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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연구의 메카 미국 국립암연구소

유전자 치료와 복합 화학요법을 처음으로 시작한 NCI. 한국인 연구원만 수십명에 이르는 NCI의 연구현황을 알아본다.
 

미국 NH 네에서 최대 규모 연구소인 NCI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 NCI)는 수도인 워싱턴 D.C.에 인접한 메릴랜드주 베데스다라는 소도시의 미 국립보건원 캠퍼스에 위치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은 보건에 관한 모든 종류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곳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연구기관이다. NCI는 이 NIH의 산하의 한 연구소로 암연구에 관한한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가히 암연구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필자는 암세포의 항암제에 대한 내성 메커니즘 및 이의 극복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1992년 3월부터 1993년 5월까지 이 연구소의 의학연구동(Medicine Branch)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 기간에 경험한 NCI의 연구활동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연간 예산 20억 달러에 달해

NCI의 역사는 루즈벨트 대통령 재임 중인 1937년 암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국립암연구소법(National Cancer Institute Act)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그후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국민암조례(National Cancer Act)에 서명하면서 NCI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NCI는 NIH 산하 연구소 중 그 규모나 예산면에서 가장 큰 연구소로 발전했다. 1992년 한해의 예산만 해도 외부기관에 대한 지원연구비를 포함해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 정규 연구원 이외에도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각지에서 박사후과정이나 객원연구원으로 일하고자 많은 과학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한국인 연구원도 수십명에 이른다.

이 연구소에서 하고 있는 일을 모두 열거하기란 결코 용이하지 않다. 한 마디로 암을 퇴치하기 위한 모든 종류의 연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소 자체의 연구뿐 아니라 대학 및 다른 연구기관의 암에 관한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NCI의 또하나의 큰 임무이다. 각 연구기관들은 NCI의 연구비를 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CI는 이들을 심사해서 연구비를 지원함으로써 암연구의 방향 및 우선순위들을 조절하고 있다.

NCI 자체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를 살펴보면 이렇다. 첫째로 암에 관한 기초의학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예컨대 암의 원인 규명을 위해 바이러스 및 화학물질 등 발암원에 의한 발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또 역학조사방법을 이용해 암의 발생과 관계되는 인자들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암세포와 정상세포의 차이를 연구함으로써 암화(癌化)과정을 더 잘 이해하고 이런 지식을 암의 치료에 이용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이러한 기초적인 연구 이외에도 암의 치료성적을 높이기 위해 암의 조기진단 방법을 연구하고 더 나은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특히 초창기 항암화학요법의 발전에 NCI가 큰 공헌을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즉 1963년부터 호지킨씨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4가지 항암제를 병용한 복합화학요법을 시도, 화학요법만으로 과반수 이상의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MOPP 요법은 근대적인 복합화학요법의 효시로 일컬어진다.

이러한 자체 임상연구 이외에 NCI는 미국내 여러 암연구 그룹에서 이뤄지고 있는 1백50개 이상의 암치료와 관련된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1993년 한 해에만 약 2만명의 환자가 이 임상연구에 참여했다.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유전자치료 부문에서도 NCI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989년 NCI 소속의 로젠버그(Rosenberg)박사는 최초로 인간에게 유전자를 이식한 주인공이 되었다. 이어 1990년에 한 특수한 효소(adenosine deaminase)의 결핍으로 야기된 면역결핍환자에게 최초의 유전자 치료를 시행한 학자들도 NCI의 연구진이었다. 1991년부터 암에 대한 유전자치료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새로운 항암물질을 개발하는 것은 NCI가 수행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일의 하나이다. 이를 위해 각종 천연 또는 인공의 물질을 검색하고 있다. 각종 암으로부터 얻어낸 60종의 암세포주를 이용, 이 물질들의 항암효과를 자동화된 시험관검사(in vitro) 방법으로 검색중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현재 매년 약 1만개의 새로운 물질들이 검색되고 있다. 택솔(taxol)이나 캠프토세킨(camptothecin)과 같은 새로운 작용 메커니즘의 항암제가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얻어졌다. 또 항암효과가 기대되는 2백여 개의 물질이 현재 임상시험 전단계인 동물실험 중에 있다.

암의 치료뿐 아니라 암예방도 NCI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이다. 현재 많은 약제가 암예방 효과를 입증받기 위해 임상시험 차례를 가디리고 있다. 유방암 예방효과를 밝히기 위한 대규모의 제3상 임상연구가 미국 전역에서 진행중이다.

이밖에도 NCI는 암연구의 데이터베이스화 및 정보의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PDQ(Physician Data Query)가 그 한 예이다. 이는 NCI가 1982년에 구축한 암치료를 위한 전국적인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망이다. 이를 이용해 전국의 의사들은 암환자에게 예후 및 치료방법에 관한 최신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표준적인 치료방법이 아닌 실험적인 치료에 암환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암관련 문헌을 데이터베이스화(CANCERLIT)해서 암관련 연구자들이 관련문헌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했으며 1개월에 2회씩 암전문학술지(Journal of NCI)를 발행하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AIDS에 대한 연구는 NCI의 또 하나의 큰 연구분야이다. 최초의 HIV 바이러스 발견자가 누구인가를 놓고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몽타니에 박사와 일전을 벌였던 로버트 갈로박사도 NCI 소속이다.

미국은 암퇴치를 위한 연구에 정부가 일찍부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이 역할의 대부분을 NCI가 수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아직 미국의 NCI와 같이 정부가 주도하는 국립암연구소가 설립되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암에 대한 연구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대학이나 병원들이 개별적으로 암연구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국민보건향상을 위한 노력에 있어서도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에 미국의 NCI와 같은 국립암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일본의 경우처럼 담배같은 암유발상품에 암연구를 위한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암연구를 위한 재원을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좋은 방안이 아닐까.

199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강윤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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