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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균류, 신비의 공생관계

개미와 균류가 서로 공생한다는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 그러나 최근 학자들은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그 관계의 미묘함과 막후에 숨은 진화과정을 밝혀내고 있다. 공생의 계보가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개미농부와 그들의 농작물^채집개미는 나뭇잎을 잘라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잎사귀는 수분안에 점점 더 작은 개미에 의해 점점 더 작게 잘라지고 씹힌 후 개미집 방안의 벽을 뒤덮고 있는 균류에게 주어진다. 개미군락의 가장 작은 일원들이 균류 농장을 돌보는데, 그들은 다른 종류의 포자를 솎아내거나 균사라 불리는 식용 실을 주기적으로 걷어내 동료들을 먹인다. 오른쪽 사진은 버섯과 공생하는 브라질 앤틸레스섬의 개미들


작은 윗턱을 가진 그들은 곤충판 시바(힌두교의 파괴와 복구의 신)다. 그들은 단 사흘 만에 커다란 숲에 남아 있는 이파리 모두와 엽록소의 흔적까지도 쓸어가버릴 수 있다. 코끼리떼나 타오르는 불지옥도 숲에 이보다 더 심한 피해를 입히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단 그들이 노획한 식물물질을 땅속으로 갖고 들어가면 이 약탈자들은 유순한 농부가 된다. 이들은 잎으로 된 수확물로 거대한 균류의 밭을 가꾼다. 그들은 균류를 기르고 균류는 대신 굶주린 개미들을 먹여 살린다. 그 유명한 '가위개미'들은 이렇게 해서 파괴와 재생의 화려한 드라마를 연출해낸다. 그들은 길 언저리에 있는 모든 나무와 관목, 덩굴 식물 잎을 떨어뜨린 후 그 잔해로부터 지하의 에덴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지상의 폐허에서 지하의 천국 창조하는 개미 세계

가위개미들은 균류와 공생관계에 있는 2백종의 강력한 개미 종족 어틴 개미(attine ant)들 중에서도 가장 진보된 분파에 속한다. 개미와 균류는 서로에게 생존을 의지하는 공생생물이다. 이들은 얽히고 설킨 생활 양식을최적화(最適化)하기 위해 적응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개미들은 움직일 수 없는 균류가 스스로 모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식물물질을 주변에서 모아다가 균류에게 준다. 그러면 균류는 이 생물질을 이용하여 균사 끝부분이 당질과 단백질로 가득 차 불룩해질 정도로 자란다. 개미들은 이것을 조금씩 물어뜯어 먹는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어틴개미와 균류 사이의 조화로운 협력관계에 감명받아 왔다. 대체 어떤 학자가 개미들이 우리거실 하나를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흙을 파내서 만든 그 멋진 개미집을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생물학자들은 이제서야 그 관계의 미묘함과 막후에 숨은 진화과정을 밝혀내고 있다. 그들은 분자도구를 응용하여 이들의 공생이 언제 시작됐는지, 수백만년의 세월에 걸쳐 어떤 발달과정을 거쳐 북회귀선 이남의 신대륙 여러 지역의 생태계를 사실상 지배할 정도로 강력한 협력관계를 이루게 되었는지 등을 정확히 알아내어 공생의 계보를 재구성하고 있다.

호평을 받은 책 '개미들'의 공저자인 에드워드 O. 윌슨박사(하버드대 동식물학자)는 개미가 균류를 이용하여 신선한 초목을 활용하는 것을 두고 "동물 진화의 가장 위대한 성과 중 하나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성공적"이라고 평했다.

'사이언스'지 최근호에 실린 두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여러 종류의 개미-균류 복합체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그들은 어틴개미와 균류의 공동진화가 5천만년 전에 시작되었고 각 경우마다 조금씩 다른 상호의존성을 갖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미는 진딧물과 공생관계를 맺고있기도 하다.


생태계에서 균류가 차지하는 중요성

가위개미 중에는 그 관계가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개미가 한 균류의 클론(단일 생식체에서 무성생식으로 발생한 군속)에만 2천5백만년이나 의존해온 것도 있다. 이들은 새로운 군락을 이룰 때마다 모개미집에서 가져온 약간의 균류를 이용하여 새 밭에 첫 씨를 뿌린다. 이는 이 개미의 번성지인 중남미의 모든 개미집에서 발견되는 균류 무리가 실은 단 한개의 포자에서 비롯된 자손임을 의미한다.

진균학자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 연구자들은 오래된 문제 하나를 품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버섯의 머리 부분과 같이 균류의 포자 만드는 곳에 대한 고전적인 계통학적 분석을 통해서는 균류의 변종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균류는 개미와 공생생물이 되면서 번식을 위한 포자를 만드는 결실체를 포기하고 대신 개미에게 씨앗을 퍼뜨리는 일을 맡기게 된 것이다.

많은 어틴종 개미의 밭에서 채취한 균류 샘풀의 유전자 순서를 연구함으로써 과학자들은 대개의 곰팡이가 일정 버섯(Lepiota ceae)과에 속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과에는 도처의 슈퍼마켓에서 팔리고 있는 작고 하얀 버섯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우산버섯도 포함돼 있다.

과학자들은 또한 어틴 종족의 가위개미 분과에 속하는 종류들은 거의 단일하게 옛날부터 내려오던 균주의 균류에게 식량조달을 의지하는 반면 다른 집단에 속하는 개미들은 농사를 짓는데 좀더 융통성이 있어 그들의 비축물을 새롭게 하거나 다양한 식사를 맛보기 위해 때때로 외부에서 새로운 균류를 도입하기도 했음을 증명해보였다. 이 잡식성 개미는 그들의 밭에서 이용할 최적의 포자를 찾아다니던 고대 혹은 원시적인 개미와 좀더 유사한 종류로 여겨진다.

"공생이 막 시작된 5천만년 전에는 바로 이런 식이었을 것"이라고 사이언스지에 실린 두 논문 중 한편의 선임 저자인 코넬대학의 울리히 뮐러 박사(Ulrich G. Müeller)는 말했다.

"그것은 한번에 얻어진 특성이 아니며 개미가 오랜 기간에 걸쳐 점차 균류와 제휴하게 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 새로운 연구는 여러가지 면에서 흥미롭다. 과학자들은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어떤 유기체 간의 상호관계 보다도 개미와 균류의 공생관계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었다.

균류학자들은 이 연구가 균류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크게 환영한다. 균류는 지상의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교수진에 균류학자를 갖추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균류의 숫자는 식물의 6배나 되지만 그것을 연구하는 학자는 전체 식물학자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교의 균류학 박사 토마스 브룬스의 말. "그러나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 생태학자들이 균류가 지구상의 모든 생태계의 주구성원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논문들은 균류의 정보은행에 훌륭한 새 자료들을 보태주었다"

균류학자들은 개미가 균류와 협력하는 것이 이롭다는 것을 깨달은 유일한 생물이 아님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많은 식물들도 토양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할 때 뿌리 기저부에서 자라는 균류에 의지한다.

생명의 사슬

생태학자들은 또한 이 연구가 생명의 상호의존성을 강조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동식물의 서식은 촘촘히 짜여진 실들로 이루어져 있는 천과 같아서 한 코를 잡아 빼면 전체 생명의 사슬이 풀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연구가 상기시켜 준다는 것이다.

"많은 생물들이 공동체 구조에 연관돼 있다. 만약 주변 환경에 대한 어떤 자극이 공동체의 한가지 요소라도 해치거나 변화시킨다면 그 공동체는 생존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사이언스지 두번째 논문의 선임연구원인 미첼 L. 소긴박사(매사추세츠주 우즈홀 해양생물연구소)는 말했다.

그는 또한 균류와 같은 미생물은 흔히 동물과 같이 큰 생물과 공생관계를 이루므로 우리가 생물학적 다양성을 논할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에 대해서도 인식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는 만일 사람의 창자 안에 소화를 돕는 미생물이 없다면, 혹은 세포내부에서 발전소 역할을 하여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없다면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균류와 어틴개미의 관계에 관한 연구결과는 실용적으로 응용될 수 있다. 가위개미는 열대 지방에서는 식물질을 재활용하는 데, 보다 온난한 지방에서는 지렁이가 하는 것처럼 토양의 통기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불가결하다.

그러나 그들은 신대륙의 열대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가위개미들은 신선한 식물의 20%를 소비하는 신열대구의 지배적 초식생물이다. 이 개미들이 이 지역에서의 농업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사이언스지에 실린 두 논문 모두의 저자인 코넬대학 대학원생 테드 R. 슐츠는 말했다.

원산지가 신열대구인 식물의 대부분은 이에 대해 충분한 방어능력을 갖추도록 진화하여 개미의 불가항력적인 공격에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나 아프리카 원산의 과실수처럼 인간들이 외지에서 들여온 식물의 경우 그 결과는 비참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과수원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북미의 농부들은 외지에서 식물을 들여올 때 이같은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어틴개미가 북쪽으로는 롱아일랜드까지 서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 사는 것은 덜 야심적인 종류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균류에게 곤충의 배설물이나 죽은 이파리처럼 덜 먹음직스러운 물건을 공급한다.

이번에 분석을 실시하면서 연구자들은 19가지 서로 다른 어틴개미의 보금자리로부터 분리한 21가지 균류의 유전자 샘플을 얻어냈다. 그들은 이를 개미의 신세를 지지 않고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균류의 DNA와 비교하고 균류의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또한 어틴개미 종족의 분자력에 대해 실시된 분석과도 연관지어 보았다.

일련의 복잡한 데이터 통계처리과정을 거친 후 학자들은 개미종과 균류의 분화를 보여주는 계통수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보다 원시적인 개미들은 주변 환경에서 새로운 균류를 찾아 시험해보는 반면 가장 발달된 종은 그들에게 오랫동안 도움이 되었던 균류에게 틀림없는 충성을 바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위개미가 그들의 균주에 고착된 이유는 그 균류가 대부분의 다른 균류가 할 수 없는 일, 즉 신선한 잎을 분해하여 이용가능한 영양소로 만드는 일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초식동물이 감히 씹어먹을 수 없는 것을 개미는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잎을 스스로 소화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미들은 그것을 균류에게 주어 대사하도록 한 후 균류가 만들어낸 영양소를 포식할 수 있었다.
 

나뭇잎을 운반하기 알맞게 잘라내고 있다.


개미사회의 초유기체성은 균류의 도움으로 가능

이 체제의 장점은 가위개미들이 윌슨 박사의 표현에 따르면 '초유기체'라 불리는 형태로 진화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초유기체란 마치 신체의 세포처럼 각기 특화된 책무를 가진 개미들의 집합으로, 이 안에서 개미들은 개미집의 생존율 위해 서로 연대하여 일한다.

열대 지방의 가위개미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개미들의 농원을 거의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장관으로 표현한다. 성숙한 개미집은 8백만 마리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개미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작은 것은 균류밭을 돌보는 개미로 한 마리가 0.3㎜보다 크지 않다. 가장 큰 것은 알을 밴여왕개미인데 겉껍질을 벗기지 않은 땅콩만큼이나 크다.

대개의 개미집은 지하에 있는데 개미들이 흙을 파서 공들여 만든 수천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방크기는 주먹에서 축구공 만한 것까지 있다. 방들은 모두를 먹여 살리는 균류의 스펀지같이 생긴 회식균사로 가득 차 있다.

지상의 개미집 주위는 청결을 유지하도록 관리인 개미가 항상 세심하게 돌본다. 이들은 끊임없이 보금자리를 들락날락하는 개미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이파리나 침입자, 달갑지 않은 곰팡이 모두를 쓸어버린다. 겉파리 만한 크기의 채집개미는 위험을 무릅쓰고 밖에 나가 잎사귀를 초승달 모양으로 잘라 농장으로 들고 온다.

이 초승달 모양의 잎은 더 작은 개미에게로 넘어가 더 작게 잘라진다. 그보다 더 작은 개미들은 이를 넘겨받아 잘 씹고 효소로 연화시켜 촉촉한 반죽을 만든다. 더욱 더 작은 개미들은 마치 빵에 잼을 바르는 것처럼 균류에 이 반죽을 펴바른다. 나머지 과정은 균류 차지다. 식물질 사이사이로 균사의 촉사를 뻗어나가 섬유소를 분해하여 개미가 이용할 수 있는 영양소로 만든다.

개미들은 균류를 마치 애완동물같이 보살핀다. 통통해질 정도로 먹이고 수확을 망칠 수 있는 다른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깨끗하게 유지한다. 가위개미가 있는 한 공생 곰팡이는 번성할 것이다. 모든 새로운 여왕개미가 자신의 대지를 개척하기 위해 날아갈 때 균류를 입에 가득 물고 떠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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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나탈리 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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