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오염을 거론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손님 산성비. 산성비는 왜 지구를 황폐화시키는지 차근차근 알아보자.
최근 서울의 중심부인 남산에서 발견된 미국자리공으로 인해 다시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해 되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미국자리공은 산성화된 토양에서 서식하는 식물로, 이 식물이 대량으로 서식하고 있는 토양은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없을 만큼 산성화된 토양임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대도시나 공장 주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pH4에 해당하는 강(強)산성비가 내렸다. 따라서 산림의 황폐화는 이미 예상됐고 환경전문가나 시민단체들은 이와같은 결과에 대해서 수없이 경고해 왔다. 우리보다 산업화가 빨리 이루어진 유럽에서는 이미 산성비에 의해 호수의 물고기가 멸종된 나라도 있고, 대리석이나 청동으로 만든 문화유물이 산성비에 녹아서 흉한 몰골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산성비 문제에 대처하여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비금속 산화물과 산성비
대기중에서 오염 안된 빗물의 pH는 약 5.6 정도다. 그래서 pH가 5.6보다 낮을 때 산성비로 규정하고 있다.
(1) ${H}_{2}$0+${CO}_{2}$ → ${H}_{2}$${CO}_{3}$
(2) ${H}_{2}$${CO}_{3}$ ⇆ ${H}^{+}$ + ${HCO}_{3}^{-}$
pH는 수소이온농도 [${H}^{+}$]를 나타내는 척도
pH= -log[${H}^{+}$]
[H+] = ${10}^{-PH}$
중성인 물의 pH는 7.0이며 수소이온농도가 큰 산성에서는 pH가 7.0보다 작아진다. pH가 1 낮아지면 수소이온농도는 10배 커지는 셈이다. 따라서 pH=4.0이하인 강산성비의 수소이온농도는 중성인 물에 비해 1천배 이상 큰 셈이고 오염 안된 빗물에 비해 ${10}^{-(4.0-5.6)}$=${10}^{1.6}$=39.8배 이상 크다.
산성비의 주 원인이 되고 있는 물질은 이산화황과 산화질소다. 이들의 배출원은 주로 인공적인 것에 있는데 그 비율은 (표1)과 같다.
먼저 이산화황의 배출과정에 대하여 살펴보자.
이산화황의 발생
황이 포함된 연료의 연소 : S+${O}_{2}$ → ${SO}_{2}$
금속 황화물의 제련 : 2PbS+3${O}_{2}$ → 2PbO+2S${O}_{2}$
2ZnS+3${O}_{2}$ → 2ZnO+2S${O}_{2}$
석유나 석탄 속에는 황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연료가 타면 이산화황이 발생한다. 구리 납 아연을 제련할 때도 이들 금속이 포함된 광물이 황화합물이기 때문에 이산화황이 발생한다.
대기중으로 방출된 이산화황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산성비가 된다.
이산화황(아황산가스)은 공기중에서 산소나 오존에 의하여 산화돼 삼산화황(황산가스)이 된다. 그런데 이산화황의 산화반응은 쉽게 일어날 수 없는 반응이어서 촉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산화황의 산화 및 용해
${SO}_{2(g)}$+${O}_{3(g)}$ → ${SO}_{3(g)}$+${O}_{2(g)}$
2${SO}_{2(g)}$+${O}_{2(g)}$ → 2${SO}_{3(g)}$ - 느린단계
${SO}_{3(g)}$+${H}_{2}$O → ${H}_{2}$${SO}_{4}$(황산) - 빠른단계
${H}_{2}$${SO}_{4 (aq)}$ → 2${H}^{+}_{ (aq)}$+${SO}^{-2}_{4 (aq)}$ - 빠른단계
게다가 대기 속의 반응물질은 농도가 묽기 때문에 반응하는데 4-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오염원을 배출하는 장소에만 산성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기단이 이동되는 속도에 따라서 보다 넓은지역에 걸쳐서 산성비가 내린다. 국토의 상당 부분이 호수로 둘러싸여 있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핀란드는 산성비로 인해 호수의 물고기가 살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이 지역에 내린 산성비는 대부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공장 굴뚝에서 나온 이산화황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공기중 질소는 안정된 기체
우리나라의 서해안 주변에서도 소나무 등이 말라죽는 현상이 자주 발견된다. 이에 대해서 일부 과학자는 산성비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다른 의견을 갖는 전문가들도 있는데 그들은 가뭄 질병 해충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나무림의 고사를 산성비의 원인으로 보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규모의 공장이 밀집한 상해부근에서 생성된 기단이 우리나라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이산화황이 대기 중에서 황산으로 변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거의 일치하며 중국으로부터 편서풍이 불때의 산성비 농도가 최저 6배에서 최고 13배에 이른다는 보고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면 질소의 산화물은 어디에서 발생할까? 이산화 질소는 (표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대부분 운송수단에서 발생된다. 공기중의 질소는 대단히 안정한 기체이다. 그 이유는 질소원자 사이의 3중결합 때문이다.
공기의 주성분은 질소와 산소다. 이 두 물질은 상온에서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료가 폭발하는 자동차의 엔진은 고온 상태이며 이 속에서 질소는 산소와 반응해 산화질소가 된다. 이 때 생성되는 산화질소의 대부분은 NO(일산화질소)이며 소량의 ${NO}_{2}$(이산화질소)가 섞여 있다. 일산화질소가 생성되는 반응은 흡열반응이다(그림 1).
다음의 반응식을 보자.
(1) 연료의 연소 : ${C}_{8}$${H}_{18}$ + 12.5${O}_{2}$ → 8${CO}_{2}$ + 9${H}_{2}$O+열
(2) 질소의 산화 : ${N}_{2}$ + ${O}_{2}$ → 2N0 - 4.3kcal
위의 반응(1)에서 가솔린 1분자를 연소시키는데 사용되는 산소분자는 이론적으로 12.5개이지만 엔진에서는 순식간에 연소가 진행되므로 연료:산소의 비율을 1:12.5로 하면 연료가 불완전연소해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즉 완전연소보다 적은 열에너지가 발생한다. 그래서 보통 연료:산소의 비율을 1:15.1로 해준다. 그러면 연료의 완전연소에 의해 보다 많은 열에너지가 발생된다.
그러나 이 경우는 또다른 문제가 생긴다. 연료의 완전 연소에 의해 방출되는 열에너지의 양이 증가하면 반응(2)와 같이 질소의 산화에 의해 생성되는 일산화질소의 양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 반응은 흡열반응이기 때문에 엔진의 열을 빼앗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배출되는 일산화질소를 제거할 별도의 장치를 고안하는 문제가 남는다.
우리가 산성화된 물을 먹어도 인체의 혈액은 쉽게 산성화되지 않는다. 그것은 몸 속에 이산화탄소가 용해되면서 생긴 탄산수소이온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탄산수소이온을 포함하는 호수는 산성비에 의해 쉽게 산성화되지 않는다. 이와같은 탄산수소이온을 완충제(buffer)라고 한다.
완충제의 역할
(1) ${HCO}_{3}^{-}$ + ${H}_{2}$O = ${CO}_{3}$${2}^{-}$ + ${OH}^{-}$
(2) ${H}^{+}$ + ${OH}^{-}$ → ${H}_{2}$O
탄산수소이온은 물속에서 (1)과 같은 평형상태를 유지 하고 있다. 외부에서 산성인 물질이 들어오면 (2)의 반응에 의해 수산화이온이 제거된다. 그러면 (1)의 평형이 깨지므로 제거된 수산화이온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평형이 이동돼 물의 산성화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호수에 석회석을 뿌리는 이유
우리나라 호수의 산성화는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이는 호수에 어느 정도 탄산수소이온이 용해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핀란드 스웨덴 등에는 호수의 산성화로 물고기가 살지 않거나 아예 미생물조차 살지 않는 죽음의 호수가 상당히 많다. 이들 나라에서는 호수를 살리기 위해 석회석을 뿌려준다. 스웨덴에서는 호수에 뿌려주는 석회석의 비용으로 무려 연간 31억5천만원이 사용된다고 한다. 석회석은 물에 용해되지 않지만 산성인 물을 중화하고 탄산수소이온을 만든다.
${CaCO}_{3(s)}$ + 2${H}^{+}$ + ${SO}_{4}^{2-}$ → ${HCO}_{3}^{-}$ + ${H}^{+}$ + ${C}_{a}$${SO}_{4(aq)}$
이들 나라의 어린이들이 자신이 저금한 저금통을 털어서 호수에 석회석을 뿌리는 광경은 혼한 일이다.
백금을 촉매로 한 배기 시스템
화석연료인 석탄이나 석유는 사용하기 전에 황을 제거해야 하지만 이 과정은 매우 어렵고 돈도 많이 든다. 따라서 황을 미리 제거하는 것보다 연소 시에 발생하는 이산화황을 제거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이산화황을 제거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연소실에 석회석(${CaCO}_{3}$)분말을 뿌려주는 것이다. 이때 석회석은 산화칼슘(CaO)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며 산화칼슘은 이산화황과 반응해 아황산칼슘(${CaSO}_{3}$)을 만든다(그림 2).
이 과정에서는 이산화황의 50% 정도만 제거되므로 연소 후 배출되는 배기가스에 산화칼슘의 수용액을 분사해서 남아있는 이산화황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 방법에도 문제는 있다. 그것은 석회석을 분해시키는데 연료의 열에너지의 일부를 빼앗기므로 열효율이 감소하며 이산화황이 산화칼슘과 반응할 때 생기는 막대한 양의 고체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예를 들어 화력발전소에서 약 15만명이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6만t의 고체폐기물이 생성된다.
1975년 초기부터 생산된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배기 가스중에 포함된 일산화질소(NO)와 불완전연소에 의해 생성된 일산화탄소(CO)를 ${CO}_{2}$ ${H}_{2}$0 ${N}_{2}$로 바꾸는 백금을 기초로 한 촉매가 배기 시스템에 장착됐다. 이 촉매는 납에 의해서 반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촉매 변환 장치를 단 자동차에는 납이 없는 무연(無鉛) 가솔린을 사용해야 한다. 자동차에 촉매변환기를 설치하면 60여 만원이 더 든다. 또한 이것은 8만㎞를 달린 후 갈아주어야 한다(그림3).