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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황새 천수만에서 발견

제18회 전국과학교사 자연생태계 탐사

사라졌다고 알려진 황새 4마리, 어디로 이동했는지 모르던 가창오리 6만여마리, 최대 무리를 이룬 원앙 3백50여마리, 총관찰종수 70종. 제18회 전국과학교사 자연생태계 탐사팀이 이룬 성과였다. 소요시간 4박 5일, 이동거리 2천km이상. 탐사팀은 국내 최초로 밝혀진 희귀조의 서식 현장을 확인하면서 안도감과 함께 보호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함을 절감했다.
 

흰빨검둥오리^가슴 배 옆구리가 암갈색이고 등 허리는 검은 갈색. 암수의 형태와 색깔이 같다. 전국 도처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다.


첫째날·둘째날_흑두루미 사라지다

1월 26일 오전 7시, 탐사팀은 여의도 동아일보문화센터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서울을 떠났다. 첫 목적지는 대구.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대전에서 지도교수 일행이 합류한뒤 오후 12시 대구의 화원유원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혹두루미의 겨울 정착지로 알려진 넓은 논지다. 흑두루미는 매년 1백50여마리가 11월 중순에 도착. 2월 중순에 떠난다. 조삼래교수는 한달전 이곳에서 1백25마리의 흑두루미를 발견했다.

그러나 흑두루미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비닐하우스를 비롯한 각종 시설물이 논지를 가득 메우고 있을 뿐이었다. "흑두루미는 앞으로 이곳에 머물지 않을것 같아요. 먹고 쉴 곳이 있어야죠 . 안타까움에 젖은 조교수의 말이었다.

탐사팀은 아쉬움을 남기며 곧바로 주남저수지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은 철새가 안심하고 머물수있는 천혜의 입지. 풍부한 물고기와 습지, 몸을 숨기기 적당한 갈대 등이 갖춰져 많은 종류의 철새가 서식한다.

탐사팀은 일제히 환호성을 올리며 관찰에 몰두했다. 그러나 수십마리씩 무리진 곳에서 개별 종을 구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오리류의 암컷은 모두 비슷해서 수컷을 확인하고 그 옆에 있는 것을 암컷으로 추정해야한다. 지도교수와 조교의 설명을 듣고 조류도감을 펴서 일일이 확인하고서야  '감' 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몇몇 희귀조를 발견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고상한 자태를 뽐내는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10마리, 먹이를 잡느라 정신없이 물 속에 고개를 담그는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 6마리, 다른 기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쉬고있는 흰기러기 1마리 등이 관찰됐다.

5시 30분. 탐사팀이 자리를 뜨려 할 때 가창오리 3천여마리가 석양을 가르며 날고 있었다. 몇년 전까지 주남저수지는 가장오리가 가장 많이 머무는 장소였다. 그러나 지금은 수천마리에 불과하다. 탐사팀이 감탄사를 연발하자 조교수는 "이정도는 약과"라며 이틀 후 수만마리의 가창오리를 볼 지 모른다고 귀뜸. 탐사팀을 기대에 부풀게 했다.

둘째날, 원래 계획은 화원과 주남저수지를 자세히 탐방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충분히 관찰했고 새로운 곳을 가자는 의견이 많아 탐사팀은 광주로 향했다. 전날 밤 한 참가자가 제4수원지와 광주호 등에 새가 많다고 '제보'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전반적으로 평범한 철새들만이 관찰됐다. 청둥오리가 이곳에서 많이 발견된 점이 한가지 수확이었다.

숙소로 돌아온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토론을 벌였다. 이틀간 관찰한 철새 종류와 특성을 확인하고 다음 일정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토론이 끝날 즈음 앞으로의 구체적인 관찰목표가 정해졌다. 세계적인 희귀조인 가창오리와 원앙, 그리고 황새였다.
 

탐사지역


셋째날_하늘 뒤덮은 가창오리

아침 일찍 서둘러 논산저수지로 출발했다. 남북으로 산이 길게 늘어서 있고 동서로 훤하게 트인 충남에서 두 번째 큰 저수지였다. 조교수는 이곳에 가창오리떼가 모인다는 사실을 1월 4일 처음 확인했다. 밤새 주변 논지에서 먹이를 먹고 아침에 돌아와 하루종일 휴식을 취한다는 것.

오전 8시30분, 저수지에 도착한 탐사팀은 일제히 얼어붙은 호수 위를 응시했다. 수천마리의 가창오리 무리가 금방 발견됐다. 육안으로는 호수 위에 새까만 굵은 선이 그어진 것처럼 보였다. 곧이어 수천마리씩 무리를 이룬 가창오리떼가 여러방향에서 계속 모여들었다, 무리는 줄을 이었다.

이들은 오후 5시30분경 주변 논지로 다시 이동하는데, 이때 "한꺼번에 날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탐사팀은 일단 발길을 돌렸다. 다음 목적지는 왕암저수지. 원앙(천연기념물 327호) 무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가창오리와 대조적으로 원앙은 넓게 트인 곳을 싫어한다. 대신 깨끗한 작은 산간의 저수지에 잘 머문다.

왕암저수지는 차도 옆 철조망 안에 위치한 작은 저수지여서 일반인이 찾기 어려운 곳이다. 저수지 한쪽 귀퉁이에 한무리의 원앙이 발견됐다. 3백49마리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큰 무리가 월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적이 없었다. 매년 금강 공주대교에서 50개체 내외의 무리가 관찰됐을 뿐이다.

오후에는 금강 하구를 방문했다. 지역이 넓다 보니 무척 많은 개체수가 발견되는 곳이다. 검은머리갈매기의 행동을 연구하는 경희대 대학원생들이 먼저 진을 치고 있었다. 아침에 관찰된 새가 3만마리 이상이었다고 한다.

검은머리 갈매기와 혹부리오리 뿔논병아리 등 보기 힘든 새들이 많이 관찰됐다. 약간 여유롭게 움직이던 탐사팀은 오후 4시 30분 다시 논산저수지로 향했다. 오후 5시 30분, 길이 막혀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춰 논산저수지에 도착해보니 아침에 여러 무리로 나뉘어 있던 가창오리가 함께 날아오르기 위해 한 곳에 모였다. 그것은 하나의 '섬'이었다.

무리의 뒤쪽에서 움직임이 시작됐다. 수천마리씩 날랐다 다시 앉는 일이 몇차례 계속됐다. 드디어 모든 가창오리가 날아올랐다. 파란 하늘이 까매지기 시작했다. 퍼득거리는 날개소리의 합창이 요란했다. 가창오리가 탐사팀의 머리 위로 방향을 돌리자 하늘이 완전 새까맣게 덮여 버렸다.

탐사팀과 금강에서 만나 동행한 독일 훔볼트대 조류학자와 한국학자 2명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가창오리가 멀리 날아가자 한국학자는 안타까워 "얘들아, 가지마라"고 소리쳤다.

추산된 개체수 6만여마리. 행방이 묘연했던 많은 무리가 이곳에서 월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큰고니(Cyanus cygnus)^부리 끝이 검은색이고, 성장한 것은 온 몸이 흰색인 반면 새끼는 갈색을 띤다. 헤엄칠 때 목을 곧게 세운다.


넷째날_'황새꿈' 이 실현되다

이날의 최대 관심사는 황새(천연기념물 199호)였다. 세계적으로 1천마리 밖에 남지 않은 희귀조 황새. 국내에서는 94년 11월을 마지막으로 황새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없었다. 그러나 조삼래교수가 최근 4마리를 천수만에서 발견한 것.

천수만은 총 4천7백여만평의 논지와 풍부한 물이 갖춰져 해마다 각종 철새가 모여드는 곳이다. 특히 국내에서 기러기 최대 관찰지(약 2만마리)로 유명하다. 이 넓은 지역에서 황새 4마리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운이 따라야 한다. 더구나 황새는 무척 민감해서 주위에 인기척이 느껴지면 금새 날아가버린다. "황새꿈을 꿨다"는 이강운단장의 말에 희망을 걸 수 밖에 없었다.

탐사팀은 4인승 자동차와 버스로 나눠 관찰을 시작했다. 오전 탐사지는 간월호(A지구). 차 안에서 망원경으로 확인하고, 새로운 종류가 없으면 계속 차를 몰았다. 오른쪽 논지에 수많은 기러기가 관찰됐다. 때때로 왜가리가 여유있게 포즈를 취하다 날아갔다. 왼쪽 호수에는 오렌지색 황오리 수백마리가 눈길을 끌었다. 전체적으로 전날까지 관찰된 대부분의 철새가 모여있었다. 흡사 야생조류박물관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철새가 가장 많이 모이는 시기는 11월. 지금은 그때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4인승차만 황새 출몰이 예상되는 곳으로 출발했다. 버스는 소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행운은 빨리 찾아왔다. 11시 30분 1km 전방에 황새가 발견됐다. 모두 4마리였다. 양쪽에 함께 있던 왜가리와 백로는 황새의 우아함을 돋보이게 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자동차를 조심스럽게 몰다 멈추는 일을 여러차례. 그러나 2백m 근방에 이르렀을 때 황새는 모두 날아갔다. 조교수는 "2월 중순까지 이곳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점심식사 후 부남호(B지구) 탐사가 시작됐다. 이곳은 간월호에 비해 수초가 많아 이를 먹이로 삼는 고니가 많이 관찰된다. 10여마리의 큰고니 무리가 일정지점까지 뛰다 한 마리씩 날아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동해에서 관찰되는 혹고니 가족이 발견돼 시선을 끌었다.

탐사 마지막 밤 그간의 일정을 총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탐사 실적은 '성공적'이었다. 목표로 삼은 것을 대부분 관찰했기 때문이다. 1월 27일, 서울로 오는 길에 삽교호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기사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행군 거리는 무려 2천km. 4박5일의 알찬 탐사가 끝나는 시간이었다.
 

(표)제 18회 자연생태계 탐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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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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