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2015년까지 미국의 모든 연구기관과 행정부서, 기업을 광케이블로 묶겠다고 선언한 이래 전세계는 정보고속도로 열풍에 싸여 있다. 정보고속도로가 구축된다면 우리의 일상사는 어떤 모습일지 이 난을 보며 상상해보자.
요즘 전세계 행정부와 기업들의 공통된 최대 관심사는 '정보고속도로'다. 작년 내내 세계가 정보고속도로 논의로 들끓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관련기업들은 너도 나도 정보고속도로를 앞세운 각종 계획을 발표해냈다. 이 덕택에 용어의 정확한 의미 이해 여부를 떠나 이제 '정보고속도로'란 말을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용어에 익숙하다는 것이 정확한 실체를 이해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 "도대체 정보고속도로가 뭔가"라는 질문은 이 분야에 조금 '아는 체'하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답이 궁하다. 물론 이런 사정은 이른바 '정보화 사회'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뜬구름잡는 이야기'에 불과하겠지만, 간단히 말해 정보고속도로란 대량의 정보 자원이 쉽게 오고 갈수 있는 거대한 통신망이다. 차가 달리는 고속도로와 비교해보자. 흔히 고속도로가 '국토의 동맥'이라 불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고속도로는 사람과 물자가 원활히 흘러다니기 위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정보고속도로는 소리와 영상, 데이터 등 멀티미디어 형태의 정보가 원하는 방향 어디로든 신속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통로다. 그러나 지금의 구리선은 이같은 정보가 다닐 마차길도 안된다. 당연히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며 당장 해결해야 할 기술적 장벽도 부지기수다.
미국의 앨 고어 부통령에 의해 선언된 이 계획의 목적은 고도 정보사회를 주도할 국가 기반구조로서 정보유통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 복지 등 생활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에 있었다. 여기에는 21세기 최대 유망 산업인 멀티미디어 분야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기대감과 자신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이 이 대역사(大役事)와 관련해 표준화 문제라든지 재원조달 문제 등에 골몰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아마도 개인이 가진 궁금증은 차원이 다를 것이다. 즉 도대체 정보고속도로가 건설되면 내 일상 생활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또 컴퓨터와 가전기기 등이 하나로 결합된다고 하는데 이 결합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 혹은 혜택을 준다는 것일까 등등 '나'를 중심으로 한 주변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여기에 소개되는 그림과 글은 컴퓨터 전문 출판사인 미국의 지프-데이비스출판사가 펴낸 '정보고속도로건설'(Building the Information Highway)에 수록된 내용중 개인 생활을 중심으로 발췌한 것으로,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는 '도서출판삼성'(대표 조석현)의 허락을 얻어 게재하는 것이다. 도서출판 삼성은 조만간 이 책을 '정보고속도로 길라잡이(가제)'란 이름으로 번역 소개할 예정이다.
여기서 묘사되고 있는 정보고속도로 구축 후의 세계는 여러 면에서 이미 우리가 그 일부를 향유하고 있는 것도 있다. 또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의 상황을 전제로 꾸며졌기 때문에,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우리의 경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이 난을 이해하는데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 개념은 '세계화'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므로 우리의 앞날과 전혀 상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지털 고속도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①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계는 사뭇 다른 모습을 띤다. 물론 아직도 전화나 PC, 텔레비전 등이 사용되긴 하지만 이들은 예전과 달리 모두 총체적으로 차별화된 방법에 의해 연결된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케이블 TV와 전화 연결이 분리돼 있었으나 이젠 단 한 개의 디지털선에 의해 정보고속도로로 들어가는 것이다.
② 집이나 사무실에 들고 나는 모든 데이터는 PDE(Premise Distribution Equipment)라 불리는 작은 컴퓨터를 통한다. PDE는 디지털 신호를 PC와 TV, 전화로 분리, 분배하는 장치. 차세대 텔레비전과 PC는 이 PDE 회로를 내장할 것이다.
③ 텔레비전 위에 놓인 디지털 VCR은 원래의 효용보다는 사실상 일종의 컴퓨터로 기능한다. 이것은 네트워크로부터 받은 디지털데이터를 저장하기도 하고, 메시지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편집한 비디오 신문을 녹화하기도 한다.
④ 통신산업이 과감하게 재구성되면서 지역 전화회사나 케이블 TV회사처럼 한 종목만을 서비스하던 회사는 사라지고 대신 한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서비스 제공자'가 생겼다. 이들 서비스 제공자는 마치 정보고속도로의 톨게이트 창구처럼 네트워크 상의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제어하고 비용을 거두어들인다.
⑤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VOD)로 인해 종래의 방송산업은 쇠퇴하고 말았다. VOD는 단지 영화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뉴스나 기타 다른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도 사용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내보내고 있다. 더이상 9시 뉴스를 보기 위해 방송 시간에 맞추어 TV 앞에 앉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⑥ 현재 제공되고 있는 온라인 PC 통신 서비스는 아마도 정보고속도로의 첫번째 진입로로 들어가는 사업이 될 것이다. 덧붙여 텍스트와 낮은 해상도의 그래픽에 기반한 현재의 서비스는 풀모션 비디오와 사운드 등 완벽한 멀티미디어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⑦ 쌍방향성을 가진 디지털 서비스는 사용자와 정보제공자간에 높은 상호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TV화면에 나온 상품은 리모콘의 '구매' 단추를 누르는 것만으로 주문행위를 마칠 수 있다.
미스터 디지털의 하루
정보고속도로 안에서 개인은 어떤 식으로 하루를 보내게 될까. 우리는 종종 SF 소설에 나오는 세계에 들어가 살고 싶은 바람을 가지곤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예는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전형적 인물의 하루를 살펴본 것이다. 이중에는 오늘날에도 있는 많은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8:00 am
침대 곁에 둔 전화에서 나오는 특수 신호에 일어난다. 전화기 소리는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프로그래밍해둔 것. 수화기를 들면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된 내용이 나오면서 아침 10시에 화상회의를 통해 중요한 사업상 약속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8:10 am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한 잔 마시며 아침 뉴스를 숙독한다. 비에 젖은 신문이나 광고로 가득 찬 방송 뉴스를 볼 필요는 없다. 단지 PC를 틀어 내가 원하는 부분만을 원하는 형태로 제공하는 뉴스를 보는 것으로 족하다. 이미 기상하기 10분 전 '동아일보 뉴스네트'에서 뉴스는 받아놓았다. 제일 먼저 스포츠 메뉴를 클릭하자 내가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상당한 점수차로 상대방을 이겼다는 기사가 나왔다. 여기서 다시 기사 하단의 필름 아이콘을 누르자 90초짜리로 편집된 깨끗한 화질의 풀모션 비디오가 펼쳐진다.
8:30 am
일하러 가야 할 시간. 자동차를 운전하고 도로에 접어든다. 막 고속도로를 접어드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리며 기계적인 목소리로 5분 전 고속도로 상에서 사고가 발생해 길이 막히고 있음을 알린다. 자동차에 장착된 모니터에 나오는 교통 안내 서비스를 통해 혼잡 없는 길을 찾아 신나게 달리기 시작한다.
9:00 am
사무실 정각 도착. 동료들이 보낸 음성과 화상이 섞인 편지를 읽고, 9시50분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실행시킨다.
10:00 am
세계 각국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회의가 시작됐다. 모니터를 통해 참석자들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다.
12:00 pm
점심시간. 사무실에서의 일은 끝나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일하기로 했다. 정오경에는 거의 차들이 다니지 않아 고속도로를 통해 집까지 오는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통행료를 내기 위해 톨게이트에서 머뭇거릴 이유도 없다. 자동차에 바코드가 있어 톨게이트를 통과하면서 자동 체크되기 때문.
1:00 pm
집에서 PC 앞에 앉아 기획안 작성.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작성한 기획안을 E메일을 통해 사장에게 보냈다.
5:00 pm
업무 끝. 온라인 통신 서비스사에 접속해 '바다 낚시 포럼'을 훑는다. 한 참여자가 걸프 해안에서의 낚시 요령을 담은 화상자료를 올려놓았다. 그 자료를 본 후 나중이라도 참고가 될까 싶어 압축해 하드디스크에 복사해뒀다.
6:00 pm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난리다. 하지만 별로 요리를 하고 싶지 않은 기분. 디지털 레스토랑에 접속한 후 중국요리를 선택한다. 30분 후 운전사가 주문한 음식을 들고 집으로 왔다. 이 때도 굳이 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전자 지갑을 꺼내 자신의 계정에서 음식값과 운전사의 팁을 결재하는 것으로 끝.
7:00 pm
오늘 하루 일어난 뉴스를 살필 시간. 셋톱박스 리모콘으로 기사를 훑고 대형스크린에 원하는 기사만 나타나도록 한다.
8:00 pm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한다. 실갱이를 벌이다 결국 졌다. 쌍방향 케이블에 영화를 주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몇년 전 발행된 '고서(古書)'를 꺼내 읽는다. 책의 제목은 '정보고속도로 길라잡이'. 저자의 예견과 요즘의 모습을 비교하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온라인 정보 서비스
정보고속도로상의 온라인 정보 서비스는 백화점을 연상하면 된다. 여기서 파는 상품은 모두 '정보'로 통한다. 이들 상품은 T1이나 T3회로를 타고 트럭에 실려 고속으로 전달된다. 게다가 정보는 적절한 부분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물건을 찾는데 들이는 고생은 안해도 된다.
소비자는 모뎀을 타고 이 백화점에 들어간다.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들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정보고속도로에 접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높은 대역폭으로 인해 비디오나 사운드에 기초한 정보 서비스가 가능케 될 것이다.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VOD) 주문하기
① 서버에 저장된 모든 비디오는 먼저 디지털 정보로 변환된다. 이곳으로 온 대부분의 정보, 즉 영화나 비디오테이프는 원래 아날로그 형태로 존재하는 것들이다.
② 디지털 형태로 변환된 프로그램은 하드디스크나 광디스크, 혹은 테이프 형태로 저장된다.
③ 셋톱박스를 통해 TV 스크린에 나오는 메뉴를 보며 VOD 서비스를 선택한다.
④ 셋톱박스는 VOD 서비스 요청을 보낸다. 서비스는 정보가 저장된 곳으로부터 프로그램을 가져와 셋톱박스로 데이터를 전달한다. 그리고 다시 셋톱박스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 TV 스크린에 영상을 뿌린다.
정보고속도로 신종 사업 10
정보고속도로 시대에 등장할 최고의 수익 사업은 무엇일까.
여기 사업의 성공 여부를 차치하고 생겨남직한 아이디어 10가지를 소개한다.
10위·쌍방향 게임쇼
아마 이건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쌍방향 게임쇼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생방송으로 진행되야 제 맛인데, 이게 쉽지 않다. 예를 들어 10만명이 한꺼번에 프로그램에 참가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프로그램(도박성이 가미된 경우라면 더 심각하다)을 생각해보자. 만드는 사람이나 이를 즐기려는 사람이나 모두 아예 엄두도 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게임은 '시간 죽이기용 프로그램'과는 다른 차원으로, 쌍방향 시장에서 특별히 디자인되야 할 것이다.
9위·실시간 홈쇼핑
현재 미국에서 성업중인 홈쇼핑 채널을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듯 돈벌이로는 그만이다. 그러나 미래의 쌍방향 TV가 지금의 일방향 TV와 전화기가 해온 홈쇼핑 사업보다 더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단, 현재의 홈쇼핑 채널이 디지털화 될 것만은 확실하다.
8위·즉석 여론조사
이미 CNN을 비롯한 대부분의 TV방송사가 실시하고 있는 중.
7위·홈 뱅킹
PC가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할 무렵 많은 투자회사들이 이 아이디어에 매달리다 손실을 봤다. 사람들의 마음 속엔 소중한 돈을 컴퓨터에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개척의 여지는 있다.
6위·원격 진료
의사가 없는 산간벽지의 환자라도 PC를 통해 '진짜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는다. 이는 국가차원에서 보자면 국민 보건과 관련해 매우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다.
5위·쌍방향TV
TV 위에 작은 카메라를 부착하고 역시 카메라를 부착한 TV를 가진 사람을 불러낸다. 제주도에 살고 계신 할머니는 손녀를 보기 위해 굳이 서울에 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을 위해서는 카메라 이외에도 많은 장비가 필요하며 이용자마다 기술적 부분에 숙달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4위·비즈니스 화상회의
가정이나 사무실 어디에서건 앉은 자리에서 회의를 열 수 있다. 당연히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굳이 모르는 사람과의 첫 대면시 느끼는 어색함에 당황할 필요도 없어진다.
3위·원격 교육
전화선을 이용해 대학교육도 가능하다. 일방적으로 강의 내용을 내보내는 현재의 방송대학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 있어 기대가 모아진다.
2위·인터액티브 비디오 게임
정보고속도로의 도움으로 먼 곳에 있는 사람과 언제라도 '슈퍼 마리오' 같은 비디오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아이들이 비디오게임에 빠지는 것을 걱정하는 많은 부모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이야기지만, 이 아이디어는 이미 일본의 세가라는 회사가 시제품을 내놓은 상태고, 많은 회사가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1위·인터액티브 광고
정보고속도로 시대의 최고 사업은 단연 인터액티브 광고다. 여기서 말하는 광고는 단순히 상품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판매의 역할도 담당한다.
새로운 차를 산다고 가정하자. 먼저 원하는 자동차회사 채널을 선택해 비디오로 테스트 운전을 해보고 사양을 살핀 후 원하는 색상을 선택한다. 이 모든과정에 세일즈맨이 끼어들 이유는 없다. 당연히 지불행위는 자신의 크레디트 번호를 입력하는 것으로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