다. 그들은 이 값을 이미 알려져있던 처녀자리 은하단의 후퇴 속도값, 초속 1천4백4km (오차80km)로 나누어 80km/초/3.3백만광년(오차 17km/초/3.3백만광년)의 허블상수 값을 얻었다. 이 값은 3.3백만광년의 거리에 있는 은하가 초속 80km의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허블상수의 값으로부터 허블나이를 계산하면 1백20억년이 된다. 현대 우주론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준 우주모델(밀도인자=1, 우주상수 0)에서 우주의 나이는 허블 나이의 2/3 값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표준우주모델을 택하면 우주의 나이는 80억년이 된다. 이 값은 앞에서 기술한 가장 늙은 구상성단의 나이(140억년 내지 180억년)보다 훨씬 작은 값이다. 자식(구상성단)이 부모(우주)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결과를 얻는 과정에서 어딘가에 분명히 틀린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어디가 틀렸는지를 모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우주의 나이 문제'라고 한다.
우주의 나이 문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실은 이미 허블의 시대부터 있었던 문제이다. 1940년대에 허블은 그가 측정한 허블상수의 값으로부터 우주의 나이가 2억년이라고 하였으나, 이 값은 그 당시 알려져 있던 지구의 나이보다 훨씬 작았다. 그러나 이 때의 문제는 허블이 사용한 은하의 거리 값이 현대의 정확한 측정값에 비하여 훨씬 작았고, 따라서 허블상수의 값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1970년 이후에는 미국 카네기 천문대의 천문학자 샌디지(허블의 후계자로서, 관측 우주론에 대한 연구 업적으로 몇년 전에는 노벨상과 대등한 권위의 크로포드 상을 받았음)가 허블상수의 값이 50km/초/3.3백만광년이라고 주장한 반면에, 미국 텍사스 대학의 천문학자 드로끌뢰르는 허블상수의 값이 1백km/초/3.3백만광년이라고 주장하였다. 전자의 경우에 허블나이가 2백억년이 되므로 우주의 나이 문제가 전혀 생기지 않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허블 나이가 1백억년이 되므로 심각한 모순에 빠지게 된다.
1990년대에도 이러한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샌디지는 허블상수의 값이 50km/초/3.3백만광년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고, 카네기 천문대의 2층에 있는 샌디지의 연구실에서 5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연구실을 차지하고 있는 프리드만은 허블상수의 값이 80km/초/3.3백만광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가 1990년에서 1993년까지 카네기 천문대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필자의 연구실은 프리드만의 연구실에서 5m 정도 떨어져 있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주의 나이 문제에 있어서 과연 무언이 틀렸을까? 가능성은 구상성단의 나이가 틀렸거나, 팽창 우주의 나이가 틀렸건, 둘 중의 하나다. 아니면 두 가지 다 틀렸을 수도 있다. 여기서는 우주의 나이를 직접 재는 방법에 관련된 문제만 살펴보기로 한다. 팽창우주의 나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허블상수로부터 허블나이를 구하고, 밀도인자와 우주상수에 의하여 결정되는 우주 모델을 선택하여 허블나이로부터 우주의 나이를 계산한다. 허블상수는 관측으로부터 구하고, 밀도인자와 우주상수의 값은 현재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인 모델을 사용한다. 따라서 우주의 나이를 정확히 알려면 허블상수 밀도인자 우주상수의 값을 잘 알아야 한다. 이 세가지 상수에 대하여 각각 그 문제점들을 살펴보자.
허블상수는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은하의 후퇴속도와 거리를 측정함으로써 구한다. 일반적으로 은하의 후퇴속도는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흡수선이나 방출선의 위치 변화로부터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아이러니컬하게도 은하가 멀수록 후퇴속도는 더욱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은하의 거리는 은하가 멀 경우 정확히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허블상수의 측정 오차는 대부분 거리 측정에 따른 오차가 차지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측정 대상이 된 은하가 주변에 있는 물질에 의한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주 팽창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렇게 생기는 은하의 운동을 특이운동이라고 한다. 팽창에 의한 은하의 후퇴속도를 구하기 위해서는 관측된 은하의 속도로부터 특이 운동에 의한 효과를 빼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차가 생기게 되며, 이 오차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 은하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경우에는 거리 측정이 더욱 어려워지게 되므로, 허블상수의 값도 정확히 재는 것이 어려워진다.
프리드만 연구팀의 연구 결과도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들은 M100 나선 은하의 거리는 매우 정확하게 측정하였으나, 이로부터 허블상수를 구하는 과정에서는 그들이 주장하는 측정 오차보다 실제 오차가 클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허블우주망원경을 사용하여 여러 은하단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게 되면, 허블상수를 10% 이내의 오차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현재 알려져 있는 구상성단의 나이가 맞고, 허블상수의 값이 샌디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50km/초/3.3백만광년이라면 우주의 나이 문제는 사라지게 된다.
다음은 밀도인자(암흑물질) 문제이다. 중력을 작용하여 우주의 팽창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그림 2). 우주상수가 0일 경우, 물질이 많다면(즉 밀도인자가 1보다 클 경우), 우주의 나이는 허블나이보다 적게 되고, 물질이 전혀 없다면(즉 밀도인자가 0일 경우), 우주의 나이가 허블나이와 같게 된다. 그러므로 우주의 나이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물질인자의 값이 매우 작아야 한다. 이는 암흑물질의 양이 매우 적거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암흑물질의 정체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양의 암흑물질이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고 있다. 우주론 분야에서 많은 이론 천문학자들이 선호하는 밀도인자의 값도 1이다. 이 경우에는 우주의 나이 문제가 심각해지므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자세한 내용은 PART III '우주론과 우주나이' 참조).
우주상수는 역사적으로 1917년에 아인슈타인에 의해 도입됐다. 그 당시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하여 우주 모델을 만들 때 우주는 정지 상태에 있다는 가정을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중력 때문에 우주가 정지 상태에 있지 못하고 수축하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아인슈타인은 중력과 반대로 작용하는 척력을 나타내는 우주상수를 임의로 도입하였다. 그러나 허블이 1929년에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낸 후, 아인슈타인은 이 우주상수를 없앤 것이 자기 일생 일대에 있어서 최대의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에 이러한 우주상수가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우주상수가 0보다 크다면(즉 우주 척력이 있다면) 우주 팽창은 가속된다. 우주상수는 물질과 반대 효과를 보인다. 따라서 이 경우에 우주의 나이는 허블나이보다 크게 되므로, 앞에서 언급한 우주의 나이 문제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우주상수의 값을 모르고 있다(PART III '우주론과 우주나이' 참조).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우주의 나이를 알아 내는 것은 원리적으로 어렵지 않으나 실제로는 어렵다. 우주의 나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구상성단의 나이, 허블상수, 밀도인자 그리고 우주상수의 값을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 허블우주망원경과 지상의 대형망원경을 사용하면 가까운 미래에 구상성단의 나이와 허블상수는 비교적 정확하게(오차<;10%)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밀도인자와 우주상수의 값을 가까운 미래에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